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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을 경남 주력산업의 기회로..
오피니언

탄소중립을 경남 주력산업의 기회로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12/13 10:23 수정 2022.12.13 10:27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탄소중립’이란 대기 중 인간 활동이 배출한 탄소가스를 지구가 모두 흡수해 더 이상 탄소 농도가 증가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 따르면 현재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약 1℃ 상승했다고 하며,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30~2050년 사이 약 1.5℃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만약, 이를 저지하지 못하면 인간이 거주하는 대부분 지역에 극한과 고온이 발생하며, 일부 지역은 호우와 가뭄에 시달릴 것이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한 폭염과 이에 따른 빈번한 산불,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로 강남 일부가 물에 잠긴 사건 역시 이에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1.5℃ 상승이 야기할 결과가 어느 정도일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국제사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모든 나라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합의했고, 2021년 COP에선 2050년 탄소중립이 실현될 수 있도록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을 발표하고, 12월엔 이를 위한 계획을 UN에 제출한 바 있다. 이후 2021년 12월 새로 제출한 상향안에 따르면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약 40%에 달하는 엄청난 양을 감축해야 한다.

이처럼 국제사회 합의에 따라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인간 활동은 좋든 싫든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며, 저탄소 산업으로 전환 또한 불가피하다. 환경부는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을 6억7천960만톤으로 추정하는데, 이중 에너지 부문이 86.9%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전기와 열 생산 32.7%, 철강ㆍ화학 부문 22.1%, 수송 부문이 14.4%를 차지하고 있어, 탄소 배출을 극적으로 감축하기 위해선 경제활동 주력에 해당하는 전력ㆍ제조업ㆍ수송 부문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경남도 상황을 살펴보면 2018년 기준 총배출량의 거의 절반(48.8%)을 에너지 부문(공공전기와 열 생산, 석유 정제, 고체연료 제조와 기타 에너지산업, 기타로 구성)이 차지하는데, 이 중 93% 이상이 전력 부문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하동(8기)과 삼천포(6기)에 총 14기 석탄발전소가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경남도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단계적으로 이들 발전소를 폐쇄하고, 탄소가스 배출량이 적은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문제는 석탄발전이 100% LNG 발전으로 대체되더라도 석탄을 하역하고 운반하며, 발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 등을 제거하는 과정이 LNG 발전엔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석탄발전 대비 30~40%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여기에다 석탄 화력발전과 관련된 주변지역 지원금 등이 감소하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남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문제에 대해 직업 전환과 직무 전환 등을 통해 대응할 예정이지만, 그럼에도 이들 부문에 대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탄소중립에 따른 에너지 전환이 경남 주력산업에 경제적 충격만을 야기할 것인가? 앞서 언급했듯이 석탄ㆍ석유 등과 같은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에 의존하는 산업 부문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인데, 경남 주력산업은 이들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탄소중립에 따른 기존 주력산업 위축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에너지 전환이 야기한 재생에너지 보급 가속화는 기존 주력산업이 도약할 새로운 기회의 창 역시 제공하고 있다.

REN21(Renewable Energy Policy Network for the 21st Century)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신규 발전설비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83%에 이를 정도로 재생에너지 보급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데, 이를 주도하는 것은 태양광과 풍력이다. 태양광발전설비는 2020년 누적 기준 760GW에 달해 2010년 누적 대비 약 19배나 증가했고, 풍력발전설비 역시 2020년 누적 기준 743GW에 달해 2010년 누적 대비 약 4배나 성장했다.

여기서 경남 주력산업과 관련해 주목할 부분은 해상풍력이다. BNEF(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에 따르면 해상풍력은 2035년까지 2020년 누적 설비 기준 약 11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해상풍력은 바다에 건설하는 특성상 건설비용이 육상보다 클 수밖에 없기에 육상풍력에 비해 전주기 발전단가가 비싸다. 그럼에도 육상에 비해 풍속이 높고 균일해 이용률(설비용량 대비 발전량)이 LNG 발전과 유사(태양광 15%, 육상풍력 22%, LNG 발전 40%)할 정도로 높은 것은 물론 입지 제약이 작아 육상에 비해 대규모 단지 조성이 용이하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를 획기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긍정적인 점은 해상풍력이 경남 주력산업과 매우 큰 관련이 있다는 점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시스템 외에도 터빈을 장착하기 위한 타워가 필요하고, 타워를 떠받치는 하부구조물이나 부유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남 주력제조업(조선ㆍ기계ㆍ철강)과 연계성 역시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고용유발효과가 육상풍력의 약 4배, 태양광의 약 1.2배나 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른 발전원에 비해 크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해상풍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타워와 하부구조물에선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고 있는데, 하부구조물의 경우 이미 2년치 일감을 확보했을 정도로 경쟁력이 높다. 여기에다 해상풍력이 증가하면서 대당 2억달러가 넘는 풍력발전기 전용설치선 시장이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이 모두가 경남 주력기업이 세계 최고 경쟁력이 있는 주력업종과 관련된 분야다.

그렇지만 해상풍력 핵심에 해당하는 터빈시스템을 주도하는 것은 Siemens-Gamesa(독일-스페인), Vestas(덴마크), GE리뉴어블에너지(미국) 등 미국과 유럽 기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15MW급(약 2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 풍력터빈 시제품을 이미 개발하고 있지만, 경남 주력기업은 8~10MW을 개발하는 수준이다. 15MW급은 2030년 개발 완료가 가능할 정도로 기술격차가 존재한다. 말하자면 경남 주력기업은 이 분야에선 추격자에 해당한다.

이는 그동안 재생에너지 보급에 관심이 낮아 기술을 축적할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국내 시장에서 축적한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데, 그동안 풍력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는 국내시장 자체가 형성되지 않아 기술을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풍력발전의 경우 발전단가가 석탄발전 대비 2배, 원자력발전 대비 3배 이상 높아 정부 투자가 없다면 시장이 형성될 수 없었던 상황에 기인한다.

늦었지만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정부부터 대규모 해상풍력단지를 전국에 건설하기로 함에 따라 풍력터빈을 개발하는 경남 주력기업은 기술을 축적할 기회를 갖게 됐다. 경남 주력기업은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세계 최고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만약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건설과 관련된 지역 어민과 갈등을 순조롭게 해결해 풍력단지 조성이 순항한다면, 이 분야에서도 경남 주력기업은 선진 기업을 추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리라 판단한다. 에너지 전환이 야기한 위기가 지역 경제를 성장시키는 새로운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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