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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대응, 어떻게 될 것인가? 새뮤얼슨 vs 프리드만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7/11 15:34 수정 2022.07.11 15:34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지난 7월 5일 통계청에 따르면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0%나 상승했다고 한다. 2020~2021년엔 전년 대비 각각 0.5%, 2.5%였던 점을 감안하면, 최근 물가상승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총 458개 항목 중 지출 비중이 높아 소비자들이 민감하게 느끼는 144개 품목만을 대상으로 한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7.4%나 오를 정도로 높다. 품목별로 보면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교통비 상승이 압도적으로 높고, 음식과 숙박,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음을 차지하고 있어, 에너지와 먹거리가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사람들이 경험적으로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사실을 확인시켜준 데이터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그러면 이 현상을 우리만 겪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세계 주요 국가 역시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다. 물가상승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에너지와 곡물 가격 상승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세계 최대 에너지(원유와 가스) 수출국 중 하나이고, 우크라이나는 세계 곡창지대인 점을 감안하면, 이 사태가 단기에 끝나지 않는 한 에너지와 먹거리를 해외에 크게 의존하는 나라들이 단기에 이를 회피할 방법은 없다.

이는 데이터에 그대로 나타나는데, 주요 국가의 상황이 우리보다 더 심각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9.2%나 상승했고, 지난 5월에만 하더라도 전년 동월 대비 미국과 EU가 각각 8.6%, 8.8%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세계적 시각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지만 다른 나라의 고통이 더 심각하다는 사실은 물가상승이 야기한 실질소득 하락과 이자율 상승이라는 고통에 어떤 위로도 제공하지 못한다. 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미국이 이자율을 올리면 우리나라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딱히 위로받을 일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경우 아직까진 물가상승과 불황이 동반된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6월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자 세계경제 성장률 예측을 4.1%에서 2.9%로 대폭 하향하고, 1970년대에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그렇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적어도 올해 우리나라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이 2.7%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는데, 이는 잠재성장률(생산요소를 정상적으로 가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최대 성장률)보다 높기 때문에 불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가 선방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는 코로나19가 약화하면서 그동안 억눌려 있던 소비 수요가 회복해 세계경제 침체에 따른 수출 감소 충격을 완화한 덕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 충격에 대해 우리 사회는 향후 어떻게 대응하게 될 것인가? 앞서 언급한 바 있듯이 우크라이나 사태가 빨리 끝나지 않는 한 에너지와 곡물 공급망 교란에 대해 우리 정부가 단기에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필자는 세계 최고 경제학자 새뮤얼슨과 프리드만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상반된 처방을 소개함으로써 우리 사회 대응에 대해 전망해보고자 한다.

새뮤얼슨과 프리드만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두 경제학자는 정치적으로 정반대 위치에 있던 라이벌로, 비슷한 시기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 석학이다. 정치적 입장을 프리드먼 분류에 따라 나눠보면, 새뮤얼슨은 진보적 자유주의자에 속하며, 자신은 자유 지상주의자에 해당한다. 보수적 자유주의가 아니라 자유 지상주의로 명명한 것은 자유를 인간이 추구할 궁극의 가치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은 인간의 본질을 자유에서 찾았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이유로 자유에 따른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고, 자기 삶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람들은 국가에 의존해선 안 된다고 믿었다.

반면, 새뮤얼슨은 빈곤이 인간의 자유를 속박한다고 간주해 빈곤퇴치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강조했다. 이런 이유로 소득재분배 정책이 자유를 위해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사유재산권 제한 역시 불가피하다고 봤다.

두 거장의 정치적 신념 차이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제적 대응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새뮤얼슨은 앞서 언급했듯이 인간의 자유를 가로막는 것은 빈곤이기 때문에 인플레이션보다 실업이 더 위험하다고 봤다. 빈곤퇴치와 인플레이션이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새뮤얼슨은 국가가 실업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정책과 저금리정책을 통해 총수요를 증대시키면 물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용증대에 따라 노동자들 협상력이 강화되면, 임금인상 요구가 쉽게 관철되기 때문에 임금 비용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이 뒤따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럼에도 새뮤얼슨은 “물가 상승률이 연 5% 이하로 꾸준히 유지되는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봤다. 완전고용을 달성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인플레이션은 이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적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인플레이션은 소득을 쉽게 올릴 수 없는 빈곤층이나 연금소득자처럼 고정된 수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집중시키고, 자국 상품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반드시 이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이자율을 높여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는 것보단 세금을 더 늘리는 방법을 선호했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입한 계층에 큰 타격을 주지만, 그렇다고 정부가 담당해야 할 지출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세금을 더 걷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공지출을 늘려야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믿었다.

반면, 프리드먼은 “인플레이션은 언제 어디서나 화폐 현상”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통화량 관리가 중요하다고 봤다. 프리드먼은 새뮤얼슨식 총수요 확대정책은 일시적으론 실업률을 떨어뜨리는 데 효과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실업률엔 아무런 효과도 주지 못하면서 물가만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판단했다. 예컨대 총수요 확대를 통해 물가가 상승하면 실질임금이 하락하기 때문에 기업은 고용을 늘리지만, 단기에 노동자들은 이에 대응하지 못한다. 이런 이유로 일시적으론 물가가 상승하더라도 실업률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노동자들 역시 물가가 상승한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므로 물가상승에 상응하는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기업은 고용을 줄이는 것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물가만 상승하고, 고용이 줄기 때문에 실업률은 원래 위치로 복귀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새뮤얼슨식 저금리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총수요를 확대하기 위해 이자율을 낮춰 통화량을 증가시키면, 이자율이 낮은 상태를 유지하는 단기엔 대출이 확대되고, 투자가 증가해 총수요를 증가시키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그렇지만 통화가 증가하면 결국 물가상승을 야기하므로, 사람들은 예상된 물가에 맞춰 이자율을 올리는 것으로 대응한다. 예컨대 물가상승률이 3%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돈을 빌려주는 사람은 추가로 3% 이자를 요구하며, 돈을 빌리는 사람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프리드먼의 논리를 수용할 경우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선 이자율 관리를 통해 통화량을 적정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 이자율을 올려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미국의 대응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많은 국가가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응은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5월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이 4.5%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는데, 세뮤얼슨식으로 말하면 이 정도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재정 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다. 그렇지만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좋든 싫든 우리나라는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어느 정도 이자율 상승을 경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코로나19로 대출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었던 소상공인 등과 같은 취약계층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만약, 물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한다면 불가피하게 이자율을 더 상승시켜야 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재정 지출 확대에도 제한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 결국 물가상승 정도와 이를 감당하고자 하는 우리 사회 합의 수준에 따라 새뮤얼슨식 처방이 우세할 수도 있고, 프리드먼식 처방이 더 선호될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경우에도 인플레이션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 수단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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