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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송철호의 사기 열전 2] 달(月)이 차기 전에 물러나는..
오피니언

[송철호의 사기 열전 2] 달(月)이 차기 전에 물러나는 지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8/18 09:49 수정 2022.08.18 09:49

송철호
고전문학 박사
1. 
세상에 공을 세운 사람은 많아도 말년이 편안했던 사람은 드물다. 그런데 큰 공을 세우고 지위와 명망이 높았는데도 말년이 평안했던 사람이 있으니 그가 채택이다. 채택은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남으로써 말년이 편안했다.  

채택은 연(燕)나라 사람으로 지략이 풍부했다. 여러 곳에서 유학했고 여러 나라 왕들에게 유세했다. 진나라 소양왕 52년 재상 범수가 추천한 정안평과 왕계가 죄를 범했다는 소식을 듣고 진나라로 들어가 범수에게 사퇴할 것을 권고했다. 범수가 이를 받아들여 채택을 소양왕에게 추천해 객경(客卿)이 됐고, 얼마 뒤 병을 핑계로 재상 직위를 내놓은 범수를 대신해 재상이 됐다. 재상이 된 채택은 진나라를 위해 많은 공을 세웠다. 후일에 다른 사람이 모함하자 채택은 곧바로 재상에서 물러났다. 진나라에 10여년 동안 머무르면서 소양왕과 효문왕과 장양왕과 진시황까지 섬겼다.  

2.  
채택이 범저를 찾아가서 나눈 이야기는 유명하다. 진나라에서 재상 자리에 있으면서 큰 공을 세워 왕의 신임이 두터웠던 범저가 채택의 말을 듣고 스스로 재상 자리를 그만두고 채택을 진의 재상이 되게 했기 때문이다. 당시 채택은 조나라에서 쫓겨나고, 한나라와 위나라로 가는 도중에 강도를 만나서 밥 짓는 도구까지 빼앗긴 상태였다. 내용이 길어서 압축하여 제시한다. 채택은 범저에게 이렇게 말했다. 

“상군은 진 효공을 위해 법령을 다듬어 사악의 뿌리를 막고, 공적의 많고 적음에 따라 상을 내리고, 죄의 크고 작음에 근거해 벌을 주고, 도량형을 통일하고 시장을 조절했으며, 논밭 사이 이랑을 정돈해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풍속을 바로잡았습니다. 백성들에게 농사를 장려하고 토지를 충분히 이용해 집집마다 농사에 있는 힘을 다하게 하되 다른 쓸데없는 일이 농사에 방해가 되지 않게 했습니다. 이렇게 농사에 힘을 쏟아 식량을 비축하고 병사들을 훈련시키니 전쟁 때마다 땅을 넓혔고, 전쟁이 없을 때는 나라가 부강해졌습니다. 이렇게 진나라는 천하무적이 돼 밖으로 위신을 세우고 진나라의 공업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공업을 다 세우자 결국 상군은 사지가 찢기는 형벌을 받았습니다. 

오기는 초 도왕(悼王)을 위해서 법령을 제정하고 대신의 힘을 약화시켰으며, 무능하고 쓸모없는 신하를 내치고 중요하지 않은 자리를 줄였으며, 사적인 청탁을 물리치고 초나라 풍속을 하나로 만들어 백성들이 놀고 즐기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농업을 장려하고 군대를 훈련시켜 남으로 양월(楊越)을 되찾고 북으로 진(陳)나라와 채(蔡)나라를 아우르고 연횡이나 합종의 정책을 포기해 유세를 일삼고 다니는 책사들 입을 막았으며, 당파 짓는 일을 금하고 백성들을 격려해 초나라 정국을 안정시키니 군대는 천하에 용맹함을 떨치고 제후들을 굴복시켜 공업을 이룩했습니다. 그러나 끝내는 능지처참의 형벌을 받았습니다. 

대부 종은 월왕을 위해 깊고도 심오한 계책을 세워 회계에서 나라가 망하는 위험을 모면하게 했으며, 멸망할 나라를 되살림으로써 치욕을 영예로 바꾸었습니다. 황무지를 개간하고 마을을 다시 세웠습니다. 땅을 개간해 곡식을 심고, 사방 인재들을 이끌고 상하의 힘을 모아 현명한 구천을 도와 부차에게 당한 원수를 갚고 강대한 오를 멸망시킴으로써 월나라를 패주로 만들었습니다. 그 공훈은 너무 두드러졌고, 사람들도 다 그를 믿었습니다. 그러나 구천은 끝내 은혜를 저버리고 그를 죽였습니다. 

이 세 사람은 공업을 완성하고 물러날 때에 물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화를 당했던 것입니다. 이제 진나라가 바라던 일은 이뤄졌고, 군의 공은 이미 극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물러나지 못하면 바로 상군, 오기, 대부 종과 같은 처지가 됩니다. 저는 옛 책에는 ‘공을 이룬 곳에는 오래 머물지 말라’고 했습니다. 저들 세 사람이 받은 재앙을 군께서 왜 또 이어받으려고 하십니까? 군은 어째서 이 기회에 재상에서 물러나 다른 유능한 사람에게 물려준 다음 바위 밑에서 살면서 물가의 경치를 구경하면서 살려고 하지 않으십니까? 만일 지금의 지위를 떠나는 것이 아까워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신다면 틀림없이 그 세 사람과 같은 화를 당할 것입니다. 『역경』에 ‘끝까지 올라간 용은 뉘우칠 날이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오르기만 하고 내려올 줄 모르고, 뻗을 줄만 알고 굽힐 줄을 모르며, 나아가는 것만 알고 돌아설 줄을 모르는 사람을 비유한 말입니다” 

응후는 “좋은 말씀이오, 나 역시 ‘욕심을 부리며 그칠 줄을 모르면 그 욕심부린 것마저 잃고, 차지하기만 하고 만족할 줄 모르면 가진 것조차 잃는다’는 것을 알고 있소이다. 다행히 선생께서 내게 가르침을 주셨으니 삼가 그것을 따르겠소.”라고는 채택을 안으로 맞아들여 상등 빈객으로 우대했다. 

며칠 뒤 범저는 조정에 들어가 진 소양왕에게 채택을 추천했다. 진 소양왕이 채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눈 다음 매우 만족해 그를 객경에 임명했다. 응후는 이 기회에 병을 핑계로 재상의 도장을 반납했다. 소양왕은 응후에게 일을 계속 맡도록 했으나, 응후는 병이 심하다며 사양했다. 이렇게 해서 범수는 재상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소양왕은 채택의 새로운 계책을 듣고 만족해 그를 진나라의 재상에 임명했다. 채택은 동으로 주나라 땅을 차지했다. 채택이 진나라 재상이 된 지 몇 달 뒤 누군가 그를 모함했다. 채택은 죽임을 당할까 두려워 병을 구실로 재상의 도장을 반납했고, 소양왕은 강성군에 그를 봉했다.  

3.  
채택은 범저에게, 태양은 높이 솟았다가도 곧 서쪽으로 기울고, 달도 차면 곧 기운다고 하면서 누구나 정점에 이르면 곧 쇠락하는 것 천지 만물의 보편적 법칙이라고 했다. 나아가고 물러나고, 굽히고 펴는 것을 아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오르기만 하고 내릴 줄을 모르고, 뻗을 줄만 알고 굽힐 줄을 모르며, 나아가는 것만 알고 돌아설 줄 모르는 사람의 결말은 비참하다고 했다. ‘성공신퇴(成功身退)’ 또는 ‘성공자거(成功者去)’라고 한다. ‘공을 이룬 사람은 물러나야 한다’는 뜻으로, 공을 이룬 사람은 그 시기를 알고 물러나야 근심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는 때가 있고, 사람마다 소용이 있다. 소용함이 있으니 자리에 오를 수 있고, 소용이 다 하면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올바르다. 오늘날에는 자기에게 맞든 맞지 않든 자리 욕심 너무 많고, 일단 자리를 차지하면 내려올 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 중에 상군이나 오기 같은 능력을 지니고 그만한 공을 세운 사람은 드물 것이다. 상군과 오기 같은 삶도 물러나야 할 때 물러나지 않아서 그 말로가 비참했다. 그저 범저와 채택의 경우를 살펴 현명하게 처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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