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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코로나를 견뎌온 모든 학교 급식종사자들에게 찬사를 보내며

양산시민신문 기자 mail@ysnews.co.kr 입력 2022/08/12 16:47 수정 2022.08.12 16:47
효암고등학교 급식종사자의 경주 남산 트레킹
학교 급식소와 공양간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

박소정
효암고등학교 영양사
집에서 하루 세끼 밥을 먹는 은퇴자나 실업자를 흔히 ‘삼식이’라고 일컫는다. 끼니마다 하루하루 눈칫밥을 먹는 ‘삼식이’의 가련한 처지가 ‘식이’라는 어감과 조화를 자아내며 씁쓸한 웃음을 주는 신조어다. 다행히 ‘삼충이’라는 공격적인 표현으로까지는 발전하지 않았다. 그런데 입장을 뒤집어 보면, 하루 세끼를 해대는 사람도 그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다. 식사 후 상을 치우고 설거지하고 잠시 숨을 돌리면 다시 점심때가 돌아오고, 상을 물리기 무섭게 저녁 반찬거리를 걱정해야 한다. 그것도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지난 몇 년은 위태로운 줄타기의 연속이었다.

기숙사를 보유한 경남 양산시 효암고등학교는 하루 세끼를 급식하는 이른바 ‘삼식 학교’다. 중식 750여명분을 비롯해 조식과 석식을 합하면 모두 1천여명분을 훨씬 웃도는 하루 공양을 책임진 이들은 모두 11명. 효암고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7년째 근무 중인 나를 포함한 2명의 영양사와 9명의 조리종사자가 급식소를 지키며, 빠듯한 인력 속에서 그야말로 숨돌릴 새 없이 효암고의 ‘공양 보살’ 역할을 해왔다.

효암고는 여름방학이 막바지에 이른 12일, 급식종사자를 위한 ‘요리조리 힐링캠프’를 열고 그동안 노고를 위로해 줬다. 오전에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 ‘마음을 다치지 않는 유쾌한 공동체 생활’을 주제로 연수를 하고, 오후에는 경주 남산 삼릉골을 트레킹하면서, 지상에서 불국을 지향한 신라와 고려의 부처님 흔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준 것.

효암고등학교 급식종사자 경주 남산 트래킹. [효암고/사진 제공]

불교 수행자들이 말하는 발우(鉢盂) 공양은 각자에게 알맞은 밥그릇인 바리때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식판에 각자 음식을 담는 자율 배식인 셈이다. 여기에 국과 물, 찬을 담는 그릇이 더해지면서 식사 규율은 사뭇 엄격하다. 식사 속도는 타인과 맞추며, 음식은 귀천 없이 평등하게 나누고 남기지 않으며, 공동체 화합을 생각하면서 공양해야 한다. 동시에 음식을 위해 수고한 모든 이와 바람 한 점, 햇빛 한 줄기, 비 한 방울 등 이 음식을 만들어 낸 자연에까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발우 공양이 행해지는 불자들 공양간은 학교 급식소를 연상시킨다. 또, 학교와 공양간은 음식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삼식이’가 존재하지 않는 상호 존중 장소라는 사실도 사뭇 유사하다.

이날 트레킹한 남산 삼릉골은 다양한 불상과 이에 얽힌 전설들이 숱한 세월 속에 수놓아져 일상에 지친 이들의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작은 정토(淨土)였다. 신라의 미소라고 불리는 아미타불은 천년의 세월 동안 그 미소를 지켜왔으며, ‘미스 신라’로 손꼽히는 마애관음보살입상의 입술에는 살짝 붉은 빛이 감돌아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이 중 선각육존불의 ‘석가 삼존’은 아미타불 좌우에 두 명의 보살이 무릎을 꿇고 손에 꽃이 담긴 쟁반을 미소와 함께 공양하는 모습이 바위에 조각된 불상이다. 오랜만에 급식소를 떠나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 종사자분들의 미소, 밥 짓는 어머니의 미소가 서로 겹쳐 떠올랐다.

효암고등학교 급식종사자 경주 남산 트래킹. [효암고/사진 제공]

짧은 여름방학이 끝나면 이제 곧 개학이다. 급식소 검수장에는 냉동, 냉장 탑차가 줄을 잇고, 검수와 전처리, 그리고 조리와 배식, 뒷정리가 하루에 세 번씩 되풀이될 것이다. 15년이 넘도록 효암고에서 일한 중년의 조리사는 여전히 온화한 미소를 잃지 않고 배식할 것이다. 학창 시절 이분에게 음식을 배식받던 아이는 이제 영양사로 모교에 와, 하루하루 식단을 짜내는 데 골몰하고 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은 현장 실습을 위해 모교 급식소를 우선 찾는다. 학창시절 추억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달에는 유독 이들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지난 4년간 공식 일정이 없을 때면 급식을 자원했던 교장 선생님은 ‘효암고가 서창동의 맛집’이라고 매번 치켜세웠다. 나는 조리사 한 명이 코로나에 걸릴 때면, 다른 말이 없어도 새벽에 출근해서 늦게까지 조리장을 정리하던 그 마음씨가 모여 코로나를 이겨냈다고 믿는다. 경주 남산의 보살과 모든 학교의 급식종사자들 얼굴이 겹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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