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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가라앉은 추석 민심..
오피니언

[편집국장 칼럼] 가라앉은 추석 민심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09/09 11:45 수정 2008.10.14 05:32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우리의 선조들은 마음이나 물질의 풍요를 기원할 때 이렇게 표현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라고 했지만 사실 그 속마음은 연중 가장 풍성한 절기인 추석만큼 많은 수확을 희망했던 것이리라.
 
추석을 한민족 최대의 명절이라 하는 것은 고대로부터 농경문화가 지배해 온 토착경향의 경험에 의한 것이다. 열대 기후지대와 달리 일모작 쌀을 주식으로 하는 농업체계에서 수확의 시기인 음력 8월은 아무래도 먹을 것이 풍부한 바 풍년의 기쁨을 신과 조상에 바치고 이웃과 함께 잔치를 벌이는 한가위야말로 크나큰 명절일 수 밖에 없다.
 
엊그제 정부는 추석을 앞두고 67개 생활공감정책을 발표했다. 청와대가 주도해 발표한 '작지만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에서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경제분야에서 2012년까지 전통시장에 1곳의 주차장을 만들어 주고, 전통시장 상인에게 300만원 이내의 저리 자금을 대출해 준다는 소식이다.
 
복지분야에서는 저소득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방안이 관심을 끈다.
도시평균소득 이하 가구의 5세 이하 자녀에 수십만원의 양육비를 지급하고, 전력요금의 할인과 연탄 지원이 이루어진다. 겨울동안 정부양곡을 반값으로 지원하는 기간도 늘리겠다고 한다. 이밖에도 국민생활에 실질적 보탬이 되는 정책 수십가지가 발표됐다.
 
예부터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못한다'는 비관적인 격언이 회자됐었다. 이 말은 비틀어 생각하면 백성들의 행복이 궁핍으로부터 벗어남에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먹고 살 만 하면 모든 일에 관대해 질 수 밖에 없다.
 
선비들이 흔히 내세우던 '나물먹고 물마시고 하늘보고 누웠으면 무에 그리 아쉬운 게 있느냐'는 말처럼 배부르고 등이 따시면 나랏님 원망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나랏님인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서 국민생활이 좌우된다. 가난을 구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가만히 앉아서 주는대로 받기만 해서는 안되겠지만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그 목표를 어디에 두어야하는가 하는 문제는 중요하다.

이미 가진 자들을 계속 보호하면서 고도의 성장을 기할 것인지, 점점 처지고 있는 중하위 소득층 주민들을 제대로 된 경제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갈 것인지 방향이 명확해야 한다.
 
추석을 앞두고 기업 경영과 서민 가계에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고들 한다. 우리 지역만 해도 제조회사들이 스스로 느끼는 경기전망이 지난 분기에 이어 더욱 떨어져 최근 2년 내 가장 낮은 수치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 기업을 옥죄던 국제유가가 다소 하락하고는 있지만 아직 효과가 미치지 못하고 대신 환율 급등과 국내물가상승이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신도시 건설과 함께 우후죽순처럼 건설된 대단지 아파트의 미분양사태도 서민 가계가 고통을 받는데 일조하고 있다. 도내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물량으로 인해 입주자들의 이자부담이 늘어나는 반면 입주율 저하로 주변 상권의 침체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기업과 개인의 살림살이가 모두 압박을 받으므로써 소비는 극도로 위축돼 추석을 앞둔 상가는 대형마트나 재래시장 할 것 없이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덜어줄 정책은 중앙정부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이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실질적으로 밑바닥 경제를 살리는데 발벗고 나서야 할 때다. 단순한 저소득층 구호 개념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경제생활을 활성화할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위축된 민간건설을 부양하기 위한 주차장 설치 등 부대조건의 완화와 기업 경영을 돕는 규제의 전향적 적용이 긍정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이밖에 저소득층 주민들이 생계 걱정을 덜 수 있도록 일자리를 늘리고 지원의 손길을 늘려 나가야 한다.
 
체육대회나 문화 공연 등에 대한 지원도 나쁠 게 없고, 꽃의 도시 조성도 필요한 일이지만 우선 시민들이 먹고 살 만 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시급하다.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지자체의 시책들이 외형적이고 과시적인 것에서 실리적이고 피부에 와닿는 방향으로 전환되었으면 한다.
 
항간에 떠돌고 있는 '9월 위기설'이 사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이쯤에서 공직자들은 가라앉은 추석민심을 챙겨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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