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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난방비 파동! 생활양식을 바꿔야 한다..
오피니언

난방비 파동! 생활양식을 바꿔야 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3/02/07 10:11 수정 2023.02.07 10:11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지난여름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에어컨 가동에 관한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에어컨이 없다면 이렇게 더운 여름을 어떻게 보낼 수 있을까’라며 에어컨에 고마움을 표하는 말을 의례적으로 했다. 그때마다 필자는 에어컨을 거의 쓰지 않는다고 말하며, 지나가는 말로 “아이를 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엉뚱한 말에 친구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초등학생 아이를 고문한다며 놀리곤 했다. 에어컨을 사용해도 전기요금이 얼마 나오지 않으니 자린고비처럼 살지 말라는 이야기도 어김없이 들어야 했다. 이때만 해도 전기요금이 저렴한 상황이었고,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가 개편되면서 에어컨 사용에 따른 전기요금 부담이 크지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이런 이유로 친구들이 필자의 발언에 어이없어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웠다.

되돌아보면 지난여름 필자가 직접 에어컨을 가동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집에 있는 대부분 시간을 선풍기에 의존했다. 아이에게도 선풍기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울 때만 에어컨을 가동하라고 말했다. 에어컨을 틀면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기 때문에 우리라도 절제해야 한다고 설득했다. 물론, 아이는 우리가 사용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곤 했지만, 적어도 필자와 같이 있는 동안엔 에어컨을 가동하지 않았다. 아마도 아빠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아빠가 한 말이기 때문에 지키려고 노력한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필자가 에어컨을 가급적 사용하지 말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은 집이 산 중턱 정도 고지대에 있었기 때문이다. 고지대에 있어 평지에 비해 온도가 낮고 바람이 강해 열대야가 지속되지 않는 한 선풍기만으로 견딜 수 있었다. 덕분에 여름에도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운 날이 많았다. 지난 1월을 되돌아보면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엄청난 추위를 겪은 것 같다. 이는 지구온난화에 따라 북극의 찬 공기를 가두던 제트기류가 약화돼 찬 공기가 내려온 탓이라고 한다. 이유가 어찌 됐든 여름엔 선풍기라는 대용품이 있지만, 겨울엔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평상시와 다름없이 난방을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 1월 도시가스료가 그 전에 비해 많이 나왔다. 주변 분들에게 물어보니 지난겨울에 비해 대체로 1.5배 정도 높게 나왔다고 한다. 가스요금은 38.5% 인상됐지만, 추운 날이 많다 보니 나타난 결과였다.

난방비가 오른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천연가스 가격은 2021년 하반기부터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는데, 당시엔 코로나19로 서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요금을 올리기 어려웠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스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에는 물가 상승 우려가 컸기 때문에 요금을 현실화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그런데도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가스공사 미수금이 9조원에 달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미수금을 회수하려면 서울시 기준으로 현재보다 3배나 더 인상해야 한다고 한다. 단, 이번 겨울엔 정부가 약 169만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59만2천원의 난방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요금인상에 따른 서민들 고통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요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기에 대비하라는 말을 강조하지 않은 것에 관한 아쉬움이 크다. 그랬더라면 아이에게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가스를 적게 사용해야 한다고 설득했을 텐데 말이다. 내복을 반드시 입고, 집에서도 패딩을 입어야 하며, 바닥에 두꺼운 이불을 깔아야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물론, 아이는 아빠가 또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에어컨 사용을 자제했던 것과 동일하게 아빠가 한 말이기 때문에 가급적 지키려고 했을 것이다.

어쨌든 올해엔 그동안 미뤄왔던 공공요금이 크게 인상된다고 한다. 가스요금뿐만 아니라 전기료도 폭등할 것이라고 한다. 이 경우 다른 물가도 연이어 오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잘 해결된다면 생각만큼 오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불가피하게 전기요금과 난방비가 크게 인상될 수밖에 없다. 가장 저렴한 화석연료를 사용할 수 없고, 비싼 재생에너지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생활비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선 요금 인상을 막지 못한 정부를 탓하기보다는 전기 사용을 자제하고, 난방비를 줄여야 한다. 힘들더라도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도록 생활양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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