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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학교폭력, 선정적 대응을 넘어서야 한다..
오피니언

학교폭력, 선정적 대응을 넘어서야 한다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3/03/07 10:17 수정 2023.03.07 10:17

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교육부가 초ㆍ중ㆍ고(초4~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참여 학생 321만명 중 5만4천명(피해응답률 1.7%)이 피해를 경험했다고 한다.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교가 3.8%로 가장 높고, 중학교 0.9%, 고등학교 0.3%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낮고, 추세적으로 보면 2017년 0.9%를 저점으로 상승하고 있다. 피해유형별로 보면 언어폭력이 41.8%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 사이버폭력(9.6%)이 뒤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이 가장 높다는 결과는 다소 의외였는데, 실제 폭력 강도가 강하기보다는 욕설이나 비속어 사용 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것으로 추측된다. 가장 의외라고 생각한 지점은 신체폭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것이었다. 필자의 학창 시절엔 학교폭력이라고 하면 응당 신체폭력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주로 신체조건이 좋은 힘 센 아이가 약한 아이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패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상상할 수 없는 폭력이 공공연히 발생했다. 이런 과거 기억 때문에 필자 역시 아이에게 태권도를 배우도록 권할 수밖에 없었다. 행여나 약한 아이로 간주돼 학교폭력의 대상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그런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부분 학교폭력은 당대에 해결될 수 있는 작은 사건이라고 한다. 얼마 전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 드라마처럼 극단적 폭력이 여전히 발생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건은 학교에서 조정 과정을 잘 거치면 교육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사건이 피해학생이 당할 고통에 대한 인지가 부족한 상태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학교폭력이 발생했을 때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다면, 폭력이 발생한 당대에 화해가 이뤄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만 피해학생이나 가해학생에게 더 이상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문제는 학교에 이를 화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숙련된 전문가가 부족하다 보니, 사과와 용서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채 가해학생을 처벌하는 절차적 문제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학창 시절 발생한 학교폭력 문제가 성인이 된 상황까지 연장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에 대한 학교폭력 문제가 자주 거론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당대에 화해와 조정이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을 당한 피해학생들의 경우 성인이 된 다음에도 이를 마음에 담아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학교폭력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이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기구나 인력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선생님들의 경우 수업과 학사업무만 하더라도 벅찬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문제가 쟁점화되는 이번 기회에 공론화가 제대로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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