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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스마트 시대의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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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진 논설위원 칼럼] 스마트 시대의 빛과 그림자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14/10/28 11:17 수정 2014.10.28 11:16
전 국민 스마트폰 시대에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무엇인가

소통의 기기를 붙잡고

불통으로 치닫는 현상은

우리사



 
↑↑ 박성진
본지 논설위원
 
신문기사를 읽다 보면 우리를 제대로 웃음 짓게 하는 기사를 만나기가 힘들다. 중앙 일간지라고 해도 대부분 비슷한 기사들로 채워져 있는데 독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언지 모르고 만드는 소식들 같다. 아니 그런 뉴스밖에 생산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가 암울한 것인지도 모른다.

국정감사 기간이라는데 정치판은 민생 걱정은커녕 패거리 모아 권력투쟁 벌이기 일쑤다. 국회의원이 세월호에 묶여 변변한 법안 처리도 못 하더니 국회 문을 열자마자 정국 주도권 차지 싸움을 벌이는 통에 국민은 넌더리가 날 지경이다.

경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의 생산과 소비시장 점유율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가고 있음을 다양한 채널로 경고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안일한 대응과 후진적인 관행으로 개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이런 판국에 사회 불안요소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위계(位階)가 생명인 군대 내부의 썩은 상처가 드러나 병역의무의 신성함을 훼손하고 있으며, 인간성 상실을 우려하는 말기적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예컨대, 가족이 한패가 돼 조직적으로 저지르는 보험사기 급증이나 어린 자녀의 패륜적 타살, 범죄인식도 없이 만연되고 있는 성범죄 사례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다.

이러다 보니 신문을 펼치기도 두려운 지경이다. 마지못해 찾는 것이 문화ㆍ예술에 관한 지면이다. 오랜 시간 한 우물을 파며 거장 반열에 오른 배우의 공연이나, 인생 명암을 고스란히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내는 예술가 작품을 보는 것만큼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얼마 전 한 일간지 전시ㆍ공연란에는 보기에도 누추한 옛 여인숙 모습 사진이 기사와 함께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오래된 여관 건물을 이용한 다양한 설치작품을 통해 가족 의미를 되짚어보는 전시회를 열었단다. 실재하는 조그만 객실과 통로, 계단과 복도 등에 10명의 작가가 그림과 영상, 설치 작품들로 구성한 전시는 ‘잡화점’이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기사를 읽어내려가던 중 전시를 기획한 사람의 인터뷰가 눈에 확 꽂혔다. “요즘 가족을 보면 아이는 게임, 엄마는 쇼핑, 아빠는 경제 등 각각 소비 영역 주체들이 집이라는 공간만 공유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아마도 상실해 가는 가족 의미를 되살려보자는 전시 취지를 설명하는 내용이었겠지만, 지금 세태를 신랄하게 꼬집는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이고 심각한 문제인 불통 즉, 소통 부재(疏通不在)를 떠올리며 한동안 먹먹해진 가슴을 만질 뿐이었다.

돌이켜보면 스마트폰 시대는 전광석화처럼 우리에게 찾아왔다.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휴대전화 가입자 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4천만명에 육박하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그야말로 전 국민의 스마트화를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IT 천국 또는 IT 강국의 뒤안길에서 소통을 목적으로 하는 문명의 이기(利器)에 인해 오히려 소통의 부재를 걱정하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 요즘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신주처럼 모신다. 기기 품질에 목을 매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게임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은 알면서도 짐짓 모른 체한다.

밖에서 사고치고 다니는 것보다는 방안에 틀어박혀 스마트폰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차라리 낫기 때문이다. 이제 그들에게서 스마트폰을 떼어놓기란 불가능하다. 그렇게 자란 세대는 어른이 돼도 게임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다. 어린 자식을 방에 홀로 두고 게임방에 가 밤을 새우다가 굶겨 죽인 사례도 있다.

스마트폰과 게임산업은 우리나라 경제 살리기에 커다란 공헌을 한 블루오션 산업임에 틀림이 없다. 세계 경제시장에서 상위를 점하고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산업이다. 따라서 계속 성장을 시켜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

문제는 왜곡된 이용실태를 조장한 정부와 사회, 그리고 그런 병폐를 막는데 등한시한 학교와 가정에 있다. IT의 생활화는 문명의 진전을 가져오지만 인간성을 상실한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을 방치한다면 아이들의 미래는 물론 나라의 미래도 없다.

교실에서, 놀이터에서, 거리에서, 전철 안에서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채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우리 아이들을 건강하고 밝은 세상으로 끄집어내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가치관을 상실한 어둠의 시대로 흘러가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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