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내려놓기..
오피니언

[슬기로운 명상생활] 내려놓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2/08 15:27 수정 2022.02.08 15:28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말레이시아 보르네오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와 같은 지역에는 옛날에는 성성이로 불렸던 오랑우탄이 서식하고 있다. 원주민들이 이들을 사냥할 때 다니는 길에 술통을 놓아서 그들이 내왕하는 길목에 두면 지나면서 처음에는 웃으며 그대로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조금 마시고, 또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더 마시고 하기를 여러 차례 한 뒤에는 그만 정신없이 그 술을 다 마시고, 마침내 취해 쓰러지면 그때 사람이 나와서 잡아간다고 한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을 취하려는 욕심이 스스로를 함정에 빠뜨리는 걸 경계하는 일화다. 집착은 어떠한 사건이나 사물 그리고 경험 등이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라는 판단이 섰을 때 시작된다. 그것이 설사 무의식적인 선택이더라도 말이다.

집착은 심지어 우리가 그것을 집착이라고 알아차리지 못하게 한다. 우리는 충동적으로 집착의 대상에 빠져들게 되는데, 이것이 하나의 패턴이 돼 무한 반복하게 된다. 집착의 대상은 그것이 형상이 있든 없든 일정한 이미지(모양)를 가지고 있다. 이 이미지는 강한 에너지(힘)를 가지고 있다. 집착 대상은 영원히 소유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그 형상의 힘에 자석처럼 끌려가게 된다.

우리 같은 범부들은 형상 있는 것만을 자기 소유로 하려고 탐착하므로 그것이 영구히 제 소유가 되지도 못할 뿐 아니라 아까운 세월만 허송하고 만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인생이 무상(無常)하고 허망(虛妄)한 것이라고 했다. 명상을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형상 있는 물건만 소유하려고 허덕이지 말고 형상 없는 마음을 소유하는 데에 공을 들여야 한다.

내려놓아야 할 대상은 정신 작용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다. 우리가 어떠한 것에 심하게 집착하게 됐을 때, 그 집착을 알아차리기만 하면 된다. 그래야 그 집착을 놓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좌선 중 번뇌와 졸음이 강력하게 방해하더라도 거기에 집착하지 말고 흘려보내면 저절로 온전한 상태를 되찾게 된다. 알아차리는 그 순간 그것은 곧바로 물러간다.

처음엔 누구도 집착을 내려놓기가 어렵다. 그러나 조용한 방에 누워 있는 자신을 상상해보라. 몸과 마음을 내려놓는 순간 자연스럽게 잠들 수 있다. 이와 반대로 무엇에 집착해 몸과 마음을 놓지 못하면 긴긴 초조와 불안의 긴 밤을 얻게 됩니다. 우리의 수행도 이와 마찬가지로 내려놓을 때 더욱 참된 자아를 얻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