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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철 시인과 책 숲 산책(散冊)-31] 내가 신고 있는 신발이 가지는 의미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2/05/27 10:09 수정 2022.05.27 10:09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 엘리자베스 세멀핵

이기철
시인
2008년 12월 14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일어난 헤프닝. 하지만 단순 웃음거리가 아니라 전 세계가 이 일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날은 미국과 이라크 간 안보협정 체결을 한 기념으로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서 현지 한 방송기자가 부시에게 신발을 던졌다. 그는 이 일로 국가 원수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9개월 옥살이를 했다.

아랍에선 신발을 던지는 행위는 ‘너는 나보다 못한 존재’라는 표시다. 가끔 아랍지역에서 열리는 스포츠 경기, 특히 축구 경기장에서 본 장면. 자국 산수들이 형편없는 경기를 펼칠 때마다 신발 세례를 받아야 했다.

신발은 누구나 신고 다니는 바닥을 지켜주는 존재다. 이 바닥을 건드리는 일, 현재가 아니다. 오래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에는 ‘바타신발박물관’이 있다. 4천500년 전 신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모아둔 1만3천여점 신발이 전시돼 있다. 이 박물관 수석 큐레이터인 엘리자베스 새밀헉이 쓴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는 땅을 딛고 서거나 걸을 때 발에 신는 물건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특정 제품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역사와 문화, 당시 경제, 사회 분위기를 가감 없이 전달한다.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 책 표지.

총 5부로 구성된 내용은 모든 걸 알려주려는 장황보다는 가장 중요한 면만 써뒀다. 1부는 히피나 심플 라이프족이 즐겨 신은 ‘지저스 샌들’. 2부는 카우보이, 오토바이 폭주족, 스킨헤드족이 애용하는 부츠, 3부는 천박, 기만, 섹슈얼을 다 합쳐 욕먹기도 하지만 이른바 ‘추앙’받는 하이힐, 4부는 ‘건강한 기독교 운동’이라 치부하며 발목을 단단히 잡은 스니커즈에 대해 설명한다. 아쉬웠는지 5부, 마지막은 신발 역사와 산업화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하는 서비스를 해준다. 전체를 따진다면 꽤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는 셈이다.

신발 하나가 가진 역사는 그리 좋은 기억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사건에는 항상 신발이 이슈였다. 3천 켤레 구두를 가졌다는 이멜다부터 ‘악마는 프라다를 신는다’는 비아냥을 받은 최순실까지. 더해서 욕도 ‘이런 신발 끈’으로 통한다.

‘풍속의 역사’라는 걸출한 작품을 남긴 에두아르트 푹스. 각 시대 풍속을 민중 시선에서 바라본 유럽 최초 과학 역사서다. 이 책은 이미 인류 지적 자산으로 평가받았다.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도 따지고 보면 그 연장선에 있다. 복장(服裝), 연애, 결혼, 사교, 매춘, 종교, 사회 제도 등 안 건드린 부분이 없다. 그중 하나 3권, ‘색의 시대’에서 언급하는 신발. 모두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 ‘하이힐’만 말해도 충분하다.

하이힐(high heeled shoes)은 육체 과시라는 점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배가 들어가고 가슴이 도드라지게 한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몸을 뒤로 젖히게 되는 자세는 엉덩이가 튀어나와 풍만함을 맘껏 과시하게 했다. 굽 높은 구두는 스페인 무어인 여자들이 신었던 목재로 만든 굽 높은 신발이 시작이었다는 견해가 인정받고 있다.

단순히 키를 크게 보이려는 목적만 있었던 게 아니다. 남성들이 착각하는 ‘성적 매력’은 그들만이 만든 리그였다. 시대 상황도 한몫했다. 당시 도로는 열악했고 외출을 하려면 오물투성이 길거리를 감당해야 했다.

가르니에 동판화, ’도랑이 된 도로를 건너는 청춘 남녀‘.

빼어난 작가 가르니에 동판화를 보면 당시 상황이 우스꽝스럽지만 심각함이 노출된다. ‘도랑이 된 도로를 건너는 청춘 남녀’란 제목이 붙었지만, 사실은 오물이 넘치는 시내 시궁창에서 연인을 둘러업고 건너는 장면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여인이 신은 신발은 ‘하이힐’이다.

높은 구두는 더러움을 피하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당당함과 여성 지위를 스스로 높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오히려 에로틱한 힘으로 남성 사회를 지배했고 최고 지위를 누리는 시대도 있었다. 남성은 예나 지금이나 착각 속에 사는 셈이다. 여성은 겉으로만 자신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신발, 스타일의 문화사’를 읽었거나 읽게 된다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점 하나.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일은 그동안 역사 연장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새 신을 신고 뛰어 보자 팔짝’이나 ‘솔 솔 솔 오솔길에 빨간 구두 아가씨, 똑 똑 똑 구두 소리 어딜 가시나’고 묻거나 ‘개나리 노란 꽃그늘 아래/ 가지런히 놓여있는 꼬까신 하나/ 아기는 사알짝 신 벗어 놓고/ 맨발로 한들한들 나들이 갔나/ 가지런히 기다리는 꼬까신 하나’는 그저 노래가 아니라 시대가 담겼고 사연이 있다.

오늘 당신은 어떤 신발을 골라 신고 나가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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