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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학제 개편과 사회적 합의..
오피니언

학제 개편과 사회적 합의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8/08 10:24 수정 2022.08.08 10:24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겠다는 학제 개편안을 두고 여러 논란이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가 복잡하고 어려운 이유는 적어도 교육 문제만큼은 모든 사람이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경우 해당 분야를 전공한 소수를 제외하면 알기 어렵기 때문에 전문가들 견해를 존중하며, 배우고자 한다. 그렇지만 교육 문제만큼은 그렇지 않다. 거의 모든 국민이 당사자들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 대해 나름대로 지식과 견해를 가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적어도 교육 분야만큼은 전문 연구자라 하더라도 명함을 내밀기 어렵다.

이 점은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필자는 교육 분야에 대한 연구자가 아니고, 만 5세에 입학하게 될 자녀를 둔 당사자도 아니지만, 단지 학부모라는 이유 때문에 학제 개편안에 대해 우려한다. 학제를 개편하려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논의의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이미 기존 학제에 대한 강한 이해관계가 형성돼 있어, 이를 바꾸기 위한 여정이 만만치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매일경제(2022년 7월 31일)에 따르면 2019년 OECD 38개국 기준 만 5세에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나라는 영국ㆍ아일랜드ㆍ호주ㆍ뉴질랜드 4개국이며, 27개국이 만 6세에 입학하고, 핀란드ㆍ스웨덴 등과 같은 7개국은 만 7세에 입학한다고 한다. 이 통계에 따르면 많은 국가가 만 6세에 입학하지만, 만 5세에 입학하는 나라도 4개국이나 존재한다. 이런 이유로 만 5세에 입학한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대단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볼 근거는 약하다고 판단된다. 필요하다면 현재 만 6세에 맞춰진 교과 내용을 만 5세에 맞게 개편하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동아일보(2022년 8월 1일)에 따르면 만 5세에 입학하는 학제 개편안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돼, 노무현 정부에서도 추진했었고, 이명박 정부에서도 검토됐다고 한다.

그런데도 학제 개편이 실행될 수 없었던 이유는 교육계의 강한 우려 외에도 무엇보다 우선 학부모들 불안을 해소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당장 문제가 되는 것은 만 5세와 만 6세 아이들이 같은 학년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한 해에 만 5세 아이들이 25% 정도만 순차적으로 들어가더라도 4년 동안 다른 연령의 학생들이 입시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데, 1세 많은 아이와 경쟁해야 하는 1세 적은 아이를 둔 학부모 걱정이 태산이다. 만 5세 아이들에게 1년 차이는 매우 크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1세 많은 아이와 대등한 학교생활이 가능한가는 더더욱 의문이다. 여기에다 경쟁하는 학생들이 한 해에 25%나 더 늘어난다는 사실 때문에 1세 많은 아이를 둔 학부모들 마음 역시 편치 못하다.

사회적 합의가 가능해지려면 학제 개편을 찬성하는 세력이 형성돼야 한다. 그래야만 기존 학제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설득해 타협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아직 취학하지 않은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 중 어느 쪽도 학제 개편을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이 다른 연령의 학생들이 섞여서 발생하는 문제 외에도, 1년 먼저 입학했을 때 발생할 돌봄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도 필자는 학제 개편 논의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출산 대책으로 시작됐든, 학부모들 육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시작됐는지와 무관하게 논의가 열려 있다면, 논쟁 과정에서 현재 교육시스템과 육아와 관련한 시스템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더욱 나은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학부모를 비롯한 관련 이해당사자 간 치열한 논쟁이 진행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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