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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참모의 역할..
오피니언

[편집국장 칼럼] 참모의 역할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06/24 10:51 수정 2008.07.08 05:33

 
12세기 중국의 송나라때 만들어진 것으로 조선시대 유학의 교과서 역할을 한 소학(小學)의 명륜 통론(明倫 通論)편에 천자유쟁신칠인 수무도, 부실기천하 (天子有爭臣七人, 雖無道,不失其天下)라는 구절이 나온다. '천자(天子)에게 직언을 하는 신하 일곱 명이 있으면 비록 자신이 도(道)가 없다 할지라도 천하를 잃지 않는다' 는 뜻이다.
 
옛 춘추전국시대에 공자의 제자인 증자(曾子)는 병환으로 임종을 기다리던 중 병문안을 온 당시 노나라의 실세인 맹경자에게 군자로서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에 대해 직언을 한다. 죽음을 눈앞에 둔 노학자로서 목숨을 걸고 충언을 한 것이다.

증자는 맹경자의 면전에서 행동거지에 오만함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하고 사소한 일은 아랫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라고 요구한다.
 
권력자 앞에서 직언을 한다는 것은 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더구나 그 권력자가 권위적이고 독단적인 경우에는 가히 목숨을 내놓아야 할 때도 있다. 동서고금의 역사를 살펴볼 때 신하로서 군주에게 막히지 않는 직언을 쏟아내고 처형되거나 파문된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상사에 대한 직언을 하면서 목숨을 걸 것 까지는 없다. 하지만 용기가 필요한 것은 마찬가지다. 따라서 조직의 리더 역시 부하직원이 귀에 거슬리는 직언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알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조직내에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직언하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들어 CEO의 덕목 가운데 조직내의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가 대두되는 것이 이런 연유에서다.
 
며칠 전 새 정부의 비서진이 전면 교체됐다. 정부 출범후 4개월이 채 안된 시점에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진이 모두 물러난 것이다.

대통령실장을 비롯해 수석비서관들의 전면 교체는 미국 쇠고기 수입개방 협정과 관련해 국민의 정서를 읽지 못하고 졸속으로 처리한 데 따른 국정혼란에 대한 책임때문이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실종과 역할 상실에서 온 당연한 귀결이라는 비판이 우세하다.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살리기 정책의 추진 과정에서 목표를 향한 과도한 집중을 견제하고 조정하는 참모의 역할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행정부의 수뇌부 공직자들도 마찬가지다. 중요 국가정책의 추진에 있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내는 노력과 과정을 무시한다면 좋은 참모, 즉 충신이라 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비서진 교체에 앞서 대국민 사과담화를 통해 대운하 사업도 국민이 반대한다면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지난 해 대선에서 대운하 건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이 대통령이지만 각계각층에서 반대하고 나섬으로써 난관에 봉착했던 것인데, 무릇 아무리 좋은 정책도 국민 다수가 환영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추진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인식한 결과라 하겠다.
 
작게는 시(市)도 하나의 정부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10년이 훌쩍 넘어선 지금 수천억원의 시민들의 혈세를 자산으로 하여 행정을 펼치는 시청이야말로 그 운용 방향에 따라서 민생에 끼치는 영향이 국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민들의 피부에 직접 와닿는 반응은 지역사회의 동력이 되고도 남는다.
 
시장이 시민을 생각하는 마인드에 따라서 지역경제가 살고, 사회복지가 구현되고, 교육의 질이 좌우되고, 문화생활의 향유가 가능해진다. 하지만 시장이라고 모든 면에서 전지전능할 수는 없기에 시장을 보좌하는 간부들의 역할이 중요하게 대두되는 것이다. 리더가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무조건 찬양하고 추종한다면 옳은 참모라고 할 수 없다.

많은 예산을 수반하는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각자가 맡은 전문 분야에서 그 파급효과와 문제점들을 정확히 검토한 연후에 장ㆍ단점을 지적해 조언하는 것이 국장급 참모들의 임무다.

그 대신 정책이 결정되면 효율적인 시행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그래야만 진정한 시민복리 증진에 적절하게 세금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혹시나 자리 보전에 급급해서, 또는 밉보여 불이익을 받을까 봐 용기있는 직언을 하지 못한다면 필경에는 시장이 욕먹을 수도 있다.
 
7월 초 국장급 고위 공직자의 인사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 승진을 기대하는 중견공무원들이 한번쯤 새겨 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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