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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양산시 공무원들의 잠못 이루는 밤..
오피니언

[편집국장 칼럼] 양산시 공무원들의 잠못 이루는 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05/27 11:11 수정 2008.06.03 10:29

지난주 상북지역에서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로 인해 139만 마리의 가금류 살처분에 동원된 양산시 소속 공무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지 못했다.

인체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열흘 간 약을 복용해야 하는 것도 달갑지 않지만 더운 날씨에 바람도 통하지 않는 방제복과 모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작업하면서 땀띠와 가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도 흔했다. 하지만 드러나게 불평할 수도 없는 심적 고통은 따로 있었으니.
 
양산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의 공직자 구조조정 방침의 일환으로 행정안전부로부터 79명의 정원을 감축하라는 지침을 통보받았다. 지난 2005년 웅상출장소 설치와 4개 동 분동으로 대거 늘어난 공무원 정원 930명 가운데 약 8%에 달하는 인원을 올해 안으로 감축하라는 압력을 받게 된 것이다. 정부나 경남도는 강제적 지시 하달이 아니라고 하지만 시 예산상 정부로부터 보조받고 있는 교부세의 삭감을 감수해야 하는 시의 입장에서는 거역할 수 없는 명령에 다름 아니다.
 
최근 시는 이러한 정부의 공직사회 쇄신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채 도시디자인과를 신설하는 등 오히려 직제를 늘리는 시도를 단행했는데 이번 행안부의 지침으로 인해 조례를 통과시키고도 시행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경남도 전체의 사정으로 보면 도청이 98명, 20개 시ㆍ군에서 730명으로 모두 828명의 인원을 정원에서 감축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다고 한다.

문제는 시ㆍ군 단위에서 우리 양산시의 감축인원 숫자가 마산의 85명 다음으로 많다는 것이다. 창원시가 70명, 거제 49명, 진주 40명이고 김해, 밀양이 각각 30명, 사천시는 22명 순으로 인접 시에 비해 월등히 많은 감축대상 인원은 그 기준이 무엇인지 납득하기가 힘들다는게 시청 공직자들의 반응이다.
 
이 계획에 따르자면 당분간 신규채용은 꿈도 꾸지 못할 판이고 내부적으로도 승진 기회가 줄어듦으로써 공무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될 전망이다. 시장을 포함해 시 간부들이 행안부를 방문해 양산의 실정을 설명하고 단계적 감축을 인정해 줄 것을 읍소하고 있지만 정부 방침은 완고한 것으로 나타나 당장 연말까지 어떻게 감축할 것이냐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는 내년에 신설될 시설관리공단에 감축될 인원을 받아 들인다는 방안을 포함해 다각적인 대책을 구상 중이지만 연말까지 조치를 강요하는 정부와 맞설 수도 없어 답답한 상태다.
 
왜 양산시의 공무원 감축대상이 도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가 하는 문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사항이다. 시로 승격된지 12년째인 양산은 국토 동남권의 거점도시로 신도시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어 행정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는 도시다.

특히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를 중심으로 한의학전문대학원, 노인, 아동병원, 첨단산학단지 등 중요한 의료허브의 역할을 할 메디칼폴리스를 지향하는 등 발전 속도가 남다른 역동적인 도시임은 부인하지 못한다. 그 밖에도 수 천개에 달하는 중소기업이 왕성한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부산권 도시철도가 양산까지 연결되면서 인구 증가와 함께 대민행정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늘어난 공무원 정원을 대상으로 감축작업을 했다는 얘기도 있지만 우리 시의 경우는 행정적 여건상 급속히 도시화되고 있던 웅상지역에서 도시적 민원의 해소를 위해 읍 체제에서 출장소와 동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정원이 늘어났던 것이기 때문에 79명 감축이라는 목표치가 타당하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양산시라 해서 다소 방만하게 운영되는 조직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 바쁘게 돌아가는 부서가 있는가 하면 다소 느슨한 자리도 없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직제간의 업무 형편은 정원감축계획과는 무관하게 평소에도 조정해 나갈 수 있다. 하지만 전국 어디와 견주어도 그리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부분의 양산시 공무원들은 격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
 
비록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이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명제와 맞물려 불가피한 것이라 해도 지자체간 형평에 맞는 납득할 수 있는 수치가 제시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감축이 진행될 때 비로소 공감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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