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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운항선박과 경상남도 조선산업..
오피니언

자율운항선박과 경상남도 조선산업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5/03 10:38 수정 2022.05.03 10:38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육상교통에서 자율주행자동차가 자동차산업 지각변동을 불러올 게임체인저로 개발되고 있듯이, 해상운송에서도 이에 버금가는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 자율운항선박 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자율운항선박은 흔히 무인선박과 동일한 것처럼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자율주행자동차처럼 자율운항선박 역시 인간 개입 없이 완전 자율로 운항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율운항선박이 인공지능 주도의 ‘자율’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무인선박은 ‘무인’에 강조점을 두고 있기에 엄격하게 구분하면 차이가 존재한다.

개발 시기 측면에서 보면, 무인선박은 2차 대전 중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해 1944년부터 개발해 1954년 기뢰 제거를 위해 실전에 투입했다면, 자율운항선박은 무선통신기술과 ICT기술 발전 배경 아래서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개발해 왔다. 또한, 개발 배경 측면에서도 무인선박이 기뢰 제거처럼 인간이 작업하기 어려운 특정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개발했다면, 자율운항선박은 인간 과실에 의해 발생하는 해상사고를 줄이고, 인건비 절감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해운업계 이해관계와 기술혁신으로 조선업종 장기불황을 타개하고자 하는 조선업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개발하고 있다. 시장 규모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2016년 기준 66조원에서 2025년엔 18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그렇다면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어느 정도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선박수주량 측면에선 2020년 기준 819만CGT를 기록해 세계 조선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자율운항 기술개발은 유럽 조선해양기자재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유럽은 2012년부터 조선해양기자재업체, 정부기관, 해운사, 대학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율운항선박 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행해 왔는데, 핀란드의 ‘바르질라’, 노르웨이의 ‘콩스버그’, 영국의 ‘롤스로이스 마린’ 등과 같은 기업이 이 분야 주요 리더들이다. 특히, 노르웨이의 콩스버그는 트럭운송이 야기하는 온실가스 배출에 대응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전기로 구동하는 소형 자율운항선박 YARA Birkeland를 개발하고 있다. YARA Birkeland는 2022년부터 시험운항을 할 예정인데, 연간 약 4만회에 달하는 육상운송을 대체할 경우 90% 정도 운영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이 산ㆍ학ㆍ연ㆍ관 중심으로 개발하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대형 조선 3사(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를 중심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대형 조선 3사는 자율운항선박에 대해 기술혁신을 통해 중국의 추격을 물리치고, 선박 고부가가치화를 이룰 기회로 간주해, 이에 대한 개발을 주도해 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인공지능 기반 항해지원시스템을 개발해 2020년 벌크선에 탑재한 바 있으며, 대우조선해양은 2016년 무인항해시스템을 개발했고, 삼성중공업은 2021년 2척의 선박이 자율적으로 충돌을 회피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정부 역시 2020~2025년까지 1천603억원을 투입해 선원 없이 원격제어를 통해 운항하는 선박기술을 개발하고, 2030년까지 완전 자율로 운항할 수 있는 기술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처럼 조선업종에서도 인공지능기술과 통신기술을 융합한 거대한 기술 패러다임 변화가 알게 모르게 진행됐으며, 우리나라 역시 선도국가를 추격하기 위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조선산업 중심인 경상남도 상황은 어떨까? 경상남도는 2019년 광업제조업조사 기준 종사자 수의 36.0%, 출하액과 부가가치의 49.3%를 차지해 우리나라 전체 조선산업에서 가장 핵심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 조선 3사가 해양이라는 지리적 요인 때문에 경상남도와 울산에 입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조선산업 미래를 좌우할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과 관련해선 전혀 그렇지 못하다. 2020년 기준 대형 조선 3사와 거래 관계에 있는 경상남도 440개 조선 관련 기업 업종별 현황을 살펴보면, IT 관련 업종은 물론 첨단기술산업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ICT기술과 관련한 신산업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고, 조선산업마저도 연구개발기능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물론, 경상남도 조선산업은 제조 역량에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조선업종이 갖는 입지적 특성 때문에 종사자 수 측면에선 여전히 우위에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렇지만 자율운항기술 관련 산업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부가가치 창출 능력에선 한계가 뚜렷할 것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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