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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양산의 관문 물금역’ 특별전..
오피니언

‘양산의 관문 물금역’ 특별전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6/07 11:52 수정 2022.06.07 11:55

전대식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물금을 한자로는 ‘勿禁’이라고 쓴다. 말 물에 금할 금, 한자로는 ‘금하지 말라’는 뜻이요, 우리말로는 ‘물로 그은 금’이다. 물금의 지명 유래로는 ①이곳은 옛날 신라와 가야 국경지역으로, 전쟁이 나더라도 ‘이곳만은 서로 통행이나 교역을 금하지 말자’고 해 이름 지었다. ②‘물고미’에서 나온 말로서 고미(구미)는 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을 말하는데, 황산강이 굽이쳐 흐르는 곳이라 해 ‘물금’이 됐다. ③황산강이 곧 두 나라 국경선이므로 물로 그은 금이라는 뜻이다. ④이곳은 황산강 하류로서 큰물이 자주 나는 곳이라 수해가 피해 가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물금(=水禁)이라고 했다. ⑤물과 철이 풍부한 곳이어서 물금(=水金)이라고 했다는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지명 유래가 다양한 만큼 사람 사는 이야기도 다양하고, 따라서 스토리텔링도 풍부하다. 물금지역 옛 이름은 황산(黃山)인데 옛 문헌에서는 황산하, 황산진, 황산역 등으로, 지금은 ‘황산로’, ‘황산공원’, ‘황산베랑길’ 등으로 그 흔적이 남아 있다. 물금의 오봉산 일대는 가야시대에 철광산이었는데, 이곳에는 언제나 벌겋고 누런 녹물이 흘러내려서 황산이라 했다고 한다.

지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예전 관아 자리에는 지금도 관공서가, 교육기관 자리에는 지금도 학교가, 종교 관련 터에는 지금도 종교시설이 들어서 있는 것을 흔히 본다. 물금역이 그렇다. 물금은 700리 낙동강 수로와 1천리길 영남대로 육로가 어우러진 교통 요지로 황산역이 있던 곳이다. 조선시대 황산역은 16개 속역을 거느리고 사통팔달하던 영남지역 최대 역참이었다. 1896년 근대적인 통신제도와 도로ㆍ교통체제에 밀려 역제가 폐지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던 황산역은 1905년 경부선 철도 개통과 함께 물금역으로 부활했다.

1905년 1월 1일 영업을 개시한 보통역 물금역은 1939년 역사를 이전ㆍ신축했고, 지금 역사는 2003년 신축했다. 현재 1일 편도 40편(상ㆍ하행 각 20편)의 무궁화호와 ITX-새마을호가 정차한다. 10여년을 힘써온 시민 숙원인 KTX 물금역 정차가 지난 4월에 확정돼 확장공사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물금지역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서 KTX 물금역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때맞춰 양산시립박물관에서는 4월 26일 ‘양산의 관문 물금역’ 특별기획전을 개막했다. 7월 24일까지 90일 동안 열리는 특별전에서는 물금의 어원, 황산역과 물금역, 경부선과 물금역, 일제강점기 물금역, 물금광산과 물금역, 영화 배경 물금역, KTX와 물금역, 핫플레이스 서리단길과 물금역 등 양산의 관문 물금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양하게 조명하고 있다.

옛 물금역 모습. [양산시/사진 제공]

전시물 중에는 1905년 제작된 ‘한국교통전도’와 강점기에 제작된 한국, 일본, 만주의 철도지도, 당시 통도사 관문이기도 했던 물금역을 소개한 조선총독부 철도국 발행 여행안내서 등 희귀자료, 역무원이 쓰던 전호등, 후구등, 통표, 개표 가위와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기차표도 있다.

전시된 자료의 많은 부분이 시민 협조로 수집된 것들인데, 그중 1930년 발행된 지도의 한 부분인 물금역전 번화가 약도가 눈길을 끈다. 물금우체국, 상서면사무소, 물금공립소학교, 양산수리조합 등 공공기관과 와타나베(渡辺)재목점, 와타나베여관, 고모리(小森)상점, 마쓰노(松野)운송점 등 일본인 가게가 늘어서 있다. 예나 지금이나 역세권은 역세권인가 보다.

물금광산 이야기도 빠트릴 수 없다. 1916년 일본인 광산업자에 의해 채굴이 시작됐는데, 해방 후에는 1960~80년대 양질의 철광석을 채굴해 인천제철과 포항제철에 공급하고 일본에 수출도 했다. 운송은 물금역에서 화물열차를 이용했음은 물론이다. 고대 철의 왕국 가야에 철광석을 공급한 것도 물금광산을 포함한 오봉산 일대 광산으로 추정된다.

관람객을 위한 포토존으로 옛 역사 외벽 모습과 자갈 깔린 철로와 플랫폼을 재현해 놓았다. 입장할 때 받은 ‘양산시립박물관→물금역‘ 열차승차권은 개찰구 통에 넣지 않고 기념으로 가져가도 된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난생처음 보는 신기한 승차권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배우 윤정희의 농협적금 포스터와 지엠코리아의 시보레자동차, 동양정밀의 OPC 선풍기 광고 포스터 앞에서는 잠시 추억에 잠겨볼 수 있다. 거기다가 옛 역사 벽에 붙은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산아제한 표어 앞에서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우리 양산시민이 KTX를 타기 위해서는 울산역(20km)이나 부산 구포역(14km)으로 가야 하지만, 내년 초부터는 보통역에서 KTX 정차역으로 격상된 물금역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시와 시민의 격도 함께 높아지는 기분이다. 물금역은 KTX 정차로 양산의 관문에서 부울경 메가시티의 관문으로 중추적인 역할이 기대된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확장공사 와중에 현재 양산에 몇 안 되는 근대유산 하나가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금역 한편에서 일제의 철도를 통한 수탈의 역사를 말없이 말하고 있는 옛 조역장 관사 이야기다. 근대유산 등록이 논의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 건물과 함께 있던 옛 물금역장 관사가 도로 개설로 인해 철거된 적이 있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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