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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비밀의 의무’와 ‘알 권리’ 사이..
오피니언

‘비밀의 의무’와 ‘알 권리’ 사이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5/09 10:44 수정 2022.05.09 13:28
이제는 시민의 시간이다

허문화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전 공동의장
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에 치르는 선거라 대선 영향을 받을지, 역풍을 맞을지 무척 민감하게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플랭클린 아담스는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선거에 나오는 후보 대부분 도대체 저 실력으로 선거에 나오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 가는 사람이 넘쳐나고 전과 경력이 화려한 사람도 꽤 있다.

이번 양산시장 선거에 후보로 나온 한 예비후보자는 음주 경력은 물론 대기환경보전법 위반에 공무집행방해 전과가 있는 사람도 있었다. 또한, 시의원 후보로 나온 사람 중에는 업무상횡령은 물론, 6년 안에 음주운전 전과가 3회 연달아 있는 사람, 가택침입 등 다양한 범죄 경력이 있는데도 컷오프되지 않고 공천 경쟁에 나왔다. 시장이든 시의원이든 당선되는 순간 정무직 공무원이 되는데 공무집행방해, 업무상횡령까지 한 자가 선거에 후보로 나와 시민 앞에 선다는 것은 고양이 앞에 생선을 맡기는 형국이 아닐까 싶다.

불과 두 달 전에 치러진 대선에서 후보의 전과 경력을 그렇게 문제 삼은 사람들이 이제는 자신의 당 시장 예비후보 전과 경력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의아스럽기도 했다. 또한, 대선에서 후보 부인의 몇십만원 법인카드 사용을 두고도 온갖 논란을 만들고 조롱 영상까지 밴드에 유포했는데, 시장 시절 업무추진비를 유용한 사실이 버젓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나왔음에도 그런 후보에 대해서는 지지 정당 내에서도 입도 뻥긋 안 하고 있다.

전국이 다 시끄럽지만, 필자가 사는 양산의 경우 어느 당 시장 공천 과정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했다. 총 7명의 후보자가 등록을 마쳤고, 경남도당 공천심의위원회에서 면접을 봤으며, 그중 몇 명은 컷오프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컷오프 발표가 나기 전에 후보들에게 전혀 알리지도 않고 일부 후보들만 대상으로 시민 적합도 조사를 했다. 적합도 조사 기관이나 일정은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비공개로 한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까지 한 상황에서, 어떻게 알았는지 적합도 조사에 언급된 일부 후보들은 적합도 조사에서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문자를 보내거나 SNS상에 홍보했다. 이들은 자신들이 컷오프가 안 됐는지 어떻게 알고 미리 홍보했을까? 누구에게는 비공개, 누구에게는 공개하는 것이 ‘공정성을 위한 비공개 원칙’, 즉 비밀의 의무인가?

대부분 후보는 몇백만 원씩 돈을 내고 공천 심사를 받는다. 그 공천 심사는 공천심의위원들에게만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뽑을 유권자인 시민에게도 받아야 한다. 그래서 후보들이 여론 조사 등에 필요한 돈까지 감안해서 큰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처럼 모든 후보는 동등하게 시민 적합도 조사를 받을 수 있음에도 일부는 그 기회는 박탈당한 채 자신이 컷오프됐는지조차도 모르고 며칠을 보내는 황당한 사태까지 왔다. 결국, 일부만을 위한 적합도 조사를 통해 자신이 그 적합도 조사에서 이름이 제외됐다는 것을 알고 컷오프된 것을 뒤늦게 알게 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이곳 양산은 임기를 마치는 문재인 대통령이 와서 살 곳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번 민주당 양산시장 경선 과정을 지켜보며 기회는 일부에게만 주어진 불평등이었고, 과정은 밀실 깜깜이로 불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와 거리가 멀었다는 것을 양산시민이라면 다 느꼈을 것이다.

공천 과정에서 많은 시민이 알 권리 차원에서 적합도 조사 결과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경남도당 공천심의위원회에서는 ‘비밀의 의무’를 지키기 위함인지는 모르나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적합도 조사 과정 전에 그들이 말하는 비밀의 의무는 일부 후보에게만 ‘잠금 해제’됐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명확하게 세 명의 후보가 자신들의 적합도 조사에 응해 달라는 문자나 홍보성 게시글을 올렸기 때문이다.

시민이 분노하는 것은 누가 컷오프나 공천이 되고 안 되고 문제가 아니라 과정상 문제, 균등하지 못한 기회의 박탈, 일부에게는 ‘잠금 해제’하는 비밀의 의무 등에 대한 불공정성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공당의 비밀의 의무가 시민의 알 권리보다 더 우선시됐다는 것이다.

양산시민의 삶이 달린 선거다. 결정도 양산시민이 하게 된다. 그런데 양산 인구 36만 중 2% 조금 안 되는 정당 당원과 지역위원장들, 그리고 양산의 실정을 전혀 모르는 경남의 공천심의위원들에 의해 양산을 이끌고 갈 인물이 결정된다는 것은 시민 위에 정당이 군림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누가 봐도 참신하고 청렴한 인물이거나, 아니면 과정이라도 정의로워야 하는데 모든 과정이 안갯속이었다.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선택해야 하는 시민의 선택은 배제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일부 시민은 말한다. 될 사람이 아니라 돼서는 안 될 사람을 배제부터 하고 남아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이번 지방선거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시민의 알 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결국, 투표 주체는 시민이고, 시민이 참여한 조사라면 그 데이터는 어떠한 경우라도 반드시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일부에게만 공개하는 ‘비밀의 의무, 누구의 비밀을 지키기 위한 ‘비밀의 의무’인지 묻고 싶다.

지금부터 선거 당일까지는 오롯이 투표권이 있는 시민의 시간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 후보가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하는 것이다. 백성은 군주를 물 위에 띄우기도 하지만 언제든지 뒤집어엎을 수 있는 강물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국민이 하는 정치의 가장 기본이 투표다. 최소한 내가 사는 지역에 어느 정치인이 어떤 공약으로 나오며 그가 걸어온 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고 투표장에 간다면 우리는 배를 띄울 수도, 엎을 수도 있는 강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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