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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배우고 때 없이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오피니언

배우고 때 없이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4/12 16:24 수정 2022.04.12 16:24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얼마 전부터 함께 공부하는 모임에서 『논어』를 읽고 있다. 원문을 읽을 수준은 못 되고 아주 쉽게 풀이한, 그러나 쉽지만은 않은 해설서를 보고 있다. 내가 논어를 논한다면 너무 주제넘은 일이고, 다만 ‘배움’과 관련해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첫 한 구절과 잔잔한 울림을 주는 우리 이웃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배움’으로 시작하는 『논어』의 첫 편 첫 구절은 다음과 같다.(「학이편」 제1장)
‘배우고 때 없이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

야합(野合)이라고 일컬어지는 출생 과정, 3살 때 부친을 여의고 무녀인 편모슬하에서 성장, 모친을 여읜 17살이 되도록 부친 묘소가 어딘지를 몰랐다는 등 기록으로 미뤄 볼 때 공자의 어린 시절은 불우했으며, 따라서 하고 싶다고 해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은 아니었을 것이다.

공자 당신도 ’나는 젊은 시절 신분이 미천했기 때문에 이일 저일 가리지 않고 하다 보니 재능이 많아졌다‘라고 피력한 바 있다.(「자한편」 제4장) 15세에 학문에 뜻을 둔 소년 공구(孔丘)의 채울 수 없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훗날의 성인 대성지성문선왕(大成至聖文宣王) 공자를 만들지 않았을까.

며칠 전 우리 지역신문에 80세에 학업의 꿈을 이룬 할머니 대학생 기사가 실렸다. 기사에 의하면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초등학교 3학년이 정규 교육의 전부인 이정자 할머니는 못 배운 것이 못내 한스러워 70이 넘어서 다시 공부를 시작해 초ㆍ중ㆍ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쳐 올해 대학교에 입학했다.

50~60대에 당뇨로 심각한 건강 문제를 겪었던 할머니는 당신처럼 건강에 어려움에 있는 이들을 돕고 싶어 동원과기대 ‘스포츠재활운동학부’에 입학했다. 할머니는 학교 갈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한다.

내가 아는 60대 중반 한 지인은 어려운 가정사로 인해 초등학교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중ㆍ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쳤다.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강렬했지만, 삶의 무게 또한 녹록하지 않아서 50이 넘어서야 오랫동안 별러왔던 방송대학교에 입학했다.

못다 했던 공부와 원수진 것같이 싸워서 수석으로 졸업하고, 환갑이 넘어서 대학원도 마쳤다. 자신같이 배움을 좋아하는 이들을 돕고 싶었는데, 관계되는 일을 하고 있어서 매우 행복스럽다고 한다.

코로나 전에 양산시청소년지원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검정고시 지도를 한 적이 있다. 그때 들은 이야기로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이 학교 폭력이나 비행 등 이유는 생각보다 많지 않고 대안학교나 유학을 위해서, 검정고시로 학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도 좀 있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것은 학교생활에 지쳐서 무기력하게 생각 없이 그냥 그만두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한다. 어쨌든 우리 청소년들이 학교를 떠나는 것이 곧 학업 중단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 양산은 평생학습도시다.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원하는 학습을 즐길 수 있다. 제공되는 학습의 종류는 인문, 교양, 역사, 문화, 외국어, 문해, 서예, 체험, 탐방, 요가, 노래, 춤, 악기, 공예, 상담, 심리치료, 레크리에이션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우리 시민도 누구나 공자가 될 수 있다. 배우고 익히는 것(學習)이 즐겁다면 적어도 이때만큼은 곧 공자다.

양산시평생학습센터의 ‘찾아가는 한글교실’, ‘행복학습센터’, 지역 내 대학교의 ‘시민평생교육’, 행복교육지원센터의 ‘행복마을학교’, ‘미래교육지원센터’, 시립중앙도서관을 비롯한 각 도서관과 시립박물관, 양산문화원, 양산평생교육원 등 각종 시민강좌, 체험과 탐방 프로그램, 어르신을 위한 ‘경로당 활성화 프로그램’,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이뿐 아니라 양산시립중앙도서관에 등록된 각 지역 70여곳의 작은도서관, 양산행복교육지구의 250여명 마을교사가 있고, 메깃들마을학교, 해오름인문학교실, 로컬애전 등 자생적인 학습단체 모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배움의 장이 있다. 원하는 곳으로 출장 강의를 하는 ‘평생학습 배달강좌’도 있다. 요점은 누구든 원하기만 한다면 배움의 기쁨을 맛볼 기회는 끝없이 많다는 것이다.

주제에 논어를 읽는다고 허풍을 쳤으니 내친김에 공자 앞에 문자 한번 써보자. 이 글에 맞는 사자성어를 꿰맞추면 志在有逕과 夢想成眞. 풀이는 독자들께 맡긴다. 어떻게 풀이하든 다 옳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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