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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원사 스님들이 ‘습지 훼손’을 우려하며 천성산 일출 조망대 설치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독자 제공] |
양산시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천성산 일출 조망대 건립을 두고 내원사 스님들이 ‘습지 훼손’을 우려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내원사 스님 20여명은 10일 천성산 정상 원효봉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천성산 습지는 천성산의 물 저장고로, 절대 훼손하지 말라”며 천성산 일출 전망대 건립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양산시는 유라시아 대륙에서 새해 일출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천성산을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사업비 5억원을 들여 정상부에 일출을 조망하는 ‘천성대’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애초 천성대 설치 예정지는 내원사 사유지여서 양산시가 사전 협의 없이 사업을 추진하자 내원사가 반발하며 사업 철회를 요구했다.
이에 양산시가 설치 예정지를 과거 군부대가 주둔했던 시유지로 옮겨 천성대를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내원사는 ‘천성산은 하나이고, 물 저장고와 같다’며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날 내원사 지도 주지 스님은 “양산시가 내원사와 갈등을 피하기 위해 시유지에 조망대를 설치하겠다고 하지만 천성산은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물 저장고와 같아서 한 곳을 훼손하면 전체가 망가진다”며 “더욱이 천성산은 습지보호구역이자 환경보존지역이기 때문에 어떠한 공사도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천성산 정상부에 있는 고산습지인 화엄늪은 2002년 2월 1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생태학적 보전가치가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내원사는 “관광자원화라는 명목으로 인위적으로 개입한다면 지금의 자연환경과 습지가 훼손되고, 머지않아 정상부 물이 마르면 지류 계곡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며 “요즘같이 지구환경 위기의 급박한 상황에서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고산습지를 훼손하는 행위는 범국민의 지탄과 원망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양산시는 도로 확장이나 화장실 등 편의시설 설치는 하지 않고, 일출 행사 인원도 1천명 이내로 제한해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천성대 위치 변경 절차가 끝나면 공사에 들어가 내년 새해 일출 행사 전에 준공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