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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복잡한 이해관계자 그리고 정치의 역할..
오피니언

민주주의와 복잡한 이해관계자 그리고 정치의 역할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09/06 13:20 수정 2022.09.06 13:20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얼마 전 우리 사회는 초등학교 입학 연령 문제를 둘러싸고 큰 논란을 겪은 바 있다.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바꾸겠다는 학제 개편안에 대해 많은 사람이 우려를 표명했고, 필자 역시 지난 지면을 통해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지난 지면에서 필자는 만 5세 입학이 교육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만 6세에 입학하는 시스템을 둘러싼 강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난제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런 이유로 학제 개편이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이와 관련한 치열한 논의가 선행돼 이해관계자들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필자는 학제 개편 논의 과정에서 교육부가 제안한 초등전일제 정책이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판단한다. 초등전일제란 초등돌봄교실 운영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고, 방과 후 프로그램을 다양화하는 정책을 말한다. 교육부는 올해의 경우 돌봄 운영 시간을 7시까지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내년에는 8시까지 연장해 2025년까지 이를 모든 학교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아이 돌봄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필자 경험에 따르면 교육부의 이 정책은 돌봄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아울러 늦은 저녁까지 일해야 할 경우 놀이방 등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었던 경험을 생각하면, 사교육비를 절감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되리라 판단한다. 한겨레신문(2022년 8월 12일)에 따르면 학부모들 역시 초등학생 돌봄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 대안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렇지만 이 정책을 모든 이해관계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강한 이해관계자들 가운데 하나인 교사들은 이 정책을 꺼리는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신문(2022년 8월 12일)에 따르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초등전일제 학교는 아동 행복은 고려하지 않은 비교육적 아동학대 정책”이며 “교육을 위해 설계된 학교시설은 돌봄과 쉼을 보장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교육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초등전일제 확대라는 입장만 내세우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학교와 교사에게 돌봄 업무를 짐 지우는 식의 초등전일제 운용에 분명히 반대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 필자는 초등전일제가 아동학대 정책이며, 학교가 돌봄을 담당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교육단체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주장의 맥락을 이해하고, 교육단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를 반드시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또한, 초등전일제 시행이 교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리라는 우려 역시 반드시 해소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한다. 이 정책이 성공적으로 안착하려면 가장 강한 이해관계자인 교사들 적극적 도움이 반드시 요구되며, 학부모들 이해관계가 중요한 것과 마찬가지로 교사들 이해관계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 제도를 확대하기 앞서 이해관계자들 간 치열한 논쟁이 선행돼, 이와 관련한 이해관계가 조정됐으면 한다. 민주주의는 어느 개인이나 집단의 이해관계가 선험적으로 더 우위에 있다고 가정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한 지난한 과정을 필수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 과정을 정치라고 판단한다. 비록 이를 조정하는 것은 복잡하고 어렵지만, 그럼에도 정치를 회피해선 안 된다고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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