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새 정부의 성공을 희망하며..
오피니언

새 정부의 성공을 희망하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4/05 15:42 수정 2022.04.05 15:42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는 280만표 이상을 앞섰지만, 선거인단에선 232명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미국 선거제도가 갖는 독특함 때문에 트럼프는 득표에선 졌지만, 306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힐러리 입장에서 보면 분통이 터질 만도 했지만, “트럼프가 우리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마음을 열고 그에게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합니다. 저는 그가 모든 미국인을 위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랍니다”고 말하며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줬다.

필자는 우리 역시 힐러리 정도의 대인배다움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필자는 비록 소인배에 불과하지만, 문재인 후보가 당선했을 당시에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랐고, 동일하게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 20대 대선에서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희망하고 있다. 윤석열 후보는 역대 두 번째로 적은 24만7천여표 차이로 당선했지만,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성공한 대통령이 돼야 국민의 삶이 나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의 현실은 힐러리에 비해 크게 급이 떨어짐에도, 적어도 이 지점에선 대등하다고 판단한다.

같은 맥락에서 “마음을 열고 그에게 나라를 이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 힐러리처럼, 우리 역시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당선자가 나라를 이끌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한다. 두 번째로 적은 표차에 주목해 그의 당선을 깎아내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역대 최대 득표에 주목하고, 선거 과정에서 약속한 것들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런 측면에서 필자는 이를 처음 지적한 금태섭의 대인배다움에 크게 감탄한다. 비판은 그다음에 해도 충분하며, 그럴 기회가 널려 있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 필자는 당선자가 모든 한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는 데 성공하기를 희망한다. 필자가 기억하는 모든 당선자는 적어도 처음엔 ‘지지자를 위한 대통령’이 아니라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필자는 대화와 토론을 통해 반대자를 설득하고 타협해,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하겠다는 당선자들 초심이 진심이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지만 선거 승리와 지지율 관리라는 선거공학이 우세하게 되면서 국민을 갈라치기 하며, 지지자를 위한 대통령으로 변해갔다고 판단한다.

하나 마나 한 이야기지만 갈라치기는 매우 나쁜 결과를 불러온다. 갈라치기는 반대자를 설득과 타협 대상이 아니라 악으로 규정해 극복 대상으로 설정한다. 이런 이유로 국민을 분열시켜 서로 다른 지지자들 사이에 증오의 골을 만들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지지자들을 우민화해 결과적으로 실패한 정부를 불러온다. 이는 한편으론 지지자들에게 맹목적 지지를 요구할 뿐만 아니라, 다른 한편으론 맹목적 지지자를 양산하는 데 성공할수록 이들에 대한 의존성이 강화돼 성찰과 반성을 하지 않는 피드백을 심화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진영논리가 지배적인 정치 지형과 정보화가 급격히 진행돼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한 온갖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상황이 결합하면서, 어떤 정부도 성공하기 어려운 정치 지형이 형성됐다. 임기 말로 갈수록 지지자를 위한 대통령이 돼 간 것은 이런 정치 지형이 불러온 결과로 판단한다.

이런 어려운 정치 지형이 존재함에도, 새 당선자는 이를 극복하고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됐으면 한다. 이는 당선자의 책무라고 판단한다. 필자는 민주주의란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이를 조정하고자 하는 정치 이념이라고 이해한다. 이런 측면에서 갈라치기의 유혹을 이겨내는 것은 훼손된 민주주의 이념을 복원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