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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칼럼] 지금이 어느 땐데 베트남 연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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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 지금이 어느 땐데 베트남 연수인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10/14 10:56 수정 2008.11.05 10:34

 
민주평통양산시협의회 위원들과 유관기관 공무원, 기자 등이 포함된 47명의 베트남 통일연수단이 4박 6일의 일정으로 지난 주말 호치민시로 떠났다.
 
이들이 김해국제공항에서 비행기 트랩에 오를 시간에 국내외 미디어의 주요 이슈는 온통 '글로벌 금융위기'에 관한 것이었다. '미국 다우지수 5년만에 9천 선 무너져', '주가 폭락, 금리 급등,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 등 국제뉴스에 이어 '1천5백원에 육박한 환율 공포', '일감 줄고 돈줄 끊긴 서민들 주름살', '여당 대표, 숨겨놓은 달러 모으기 발언' 등 세계적 금융위기에 따른 기업과 서민들의 어려움과 해결책 마련에 전국이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지역의 경제체감지수 또한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양산상공회의소가 관내 제조업체를 상대로 조사한 4분기 기업경기전망에 따르면 기업실사지수가 최근 2년 내 최저치인 67.1로 조사됐다. 한 마디로 기업 경영자들이 느끼는 경기는 '침체'를 넘어 '경악' 수준이 됐다는 분석이다.

시중의 실물경제 주체인 상인들의 목소리도 마찬가지이다. 큰 식당에 빈 자리가 무성하고 점포세 놓는다는 광고가 늘어나는가 하면 원가가 크게 올라 많이 팔아도 이문이 없다는 상인들의 푸념이 남의 일 같지 않다.

10년 전 외환위기의 기억이 생생한 정계에서 장롱 속 달러모으기 발언이 튀어 나오고 정부에서도 공직자들의 해외여행을 자제하고 있는 때에 거액의 시 예산을 들여 불요불급한 해외 연수를 강행한 평통협의회의 베트남 행은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안일한 사회관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1980년대 초 설립된 헌법기관으로 시의회 의원을 당연직으로 하고, 각 사회단체와 직능단체의 대표급 인사들로 구성돼 조국의 평화통일을 국민속으로 확산하는데 있어 선구자적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산시에서는 일정한 규모의 협의회 운영비를 예산에서 지원하고 있다.

평통양산시협의회는 지난 달 초 운영위원회를 열어 올해 양산시로부터 지원받은 5천만원의 예산을 재원으로 한 위원 연수활동으로 베트남 4박 6일의 일정을 확정하였다.

협의회는 원래 예산 편성시에 북한의 평양 연수를 계획했지만 국내외 사정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베트남으로 행선지를 변경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일정을 살펴보면 과연 이번 연수가 당초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제1일 통일궁 외곽, 노틀담 성당, 중앙우체국 등 시내 답사후 호텔 도착, 제2일 메콩삼각주 농장 방문, 밀림수로 카누 답사후 사이공강 답사, 제3일 전 월맹군 지하사령부, 병원, 땅굴생활 답사, 제4일 천궁동굴, 티톱섬 전망대 등 해변 관광, 제5일 바딘 광장, 호치민 집무실 답사 후 출국…. 아무리 훑어봐도 '통일현장 체험과 안보 연수'라는 타이틀에 부합되는 스케줄이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베트남은 몇 달 전 최고 25%에 달하는 살인적인 물가상승률을 기록했고 올 상반기 상품수지 적자가 150억 달러를 넘어 국가부도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경제사정이 악화되고 있다. 차라리 베트남 경제위기에 작은 지원이라도 하기 위해 달러를 쓰고 온다면 명분이라도 설까.
 
평통위원은 선거로 선출되었거나 사회 지도급 인사들로 각계에서 명망있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함에도 '계획된 행사니까'. '이미 편성된 예산이니까'. '매년 가는 행사니까' 하는 이유로 아무 생각없이 비행기에 올랐다면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역할을 한 번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적어도 기획 단계에서 행사의 의미와 파급효과를 감안해 누군가가 나서 심사숙고를 요청했어야 하고. 강행하더라도 공식적인 논의를 거쳐 명분을 축적했어야 한다.
 
민주평통양산시협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몰라도 '가정에 어려움이 생겨 모든 식구들이 허리끈을 조여매며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마당에 혼자 내몰라라 하고 바깥에 나가 주머니를 열어 제끼는 어른'이 있다면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아도 어찌할 수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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