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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송철호의 사기 열전 5] 측근을 다스리는 법,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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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철호의 사기 열전 5] 측근을 다스리는 법, 손자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2/12/26 14:06 수정 2022.12.26 14:06

송철호
고전문학 박사
1.
요즘 가끔 듣는 말 중에 측근이 있다. 측근은 ‘곁에서 가까이 모시는 사람’이다. 정치 지도자는 대부분 저마다 측근이 있다. 지도자 귀를 독점함으로써 측근은 일정 영향력을 갖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측근은 지도자의 사적인 사항이나, 보통이라면 알 수 없는 사항까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지도자를 공갈하거나 협박하는 일도 있을 수 있다. 반대로 지도자 외에 유일하게 비밀을 알고 있는 자로서 자신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어둠 속에 묻혀 버릴 수 있다고 해 지도자 대신에 자살을 강요당하거나 죽임을 당하는 일도 있다. 측근에는 여러 가지의 타입이 있지만, 지도자 성격에 따라 측근의 모습도 상당히 다르다.

측근은 지도자 곁에서 모시는 사람이라는 글자 그대로의 의미대로면, 아무런 문제가 될 수 없으니 지금처럼 측근 정치라는 말이 회자 되지는 않을 것이다. 측근이란 말이 문제가 되는 것은 측근 정치 때문이다. 측근 정치는 측근에 의해서 이뤄지는 정치다. 측근 정치라는 말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중에 잠시 유행했던 말에 십상시라는 말이 있었다. 십상시는 중국 후한 말 영제 때 정권을 잡은 열 명의 중상시(中常侍)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은 모두 환관으로, 황제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못하도록 주색에 빠지게 만들고 정권을 농단했다. 이후 십상시는 군주 최측근으로서 정권을 농단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됐다.

측근 정치는 명백한 통치조직이 체계화되지 않았던 전근대적인 정치체제에서 발생하기 쉽다. 측근 정치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있다. 권력자에게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크세노폰의 『참주론』에 등장하는 히에로는 “군주는 자신 앞에서뿐 아니라 사방에서 적을 보고 있다”고 고백한다. 권력자는 신뢰할 수 있는 인간을 발견하기 힘들다. “임금은 아내와 아들도 믿을 수 없다. 그러니 그 밖에 다시 믿을 만한 사람이 있겠는가?” 한비자의 말이다. 측근이란 권력자의 사인이다. 믿을만한 사람인 것이다. 파리처럼 천리마 위에 붙어서 천 리를 가고 싶은 사람이 측근이 된다. 그리고 천리마에 붙어서 천리마처럼 행세한다.

측근 정치 폐단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권력자가 측근 정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모든 일을 투명하게 하면 측근이 필요하지 않다. 측근을 써야 한다면 신상필벌을 해야 한다. 공이 있으면 아무리 멀고 비천한 사람도 상을 줘야 하고, 죄가 있으면 아무리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도 벌을 줘야 한다. 한비자의 말이다. 이도 저도 힘들면 제도적 장치를 둬 엄격히 감시해야 한다.

2.
손자는 중국 전국시대 제나라 병법가로 이름은 ‘무’다. 병법으로 오왕(吳王) 합려(闔廬)를 보게 됐다. 합려가 “그대의 13편을 내가 다 보았소. 간단하게 시범 삼아 병사를 조련해 볼 수 있겠소?”라고 하자 손무는 “좋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합려가 “여자로 시험해 볼 수 있소?”라고 하자 손무는 “좋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허락하고 궁중 미녀 108명을 불러냈다. 손자는 두 부대로 나눠 왕이 총애하는 두 사람을 부대장으로 삼고는 모두에게 창을 들게 했다. 그리고는 “손자가 “앞으로 하면 가슴을 보고, 왼쪽으로 하면 왼쪽 손을 보고, 오른쪽으로 하면 오른쪽 손을 보고, 뒤로 하면 등을 보도록 해라”고 하자 여자들은 “알겠습니다”라고 했다. 군령을 정한 다음 바로 큰 도끼를 마련하고 바로 여러 차례 설명을 해줬다.

이윽고 북이 울리며 ‘오른쪽’이라고 하자 여자들이 깔깔 웃었다. 몇 차례 군령을 반복한 다음 북을 울려 ‘왼쪽’이라고 했으나 여자들은 다시 깔깔 웃었다. 손자는 “군령이 분명치 않고, 익숙하지 않은 것은 장수의 잘못이지만, 군령이 분명한데도 따라 하지 않는 것은 병사들 잘못”이라고 하고는 바로 좌우 대장의 목을 자르려 했다. 왕이 대 위에서 구경하다가 아끼는 궁녀의 목을 자르려는 것을 보고는 “과인이 이미 장군의 용병이 어떤지 알았소. 과인은 그 두 여자가 없으면 먹어도 맛을 모를 정도이니 목은 베지 마시오”라고 명령했다. 손자는 “신이 이미 명을 받고 장수가 됐습니다. 장수가 군중에 있으면 군주의 명이라도 받지 않습니다”라고 하고는 끝내 대장 두 사람 목을 잘라 조리를 돌렸다. 그다음 여자를 대장으로 삼은 다음 다시 북을 울리니 여자들은 모두 자로 잰 듯 먹줄을 튕긴 듯 딱 들어맞게 움직였으며, 감히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

이어 손무는 사람을 보내 왕에게 “병사들이 이미 정돈됐으니 왕께서는 내려오셔서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왕께서 이들을 부리고자 한다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들 것입니다”고 전했다. 오왕이 “장군은 그만하시고 숙소로 가십시오. 과인이 내려가 보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했다. 손자는 “왕께서는 그저 말로만 좋아하시고 실제로 부릴 줄은 모르십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오왕 합려는 손자가 용병에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는 마침내 장수로 삼았다. 오나라는 서쪽으로 강한 초나라를 격파해 영(郢)에 진입하고, 북으로 제나라와 진(晉)나라을 위협해 제후들 사이에 명성을 떨치니 손자의 힘이었다.

3.
측근 정치 폐해는 역사가 무수한 사례로 증명한다. 그렇다면 측근 정치 폐해를 없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은 통치자가 측근에게 휘둘리지 않을 만큼 현명해야 한다. 그런데 항상 현명한 통치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 때는 측근 정치 폐해를 주장하는 강직한 신하가 있어야 한다. 비록 군주가 현명하지는 못하더라도 굳세고 어진 신하의 바른말은 수용할 줄 알아야 한다. 손무는 오왕 협려의 테스트에 목숨을 걸었다. 그는 군주가 가장 총애하는 측근 중 측근 둘을 군주가 보는 앞에서 목을 베었다. 오왕 합려는 그런 손자의 행위를 이해하고 수용했다. 남동부 변두리 국가인 오나라가 천하 패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손자의 용기와 오왕 합려의 현명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측근에 추상같았던 손자가 같은 관리와 측근을 잃어 마음이 아플지라도 인재를 품는 현명한 통치자가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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