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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석의 경제 산책] 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①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4/06 14:24 수정 2022.04.06 14:42

 

글 싣는 순서
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①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
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②신냉전의 경제적 결과
신냉전의 경제적 결과들: ③한국 정부, 무엇을 할 것인가?

 

남종석
경남연구원 연구위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 10여일을 지나고 있다. 러시아의 승리로 쉽게 끝날 것 같은 전쟁은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예상과 달리 지리한 공방만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무기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두 국가는 터키에서 4차 휴전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는 키이우 군사 공세를 크게 줄이고, 자치령인 돈바스와 루한스크 점령에 집중하고 있다.

협상은 러시아 요구대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지 않는 조건으로 유럽연합 가입을 인정하며, 크리미아반도는 러시아가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돈바스와 루한스크도 러시아 요구에 따라 중립지대로 두기로 할 예정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과 나토의 대리전(proxy war)이 계속되면서 세계는 크게 세 진영으로 나뉘었다. 러시아 경제 제재에 참여하는 유럽연합을 비롯해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미 동맹국, 경제 제재에 참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러시아를 지지하지도 않은 인도를 비롯한 비동맹세력, 그리고 러시아 제재에 반대한 중국, 베네수엘라, 북한, 벨라루스, 쿠바, 시리아 등 국가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서구동맹이 세계인구의 36%, 친러시아 진영이 31%, 비동맹세력이 31%이다. 한국 언론에서는 거의 모든 국가가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나토의 러시아 압박과 중국 봉쇄 전략(미-일-인도-호주 4개국 협의체)이 신냉전의 출발 지점이다. 러시아 패권주의가 존재하지만, 신냉전 유발에서 나토의 책임은 결정적이다. 2010년에 이르면 우크라이나를 제외한 동유럽 국가들(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폴란드, 루마니아 등)은 모두 나토 회원국이 된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러시아 서남부는 나토에 둘러싸이며 흑해에도 나토군이 진입하게 된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우크라이나에서 친러세력을 축출하고 우크라이나를 나토로 편입시켜 러시아를 봉쇄하고자 했다.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를 반대자로 만들지 않으면서도 자신들 영향권 안에서 조절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이 전략을 지속했다.

중앙에 있는 노란색으로 색으로 표시된 국가가 우크라이나다. [통계 플랫폼 STATISTA/자료 제공]

미국 입장에서 우크라이나는 장기판의 졸이다. 미국 민주당 국제전략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는 러시아를 영원히 유라시아의 지역 국가로 봉쇄하기 위해서는 우크라이라를 나토에 편입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2014년 친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를 쿠데타로 축출한 유로마이단 과정에서 미국은 매우 깊숙이 개입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구체화하면 러시아가 침공할 가능성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2009년 현 CIA 국장 윌리엄 번스는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콘돌리자 라이스에게 보낸 보고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대해 푸틴뿐만 아니라 러시아 정ㆍ관계 인사 대부분이 위협으로 느끼며, 이것은 전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했었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 전략을 주도했고, 실제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 침공 가능성은 이미 유로마이단 이후 크리미아반도 점령, 우크라이나 동부 2개 주 점령과 자치정부 수립에서도 나타났었다. 당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두 번에 걸친 민스크협정을 통해 평화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이 협정을 계속해서 어긴 것은 우크라이나 정부군이나 정부군이 허용하고 있던 친나치 우익민병대 아조브군단이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파견한 군사 전문가들이 우크라이나군과 아조브군단을 훈련시켰다.

유럽에 근거를 둔 「유럽 안보와 협력기구(OSCE)」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있기 전, 우크라이나는 12만2천명의 군대를 동원해 돈바스와 루한스크에서 지속적인 군사 분쟁을 일으키고 있었다. 러시아의 공식 침공 논리 가운데 나치군단 해체와 돈바스-루한스크 해방이란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무력화해 분쟁을 없애겠다는 의도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국제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그를 논하기 전에 우리가 알아야 할 사실은 우크라이나가 나토와 러시아 중간지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러시아 요구를 일관되게 무시한 것은 미국과 나토였다는 점이다. 유럽은 미국을 쳐다만 보고 있었다. 미국 네오콘들은 자국에서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에너지원을 러시아에 의존하지도 않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휘말리든 그렇지 않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브레진스키 식으로 표현하면 우크라이나는 ‘거대한 체스판의 졸’이기 때문이다. 졸이 죽든 말든 그게 무슨 상관인가? 이 냉정한 현실주의가 나토 제국주의의 얼굴이다.

지금 미국 언론이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는 비극을 극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이 모든 역사적 과정을 망각하고 기만하는 술책이다. 더불어 미국 언론이 철저히 국가 언론 보도 방침에 따른 결과다. 다수 한국 언론이 미국 언론의 태도를 답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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