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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이태원 참사, 박근혜 정부보다도 못한 윤석열..
오피니언

[빛과 소금] 이태원 참사, 박근혜 정부보다도 못한 윤석열 정부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11/15 17:30 수정 2022.11.15 17:30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매년 11월 1일이면 가톨릭에서는 ‘만성절’이라고 하는 절기를 지킨다. 이름 그대로 가톨릭이 정한 모든 성인을 추모하는 날이다. 이날이 신앙적으로 아주 의미 있기에 오스트리아와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등은 법정 공휴일로 지키고 있다. 그리고 만성절 전날을 ‘핼러윈’으로 즐기는 풍습도 생겨났다. 만성절이 성인을 추모하는 날이라면 그 전날은 고인이 된 일반 성도들을 추모하는 날로, 자신의 가족이 묻힌 묘지로 찾아가 촛불을 밝혀 기도하며 그 영혼을 위로하며 추모했던 것이다.

핼러윈 풍습은 미국으로 건너가 점점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만성절 전날에는 한을 품고 죽은 영혼들이 복수하기 위해 떠돌아다니다 무서운 가면을 쓴 사람을 보고 놀라 도망쳤다는 전설이 추가되면서, 아이들이 가면을 쓰고 집집마다 다니며 사탕을 얻는 형태의 놀이로 변해갔다. 그러다가 가면 놀이가 청년들에게 옮겨가더니 핼러윈 데이는 청년들이 가면을 쓰고 즐기는 축제가 되기 시작했고, 이것이 우리나라에 전파됐다. 처음에는 이태원에서 유학생들과 외국인 몇몇이 모여 재밌게 놀던 것이 점점 확산해 지금은 수많은 젊은이가 모여 축제를 벌이게 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 핼러윈 데이는 축제가 아니라 참사의 현장이 돼버렸다.

자기 생명은 먼저 자기가 지켜야 한다. 그런데 혼자 힘으로 되지 않을 때 가족과 공동체 도움을 받아야 하며, 이를 넘어서는 상황일 땐 국가가 나서야 한다.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의무이며, 국가가 존립해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 사명을 위임받은 것이 정부다. 그런데 이번 이태원 참사 현장에 그런 정부는 보이지 않았다.

매년 진행되던 핼러윈 축제가 코로나 때문에 잠시 조용했다가 작년에 다시 열렸다.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했기에 안전을 책임질 기관들이 모여 재난 안전대책을 미리 세웠다. 이태원의 지리적 특성과 이전 행사 때 어느 시간대에 어느 장소로 시민이 몰렸는지 면밀하게 데이터를 추출했다. 그래서 어떤 곳은 일방통행으로 설정하고, 또 어떤 곳은 차량이 정차하지 못하도록 했으며, 지하철 역시 무정차하도록 했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정복 경찰을 배치해 통행 흐름을 제한했다. 그리고 소방대원들 역시 비상상태로 대기했고, 공무원들도 행사가 안전하게 진행되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별 탈 없이 핼러윈 축제는 젊은이들이 즐기는 새로운 문화 트랜드로 자리 잡아갔고, 이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된 것은 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데 올해는 정부가 그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올해는 거리두기도 폐지됐기에 작년보다 더 큰 인파가 몰릴 것은 자명했다. 그래서 상인들은 수개월 전부터 관련 기관에 대책 마련을 요구했고, 이로 몇 차례 관계기관이 모여 대책을 논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가장 중요한 시민 안전대책은 세우지 않고 끝났으며, 자체 인력으로는 상황을 수습할 수 없다고 판단한 지역 경찰서에서 인원 보강을 요청했지만, 안전관리보다 마약 단속 경찰관이 더 많이 배치됐다고 한다.

그리고 당일 예상대로 엄청난 인파가 이태원에 몰렸다. 그런데 이곳을 찾은 시민은 당황한다. 왜냐하면 이전까지 자신들 안전을 보장해줬던 안전장치가 이번에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후 6시께부터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 사고 위험이 있고, 또 어떤 곳은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서 있는 채로 압사할 지경이라는 112 신고가 빗발쳤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사고가 일어났다. 무려 158명이 사망했고, 중상자 30명, 부상자 포함 30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런데 사고 이후에도 정부는 보이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사고를 당했는지 인적 사항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았고, 참사로 희생당한 분들 시신도 제대로 수습하지 않았다. 실제 현장을 찍은 사진을 보면 정말 피가 거꾸로 솟는 참담함이 밀려오는 상황이지만, 언론에는 제대로 공개되지 않았다.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관을 만들었지만, 여기에 희생자의 영정사진도 위패도 놓이지 않았다.

더 참담한 것은 국민 안전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발뺌하기 바빴다. 그 시간 대통령 행적도 묘연하고, 국무총리와 행안부 장관 그리고 용산구청장, 경찰청장과 용산경찰서장 행보는 마치 사건을 수수방관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참사에 대한 책임 여론이 높아지니 이제는 당시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을 진두지휘하며 한 생명이라도 더 살리려 애쓴 용산소방서장과 용산소방서 팀장급 관계자들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어떻게 된 것인지 대한민국 언론은 꿀 먹은 벙어리 모양 조용하다. 도리어 주요 외신이 사고 원인을 추적 보도하고, 희생자 명단을 파악하며, 현장 상황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영국 BBC는 대한민국 정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정부의 부재에 대해 일침을 가했고, 미국의 CNN은 “이런 무시무시한 교훈을 배우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156명의 젊은 사람들 목숨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일입니까?”라며 비통해했다. AP통신은 ‘수년 만에 다시 발생한 국가적 참사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국민적 의혹은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정부의 준비 부족이 대중의 충격을 분노로 바꾸게 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자연재해가 아니기 때문에 피할 수 있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외신은 한결같이 이번 이태원 참사는 정부가 인파에 대비하지 않은 인재라고 입을 모으며,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책 마련과 재발 방지 방안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전 세월호 참사 때 국민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한 실체와 국민 생명과 안전을 등한시하는 모습, 사후 수습 과정에서 보인 무책임한 태도에 분노했고, 이것이 마침내 탄핵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현재 우리는 박근혜 정부보다 더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의 실체를 경험하고 있다. 많은 이가 정부를 믿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의 시대’라고들 말한다. 우리는 지금 그런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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