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빛과 소금] 메뚜기와 밥 ..
오피니언

[빛과 소금] 메뚜기와 밥

양산시민신문 기자 입력 2023/07/04 17:11 수정 2023.07.04 17:11

박동진
소토교회 목사
이스라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야곱과 그 가족들이 기근 때문에 이집트로 이주해서 무려 400년을 살았다. 야곱과 함께 70여명이 내려갔는데, 400년이 지나고 보니 성인 장정만 무려 60만 이상, 이로 전 인구를 추산해 보면 최소 300만은 족히 되는 큰 민족을 이뤘다. 이주해서 백여년 간은 평화롭게 잘 지냈다. 하지만 애굽 왕조가 바뀌면서 이스라엘 백성은 하루아침에 노예로 전락했고, 그들은 300여년을 이집트 노예로 살았다.

하나님은 모세를 보내 이스라엘 백성을 구출한다. 이집트에 10가지 재앙을 내렸고, 견디지 못한 이집트 왕은 이스라엘 백성을 자신들 땅에서 내보냈다. 이스라엘 백성은 모세를 따라 약속의 땅 가나안을 향해 나아갔다. 가나안을 약속의 땅이라고 하는 것은 이스라엘 백성의 선조가 되는 아브라함과 그 아들 이삭, 그리고 이삭의 아들 야곱에게 하나님께서 ‘네 자손들을 가나안 땅에 살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하셨기 때문이다. 약속의 땅은 하나님이 주겠다고 약속하신 땅이라는 뜻이다.

이집트에서 나온 이스라엘 백성이 가나안 땅으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그들은 물이 없는 사막을 지나야 했고, 광야를 거점으로 살아가는 호전적인 민족들 위협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수백만의 사람들이 질서를 유지하며 광야를 지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상상하기 어려운 역경을 이겨내고 마침내 그들은 가나안 땅이 지척에 보이는 가데스바네아라는 곳에 이른다. 무려 3년의 세월이 지났다.

모세는 가나안을 정복하기 위해 먼저 그곳을 정찰하게 한다. 이스라엘 열두 지파에서 각 지파를 대표할 수 있는 청년 열두 명이 정탐꾼이 돼 40일 동안 가나안지역 곳곳을 살피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백성들 앞에서 자신들이 본 것을 보고했다. 열둘 모두 일치하는 내용이 있다. 바로 가나안 땅은 하나님이 약속하신 대로 젖과 꿀이 흐르는 정말 아름답고 좋은 땅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분석은 둘로 나뉜다.

이들 중 10명은 “이 땅에 살고 있는 그들은 강하며, 성읍들은 견고한 요새다. 비옥한 땅이라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서 그곳에 사는 거민을 삼켜버리는 땅이다. 전설에 나오는 전사들을 봤는데 그들에 비해 우리는 메뚜기 같아 보였다”

하지만 두 명은 다른 보고를 했다. “우리가 본 땅은 정말 너무나 좋은 곳이며, 하나님은 약속대로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실 것이다. 하나님을 믿고 두려워하지 말자. 이미 그들을 지키는 신은 보따리 싸서 도망가 버렸다. 그들은 우리의 밥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누구 말을 들었을까? 그들은 앞선 열 명의 보고를 받아들였다. 그들은 깊이 낙심하고 탄식하며, 하나님과 모세를 원망했다. 그중 일부는 모세를 죽이고 자신들이 노예로 살았던 이집트로 다시 돌아가자고 선동했다.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했다. 약속의 땅 가나안을 눈앞에 두고 있었지만 그들은 거기서 돌아섰고, 무려 40년 동안 광야에서 방황하며 살아가게 된다. 그들은 가나안 땅에 들어가 보지 못한 채 광야에서 모두 죽었다. 이후 이집트가 아닌 광야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가 이스라엘 주역이 돼서야 이스라엘은 약속의 땅 가나안에 들어가 정착할 수 있었다.

메뚜기와 밥, 이것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스스로를 생각하는 방식이다. 스스로를 메뚜기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가나안에 사는 거대한 전사들과 자신들을 비교해 보니 자신들이 메뚜기보다 더 못한 존재로 느꼈던 것이고, 하나님을 믿고 살았던 사람들은 그 거대한 전사들도 하나님의 능력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라 여겼기에 그들을 두고 ‘우리의 밥’이라고 했던 것이다.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자신을 메뚜기처럼 생각하며 살게 되고, 또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다.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자의식이 손상되고, 자존감마저 죽어버리게 된다. 내가 누구냐? 이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최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온 오염수를 바다에 무단 투기하겠다고 해 우려가 크다. 일본은 2016년에 오염수를 처리하는 방안을 연구한 결과 해양 방류와 수증기 증발을 통한 대 기 방출, 전기분해 방출, 지층 주입, 지하 매설 등 5가지를 검토했고, 2021년에 해양 방류로 결정했다. 그리고 2023년부터 30년 동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일본 내부에서 먼저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해양 방류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요미우리 신문은 반대가 50%, 아사히 신문의 조사에서는 반대가 55%로 찬성보다 훨씬 높았다. 그리고 오염수 방류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러시아와 중국, 대만, 홍콩, 필리핀과 태평양 제도에 있는 국가들 모두 우려와 반대를 목소리를 높였으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일본이 해양 방류를 결정한 2021년에 정부는 강력하게 항의하고,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를 검토했다. 그리고 여야 할 것 없이 국회에서도 일본을 강하게 규탄하며 방류 취소를 촉구했다. 이는 대한민국 정부와 국회가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을 위해 해야 하는 당연한 조치였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정부와 여당의 기조가 바뀌었다. 오염수 방류를 일본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하고, 또 이를 두둔하려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모 지방의회에서는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는 의원을 강제로 끌어내기도 하고, 오염수 방류를 비판하면 과학이 아닌 괴담 유포로 국민 불안을 조성한다고 비난한다. 한 기자가 오염수 방류를 두둔하는 여당 의원에게 그렇게 할 때 대한민국이 얻게 되는 이익은 무엇이냐고 물으니 우물쭈물 딴전을 피운다. 이들은 왜 이러는 것일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래서는 안 되고 또 이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