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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에어컨 없이 사는 법..
오피니언

[편집국장 칼럼] 에어컨 없이 사는 법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07/15 12:17 수정 2008.07.28 12:59

 
하루 전력 사용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무더위보다 더 짜증나는 국내외 소식들이 원인 제공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째 꺼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는 촛불 집회와 정치적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한 달 이상 공전을 거듭해 온 국회, 치솟는 기름값에 못살겠다고 거리로 뛰쳐나온 화물차, 건설기계 운전자들의 절박한 요구는 땀내나는 수건을 이마에 동여맨 모습 만큼이나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무겁고 울분에 찰수록 체감하는 더위의 정도는 불쾌지수 수치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비록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전체적인 대기 온도가 상승되고 있다 치더라도 요즘의 무더위는 시도때도 없이 사람들을 자포자기의 기분이 들게 하고 있다.
 
이럴 때 국가대표팀의 승전보나, 세금의 대폭인하, 주식시장의 폭등같은 눈이 번쩍 띄는 뉴스가 흘러 나온다면 에어컨보다 더 시원한 바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지역에서 들리는 것들은 그렇지 못하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자원봉사자에 대한 금전 지급이 문제가 되어 운동원이 구속되고 검찰조사가 계속되고 있는가 하면, 최근 각종 언론 매체에서 양산시가 시민의 혈세로 과도한 전시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뉴스들이 다뤄지고 있는 것들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총선 당시 반목했던 계층들 간의 앙금이 지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당시의 공천과정과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고 어찌됐든 흠집을 내어 무엇인가 빌미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고도 하는 사람도 있다. 자기중심적인 속셈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것이 정치의 속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정치적 경쟁상대에 대해 사사건건 딴지를 걸고 '아니면 그만' 식의 음해를 계속하는 것은 신사적인 태도가 아니다.

10년이 지난 지방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자치의 본질과 이념이 중앙의 통제에서 탈피해 지역 내에서의 조정과 협의를 통해 자발적인 발전을 기해 나가도록 한다는 것이지 '패거리 정치'라는 일제의 잔재를 답습해 파벌과 반목을 조장하라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승자는 항상 패자를 지지한 계층의 민심을 인정하고 널리 포용하는 정책을 펴 나가야 하는 것이요, 패자 그룹에서도 집권자의 논리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 다음을 기약해 나가야 한다.
 
지역사회라는 크지 않은 범주 안에서 서로 잘 아는 사람들끼리 계속해서 반목하고 대립하는 것은 평범한 시민들의 정서를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결국 '정치'라는 행위의 최종목적이기도 한 '백성을 잘 다스리는 것'을 도외시하는 처사에 다름아니다. 시정(市井)의 희망은 잘 먹고 잘 사는데 있는 것이다. 편안하고 화목한 분위기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것만이 시민들이 바라는 것이다. 위정자들 간의 다투는 소리는 시민들을 불쾌하고 짜증나게 만들 뿐이다.
 
무더위를 해소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에어컨의 설정온도를 낮추는 것 만이 능사는 아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 조상들의 여름나기가 마음의 여유를 찾는 방향으로 풀어나갔다는 데서 지혜로움을 느낄 수 있다. 나무 그늘에서 물에 발을 담그고 시연(詩宴)을 베풂으로써 한낮 무더위의 예봉을 피해 갔고, 실내에 창포를 빈 그릇이나 화로 등에 심은 뒤 돌을 놓고 물을 부어 작은 연못을 만들어 감상하는 것으로 더위를 식히기도 했다.

홧병이 죽음을 불러 오기도 한다지만 마음의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30℃를 웃도는 폭염속에서도 우리네 이웃들이 웃음을 서로 나눌 수 있다면 더위는 그다지 문제되지 않는다. 어느 때보다도 시민을 즐겁게 해주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시민들을 속시원하게 만들어주는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시민들이 아무 생각없이 자신의 일에 전념하도록 해 주는 것이 가장 잘하는 정치인 것이다.
 

가만히 마루 끝에 앉아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눈을 감고 명상에 잠겨보자. 내 안의 위선과 욕망, 회한을 잠시 내려놓고 무념의 시간을 가져보자. 일상에서 다하지 못한 양보와 겸손을 상상속에서나마 떠올려 보는 그 순간, 더위는 한 줄기 바람에 실려 나가고 나의 몸은 새털처럼 가벼워질 것이다.
 
그 때 일어나 우물가에서 등목이라도 하면 이 여름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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