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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웃음을 주는 정치인..
오피니언

[편집국장 칼럼] 웃음을 주는 정치인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07/08 12:00 수정 2008.07.28 01:00

 
링컨이 상원의원에 출마했을 때 상대 후보는 링컨이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이중인격자라고 비난했다. 이에 링컨은 "내가 두 개의 얼굴을 가졌다면 왜 이 중요한 자리에 이 얼굴을 가지고 나왔겠느냐"고 응수해 유권자들을 포복절도하게 했다.
 
영국을 2차대전의 승리자로 이끈 윈스턴 처칠의 유머는 아직도 지구촌에 회자되고 있다. 의회 개원 시간에 늦게 출석한 처칠을 두고 반대자들이 '늦잠자는 게으름뱅이'라고 인신공격하자 "나같이 예쁜 마누라를 가졌다면 당신도 늦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문해 예봉을 피해갔다.
 
유머는 위트와 또 다르다. 두산백과사전에 보면 위트는 단순한 지적능력에서 비롯되지만 유머는 그 웃음의 대상에의 동정을 수반하는 정적(情的)인 작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그만큼 인간이 지닌 숙명적인 슬픔을 느끼고 느끼게 한다고 한다. 위트처럼 단순히 눈앞에 보이는 하나하나의 현상에 대한 반응으로서 나타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인 인생관조의 한 태도에 직결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잘 웃지 않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오죽하면 웃음치료사나 웃음전도사 같은 전문분야의 강사들이 생겨나겠는가. 크게 웃는 것이 생명을 연장해 준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오하이오 주립대의 낸시 렉커 교수는 '웃음은 참으로 좋은 약이다' 라는 글에서 웃음은 긴장감을 완화해 주고, 분노를 몰아내며, 기억력을 증진시켜 학습효과를 높여준다고 했다. 연일 유가급등이다, 쇠고기파동이다, 촛불집회가 이어지는 요즈음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웃을 일이 없다'고. 정권을 잡은 위정자는 국민에게 웃음을 줄 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얼굴을 찌푸리게 하는 처신과 대중의 요구를 무시한 정책을 고수한다면 국민들로부터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우리 지역에서도 선출직 정치인이 보여주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지난 주 시의회에서는 후반기 의장단 선거가 치러졌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이 투표 전 퇴장하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입방아에 올랐다. 며칠 뒤 거리에서 한 의원과 다른 진영을 지지하는 인사가 원색적으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시장과 전직 시의원이 목욕탕 탈의실에서 중인환시(衆人環視)리에 욕설이 오가는 추태를 벌였다고 한 일간신문에 보도되는 수모를 겪었다.
 
모두가 웃음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어려운 경제사정에 많은 시민들이 고난을 겪고 있는데 시민들의 지지로 당선된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행사장마다 찾아다니며 축사를 하고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지만 고위 정치인들 사이에 냉랭한 기류가 흐르고 보이지 않는 갈등이 느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장은 시민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자리다.

수천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면서 각계각층의 어려운 계층을 찾아내 지원하고 시민생활의 불편을 해소하는 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자리다. 오 시장 재임 4주년을 맞아 본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환경분야를 성공적 수행분야로 답했고, 앞으로 주력해야 할 분야로 3분의 1 가량이 경제를 지목했다.
 
시장은 고독한 자리다. 많은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가 하면 정부 부처와 유관 기관들을 통한 유기적 협조를 얻어내기 위해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리에 걸맞는 권위가 있어야 한다. 누구도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존경심을 유발하기 위해 공사(公私)간에 품위있는 처신이 필요하다.

시장을 보좌하는 공식 또는 비공식 진용에서도 항상 시장의 권위를 세워줄 수 있는 방향에서 조언하고 필요하다면 직언도 서슴치 않아야 한다. 원로급 인사들도 뒤에서 비난하지 말고 정식으로 건의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해 줌으로써 우리 지역의 지도층 인사들 간에 상호보완적인 좋은 관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내게 반대하는 사람을 대할 때 웃음띤 얼굴을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사회적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것은 반대자를 설득하는 방법이 얼마나 신사적이냐 하는데 있다고도 한다. 비수를 감추고 미소를 보낼 수 있는 정치인을 우리 지역에서도 보고 싶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는 속담은 조상들이 터득한 역사 속의 유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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