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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토론과 폭탄주
오피니언

토론과 폭탄주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2/21 09:20 수정 2022.02.21 09:20
“토론이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토론 없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허문화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전 공동의장
며칠 전부터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도 코로나로 인해 2020년 총선 때처럼 비대면으로 선거를 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유세장 곳곳에서는 때아닌 인파가 몰려들어 유세장 열기를 후끈하게 달구고도 있다. 그러나 필자처럼 사람이 많은 곳을 기피하는 사람들은 SNS나 TV 토론을 보면서 후보들 공약과 정책, 비전을 가늠해 본다.

대통령 후보 법정 토론회는 공직선거법 제82조2 제4항에 따라 총 3번은 의무적으로 시행한다. 선거를 앞둔 2월 21일, 25일, 3월 2일에 경제, 정치, 사회 분야를 두고 토론회의 뜨거운 격돌이 예상된다.

역대 대통령선거를 보면 공직선거법에 준한 토론회 이외에 여러 번의 토론회를 개최해 국민 선택의 폭을 넓게 했다. TV 토론회가 처음 도입됐던 1997년 제15대 대선 때는 법정 토론회 이외에 무려 54번의 토론회를 개최했다는 기록이 있다. 이때 시청률이 55.7%로 역대 최다를 기록하며, 국민 절반 이상이 TV 토론을 시청했으며 신중하게 대통령 후보를 검증해 민주주의가 한 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제20대 대선에서는 법정 토론회를 앞두고 우여곡절 끝에 2월 3일 8시에 KBS, MBC, SBS 지상파 3사가 ‘2022 대선후보 토론’을 생중계했으며, 시청률 총합은 전국 가구 기준 39%로 역대 토론회 중 제15대 토론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만큼 대선 토론에 국민 관심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다.

2월 11일에는 종합편성채널 4개사(MBNㆍJTBCㆍ채널AㆍTV조선)와 TV 보도채널 2개사(YTNㆍ연합뉴스TV)가 동시 생중계한 4당 대선 후보 2번째 TV 토론회가 있었고, 시청률은 전국 가구 기준 21.3%를 기록했다. 이때는 같은 시각 지상파 3사가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 경기 등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생중계한 영향으로 시청률이 조금 저조했지만, 대선 토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여전히 높은 편이었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볼 수 있는 대선 후보들 간 토론은 일방적 연설이 아니기에 후보의 위기 대응과 정책, 자질, 비전 등에 대해 좀 더 촘촘하게 검증을 해 볼 기회고, 유권자로서 알 권리 충족의 장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요즘은 지상파뿐만 아니라 일부 편향적인 1인 미디어, 종편 등 다양한 매체가 TV나 유튜브를 통해 일방적이거나 혹은 왜곡된 정보를 유포하는 상황에서 제대로 팩트 체크를 하기 힘들다. 무작위로 노출되는 정보를 다 검토할 수도 없으며, 어떤 것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그나마 토론에서는 각 후보가 토론을 통해 자타가 사실관계를 검증하고, 잘못된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기 때문에 토론을 통해 정제되고 책임 있는 정보로 후보들을 평가하기가 용이하다. 또한, 토론에서 상대를 대하는 태도는 결국 후보들이 국민을 대하는 태도와도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번 대선 경쟁에서는 선거를 한 달 채 안 남기고 뜬금없이, 일방적으로, 이유가 애매한 상황에서 토론을 취소하거나 무산시킨 사례도 있었다. 지난 2월 8일 한국기자협회와 JTBC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토론회가 갑자기 편향성 논란과 무엇보다 특정 정당 후보가 건강상 이유로 토론회를 늦출 것을 요청해 무산됐다. 그런데 토론에 나오지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안 좋다는 후보가 제주도에서 선거운동을 왕성히 하고, 심지어는 기자들과 함께 폭탄주를 마시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됐다. 국민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토론이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토론 없이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처럼 토론은 후보 선택의 기로에 선, 특히, 부동층 국민에게 후보 검증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주기도 하며 자신의 미래 삶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대선 후보 TV 토론은 국민 앞에서 같은 주제, 같은 시간 등 동일한 조건에서 자신의 소신과 비전을 알려 국민에게 스스로를 선보이는 공정한 자리이기에 철저히 준비하고 나온 만큼 선명한 정책과 비전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대선에서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은 우리 삶뿐만 아니라 내 자녀들 미래까지도 5년을 책임질 사람을 선택하는 것인 만큼 중요한 변화를 이끌어낼 정치 참여의 열린 기회고, 국민의 당연한 권리다.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 시각으로 생산된 일방적 뉴스나 주장만 듣고 우리 삶의 나침반이나 지도가 될 사람을 선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유가 어떻든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 알 권리 침해이기도 하며, 투표권을 가진 유권자를 무시하는 처사다. 특히, 몸이 아파서 토론을 못 하겠다고 통보하고 토론 대신 그 시간에 소주와 맥주로 폭탄주를 마셨다는 것은 국민에게는 폭탄과도 같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대부분 후보가 상식을 이야기한다. ‘상식’을 사전에 찾아보면 ‘일반적인 사람이 다 가지고 있거나 가지고 있어야 할 지식이나 판단력’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국민이 토론 대신 폭탄주를 선택한 대통령 후보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판단이 과연 상식적이라고 생각할지 묻고 싶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토론 포비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선 후보가 토론을 두려워해서야 어떻게 국가를 이끌고 나가겠는가? 2월 21일 공직선거법에 준한 대선 후보 1차 토론회가 열린다. 많은 국민이 기대하고 지켜볼 것이다. 마타도어식 억지 가짜뉴스 말고 실력으로 실천할 수 있는 실한 후보를 토론을 통해 충분히 검증하고 현명하게 선택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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