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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향토작가의 타지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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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칼럼] 향토작가의 타지 나들이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06/17 11:12 수정 2008.06.24 04:26

내가 아는 김길만 씨는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모래조각가이다.
 
학창시절에는 글쓰기를 좋아해 노랫말을 만드는 작사가가 꿈인 문학소년이었지만 생활고에 못이겨 포기했던 그가 절망감에 찾은 바닷가에서 모래를 대면하고부터 진로가 바뀌었단다.

그 후 20여년 동안 모래조각에 빠져든 그는 지금은 바다가 있는 도시의 축제 때마다 초청대상 1호인 귀한 몸이 되었다. 얼마 전 해운대 바닷가에서 펼쳐진 해운대모래축제에서 그의 작업은 단연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짧게는 대여섯 시간에서 길게는 하루종일 식사도 거른 채 조각에 몰두하는 모습은 축제를 찾은 관광객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해운대 백사장에서 열린 많은 이벤트 가운데서 그가 완성한 모래조각군(群)이 많은 관광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사진촬영 명소가 되었다고 한다.

그 김길만 씨는 우리 양산의 평산동에 살면서 강서동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평범한 시민이고 그의 아내도 웅상지역에서 학원을 경영하고 있다. 양산사람인 것이다.
 
해운대 모래축제 기간 중 전국의 일간지에 사진 뉴스로 지면을 장식한 그의 모래조각 작업 모습을 보고 나는 동향인으로서 뿌듯한 마음과 함께 아쉬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첫째는 일간지 사진뉴스에서 작가의 이름이나 사는 곳이 기재되지 않은 것이다. 무명의 작가로 소개된 것이 아쉬웠던 것이다. 두 번째는 이렇게 유명한 작가의 활동이 왜 우리 고장의 축제에서는 눈을 씻고 보아도 볼 수 없는가 하는 것이다. 모래사장이 없어서인가. 모래는 덤프트럭 몇 차만 실어오면 된다.

우리 지역에도 봄에는 유채꽃과 매화축제, 그리고 철쭉제 등이 열리고 가을에는 대규모 삽량문화축전이 개최되는데 그때마다 인기가수들이 초청되는 공연무대는 빠지지 않지만 정작 우리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활동이나 이벤트는 형식에 그치고 있다. 큰 무대공연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기회가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다른 지방에서 열리는 향토축제를 보면 대부분이 다소 수준이 낮고 화려한 것과는 거리가 멀다 하더라도 그 고장만의 독특한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행사가 기획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밀양이 여름철 연극공연의 메카로 떠오른 것이나, 전라도 함평의 나비를 주제로 한 축제는 왁자지껄 먹고 마시고 춤추는 일회성 공연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고유한 방향이 필요하다는 것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다.
 
김길만 작가의 모래조각은 한번 본 사람이면 큰 스케일에 비해 섬세한 작품성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후진에게 전수하고 싶어도 힘든 작업 때문에 진득하게 배우는 사람이 없다고 아쉬워 하는 그는 우리 아이들에게 직접 가르치고 싶지만 기회가 만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김 씨 외에도 우리 지역에는 향토성을 드러내는 예술활동에 정진하는 작가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여러 형태의 도자기 분야에 전업 작가들이 많은데 인근의 김해지역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도자기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문화행사가 열리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최근 전통 사기장으로 유명한 신한균 선생이 역사속의 도자기 장인의 이야기를 담은 대하소설을 출간해 전국적인 베스트 셀러가 되고 있는가 하면, 양산의 상징물을 목공예로 승화시켜 나가고 있는 김용철 장인이라든지 젊은 나이에 일본으로 진출해 공예를 통한 한일교류에 땀흘리는 전준배 씨, 토속적 소재인 황토와 목판을 이용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일구어 가고 있는 율촌 정창원 선생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작가가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예술혼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런 향토작가들의 작품이 우리 양산의 축제 한마당을 통해 시민들에게 우리 지역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를 제공했으면 한다. 작가들에게 큰 보람을 주는 동시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으로서의 긍지를 느끼게 하는 행사야말로 축제의 본뜻이 아니겠는가.
 
김길만 씨의 모래조각은 전시비용이 많이 든다. 모래의 속성상 누군가 지키고 있지 않으면 취객의 한순간 실수로도 허물어질 수 있다. 해운대 모래축제 기간 중 모래조각을 지키기 위해 경호회사 직원들이 밤샘 경호를 펼쳤다고 한다. 우리도 양산천 둔치에 완성된 모래조각품을 검은 제복의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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