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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슬기로운 명상생활] 명상의 STAR 공식(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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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명상생활] 명상의 STAR 공식(1)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2/15 09:43 수정 2022.02.15 09:43

박대성 원불교대학원대학교 교수(원불교 교무, 명상ㆍ상담전문가)


명상하는 시간 동안 일관된 정신통일의 경지, 무념무상 삼매(三昧)의 경지에 머무른다는 것은 초보자나 수행이 숙달된 사람이나 상당히 어렵다. 특히, 이러한 경지를 의도적으로 추구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만약 특정한 체험을 얻었다고 해도 그것은 ‘내가 정신통일(또는 삼매경)에 도달했구나’하는 ‘생각’ 또는 ‘개념’에 불과하다.

초보자의 경우 명상에 임하는 시간 동안 마음속으로 무엇을 하고 있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다. 많이 듣는 질문 중의 하나고, 당연한 물음이다.

가령 30분 정도 마음이 고요해지는 입정(入定)에 잠겨 있다고 하더라도 단전(丹田)과 같은 신체 특정 지점이나 화두(話頭)와 같은 특정 개념에 주어진 시간 동안 오롯하게 집중하기는 쉽지 않다.

집중하는 마음과 집중하지 못하는 마음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면 결국 마음은 갈피를 찾지 못하고 그 즉시 여러 갈래로 분열되고 만다. 더구나 강한 의지로 ‘집중’이라는 개념에만 몰입할 경우 수행은 곧 이를 악물고 참아내야 하는 고행(苦行)이 된다. 실제로 명상에 임하는 많은 경우에 대상에 마음을 기울여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해야 한다는 ‘당위’ 또는 집중이라는 ‘개념’ 그 자체에 무리하게 힘을 기울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정신적 과부하에 따른 두통과 소화불량 등 신체화 현상이 발생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결국, 명상이나 수행은 마음의 자유를 가져다주는 ‘선물’이 아니라 큰 부담을 갖고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돼버린다. 이런 경우 필자는 당사자에게 차라리 수행을 일시적으로 쉴 것을 조언한다.

‘명상의 STAR 공식’은 명상에 관심은 있으나 진전이 없고 부담을 갖는 이들을 위해 드리는 작은 조언이다. 첫 번째 ‘S’는 ‘멈춤(Stop)’이다. 명상하는 동안 마음 움직임에 대해 ‘이렇다저렇다’하는 판단 또는 분별을 내려놓는 것이다. 불교적으로 표현하자면 지나친 분석적 사고인 분별(分別)과 대상과 나를 구분하지 못하는 주착(住着)을 멈추는 것이다.

명상에 들어가면 곧바로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다리 모양은 이렇게 해도 되는지’, ‘호흡 길이는 길게 해야 하는지 짧게 해야 하는지’, ‘눈은 떠야 하는지 감아도 되는지’, 이런저런 생각으로 수행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명상은 ‘그냥(Just Do It)’ 하는 것이다.

몇 번을 다시 물어도 명상은 특정한 방법을 찾기 전에 ‘그냥 하는 것이 정답’이다. ‘이거다 저거다’하는 주객(主客) 분리의 분별심이 일어난 그 순간부터 이미 명상 시간은 망가지기 시작한다. 그러니 우선은 멈춰야 한다.

멈춤이란, 생각 그 자체를 멈추라는 의미가 아니다. 생각은 내 의지대로 멈추거나 흐르게 할 수 없다. 그저 흐르는 물처럼 생각을 자유롭게 내버려 두는 것이다. 강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으면 강물이 썩는 것처럼 강을 막아 돈을 벌어야겠다는 욕망을 멈추는 것이지 강 자체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다. 생각을 멈출 수 있다면 우리는 생명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목석이 되는 것이다. 멈춰야 할 것은 ‘무엇을 멈춰야 합니까?’라고 묻는 분별(分別) 하나면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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