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조 동아대학교 법학연구소 전임연구원

모든 사람은 공정한 사회를 바라지만, 무엇이 공정한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다. 사람마다 신념에 따라 공정에 대한 다른 잣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논의를 진행하려면 공정한 사회에 대한 정의가 우선돼야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공정한 사회’란 이기적인 사람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사회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기적인 사람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경제학은 공정보다는 효율성에 중심을 두는 학문이지만, 적어도 이 분야만큼은 명쾌한 답을 제공하고 있다. 경제학은 ‘용의자의 딜레마’라는 가상적 상황을 통해 이 문제에 대해 분명한 답을 제시한다.

용의자의 딜레마란 죄를 지은 것으로 의심되는 두 사람이 있는데, 경찰은 이들이 죄를 지은 것으로 확신하지만 명백한 증거가 없는 상황을 가정한다. 이때 경찰은 용의자를 개별적으로 불러 자백을 위한 거래를 제안한다. 둘 다 자백하면 각각 5년형을 받지만, 한 명만 자백하면 자백한 용의자는 풀려나지만, 자백하지 않은 용의자는 15년형을 받을 거라고 말한다. 물론, 둘 다 자백하지 않으면 다른 건수로 둘 다 각각 1년형을 받게 될 거라고 말한다. 이 가정이 상식에 부합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이 가정을 주어진 조건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자.

이 상황에서 각각 용의자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용의자 A는 용의자 B가 자백할지 부인할지 모르기 때문에 각각 경우에 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먼저, B가 자백한다고 가정하면 용의자 A는 무조건 자백해서 5년형을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5년형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B가 자백하지 않고 부인하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A는 자백해야 한다. 자백하지 않으면 1년형을 받지만, 자백하면 바로 풀려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용의자 B가 어떤 선택을 하든 용의자 A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은 자백하는 것으로 귀결되며, 이는 용의자 B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황이 개인 차원에서 보면 합리적이지만, 전체 차원에서 보면 비합리적이라는 점이다. 전체 차원에서 보면 둘 다 부인해서 합계 2년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임에도 합계 10년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나쁜 사람이 합계 10년을 받는 것이 더 좋은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여기선 선악의 개념을 고려하지 않고 단지 총량 관점에서만 생각하도록 하자. 이 경우 우리에게 남는 문제는 ‘왜 최적의 상황이 선택되지 못할까’라는 의문이다. 또한, ‘합계 2년을 받을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이다.

경제학은 개인 차원에서 합리적 선택이 전체 차원에서 비합리적으로 귀결되는 이유를 상호작용의 일시성에서 찾는다. 사람들 사이 상호작용이 계속된다면 타인 입장을 고려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기 입장만 생각하는 이기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앞으로 두 번 다시 볼 일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상대방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이기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휴가철 휴양지에서 바가지요금이 가능한 것은 어차피 두 번 다시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이다. 같은 동네에서 계속 볼 사람에게 바가지요금을 씌웠다가는 바로 보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복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동네방네 돌아다니면서 바가지요금을 씌운 가게에 대한 소문을 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평판이 나빠진 가게는 더 이상 그 마을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아무리 이기적인 사람일지라도 자기 이익만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말은 이기적인 사람이 발붙이지 못하는 공정한 사회를 만들려면 이기적 행위에 대한 응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함을 의미한다. 경험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느 모임이든 얌체 같은 행동을 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늘 존재한다. 만약 이런 행위를 응징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이기적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을 이용만 하는 나쁜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다소 마음이 아프고 귀찮더라도 이기적 행위에 대해 단호한 응징을 해야 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