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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의 과열을 우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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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의 과열을 우려하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2/08 16:04 수정 2022.02.08 16:04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이번 대통령선거만큼 네거티브가 만연한 경우가 있었을까? 필자 기억으론 후보뿐만 아니라 전 가족을 대상으로 이 정도 강도를 갖는 네거티브가 전개된 적이 없다. 네거티브는 상대 후보 진영의 부정적 측면을 최대한 부각해 공격하는 것을 말하는데, 말 그대로 상대 후보 진영이 나쁘거나 뭔가 부족하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 지지율을 올리는 데는 효과가 없다. 지지율을 올리려면 자기가 좋은 후보임을 강조하는 포지티브 전략이 필요한데, 네거티브엔 그런 면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네거티브만으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네거티브가 과열되는 이유는 상대 후보 지지율을 떨어뜨리거나 상승하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흔히, 국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선명한 아젠다를 제시하고 이와 관련한 정책적 차별성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일상에 얽매인 국민이 이를 구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명확하게 왼쪽이나 오른쪽에 위치한 정당을 제외하면, 중간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기에 정책적 차별성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미세한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이 다수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이들은 이미 그것과 무관하게 지지 성향이 결정돼 있다.

이런 이유로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거나 지지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이 다른 쪽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만드는 저지선을 우선 구축해야 한다. 네거티브는 이를 달성하는 매력적인 수단으로 간주된다. 앞서 언급한 데로 정책적 차별성은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때로는 전문적 내용으로 이성에 호소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반면, 상대 후보 진영의 도덕성이나 자질에 문제가 있다는 네거티브는 단순하고, 감성에 호소하기 때문에 쉽게 사람들 마음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상대 후보에 흠집을 내기 위한 네거티브가 항상 효력을 발휘했던 것은 아니다. 역대 선거를 보면 병역과 관련된 근거 없는 의혹이 결정적 영향을 발휘한 경우도 있었지만, 재산과 관련한 민감한 의혹이 아예 힘을 쓰지 못했던 경우도 있었다. 선거 구도와 후보, 그리고 지지율에 따라 네거티브 영향력은 서로 다르게 나타났다. 조금 단순화시키면, 정권교체나 유지에 대한 열망이 강한 시기엔 아무리 강한 네거티브도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의 경우엔 네거티브 효과가 명확한 것 같다. 지난 2월 5일 발표된 리서치뷰 여론조사에 따르면 2명의 후보를 절대 찍고 싶지 않다는 비율이 42% 이상으로 나왔지만, 나머지 2명 후보의 경우엔 겨우 2%밖에 되지 않는다. 이 조사 수치가 실제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2명 후보가 다른 2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다는 사실이 실제로 현저하게 나쁜 사람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명의 경우 네거티브가 과열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대중에게 강하게 만들어진 반면, 나머지 2명의 경우 네거티브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쁜 이미지가 아예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이다. 필자는 이렇게 추론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네거티브가 과열되면서 지지자들은 상대 후보가 실제로 현저하게 나쁜 사람이라고 믿는 것 같다. 지지자들 사이에선 경쟁 후보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며, 때로는 그렇게 되지 않은 것에 대해 한탄하기도 하는 것 같다. 판단하건대 대선이 치열할수록 이 경향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지난 2월 4일 첫 방송 3사 TV토론 시청률이 39%에 달했는데, 이는 1997년 대선 토론 55.7%에 이은 두 번째 기록이라고 한다. TV가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폰, 컴퓨터 등을 통해 보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실제 시청률은 39%를 넘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TV토론에 대한 유례없는 관심은 불과 한 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대선 결과가 여전히 모호함을 반영한 것으로 판단되며, 대선이 끝날 때까지 더 치열한 네거티브가 전개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런 만큼 지지자들 간 경쟁하는 후보에 대한 혐오감정이 격화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런데도 지지자들이 혐오하는 상대 후보가 실제로 그만큼 나쁘거나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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