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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규명은 철저히, 책임과 대책은 확실히, 그럼에도 결과..
오피니언

진상규명은 철저히, 책임과 대책은 확실히, 그럼에도 결과론적 해석에 반대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11/08 11:07 수정 2022.11.08 11:07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필자는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대규모 참사에 정부와 지자체가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진상규명을 철저히 하고, 참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 그렇지만 누구나 쉽게 말하는 예고된 참사라는 식의 결과론적 해석엔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이런 식의 비판은 진실도 아니며, 공동체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각자 몫을 회피하고 비난할 대상을 찾는 데 사회적 역량을 집중하도록 만든다. 결과적으로 이런 시도는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왜 그러한가? 결과론적 해석은 모든 참사를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이를 야기한 공동체의 적을 찾아 비난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야기했다면 그보다 나쁜 공동체의 적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대응은 공동체의 분노를 안고 장렬하게 전사할 희생양을 찾아, 공동체의 분노를 삭이는 데 성공할 순 있어도 결과적으로 참사를 막기 위한 근원적 대안 마련을 방해한다. 근원적 대안은 언제든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비범하지 못한 평범한 사람도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예고된 참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왜 참사를 막기 위한 노력을 사전에 하지 않고 방조했는지 묻고 싶다. 필자는 예고된 참사였다는 식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참사 전 이를 알리기 위해 노력했다는 보도를 본 적이 없다. 몇몇 방송사는 10만명 이상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기에 경찰이 대비하고 있다고 말하며, 이태원 핼러윈 행사를 적극 홍보하기까지 했다. 이 방송 어디에도 인파의 운집이 야기할 수 있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며, 이를 촉구하는 경고를 본 적이 없다. 만약 예고된 참사가 진실이라면 형식 논리적으로 보면 이를 홍보하는 데 집중한 방송사는 참사를 증폭시킨 원흉일 수밖에 없다. 물론, 필자는 예고된 참사를 믿지 않기에 방송사가 참사의 원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고 원인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지 않았지만, 경찰의 부실대응과 소방당국의 철저한 대응이 일부 밝혀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경찰 대응은 이상하리만치 부실하고, 그에 비해 사고에 대처하는 소방당국 대응은 놀라울 정도로 기민하다. 진상조사가 나오지 않아 조심스럽긴 하지만, 아마도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대응하는 경찰과 지자체가 소방당국처럼 유능했다면 참사를 예방하거나, 사고가 발생했더라도 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어느 누구도 사전에 참사를 예상하지 못했고, 그것이 참사를 야기한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한다. 필자와 주변 지인들 경험은 이를 뒷받침한다. 과거 필자는 부산 남포동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여해야 했다. 아이에게 좋은 경험을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혀 크리스마스 축제가 열리는 남포동에 끌려간 것이다.

그런데 필자와 같은 생각을 했을 듯한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이면서 인파 사이에 몸이 압착 당한 체 인파가 움직이는 데로 떠밀려 가는 아찔한 순간을 겪어야 했다. 이러다 넘어지기라도 하면 밟혀서 큰일 나겠다는 두려움에 떨며, 어떻게든 그 자리를 무사히 벗어나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이는 필자만의 경험이 아니다. 행사를 기획하는 일을 담당한 지인 역시 유사한 경험을 토로했다. 주최측이 명확해 행사에 대비한 경우조차 수많은 인파가 몰려 몸이 압착 당하는 아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되돌아보면 언제든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지만, 우연히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기에 행사가 끝난 후 어느 누구도 적극적 문제의식을 갖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는 경찰의 부실한 대응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한다. 사후적으로 판단해 보면 경찰이 유능하게 대응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사람이 압착 당할 정도 행사를 흔하게 경험했지만, 우연히 사고가 없다 보니 안이하게 대응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만약 사람들이 운집해 특정 밀도를 넘을 경우 자동으로 행정력이 개입할 수 있는 매뉴얼이 미리 갖춰져 있었다면, 현장에 출동한 경찰 역시 매뉴얼 대로 유능하게 대응했을 것이라 판단한다.

정리하면, 필자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원인에 우리 공동체가 이런저런 차원에서 관여돼 있다고 판단한다. 정부는 진상조사를 철저히 하고, 참사에 따른 책임 또한 명확히 해야 한다. 그렇지만 결과론적 해석을 바탕으로 희생양을 찾아내어 비난을 집중하려는 시도엔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 비범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상황에 처했을 때, 유능하게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드는 데 사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만 두 번 다시 참사가 발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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