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동과 용당동 일대에서 가로등을 설치해 놓고도 이를 켜지 않아 도로가 위험하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가로등을 켜지 말아 달라는 정반대의 요구가 나와 관련 부서를 당혹하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중민원이 제기되는 대표적인 곳이 영산대학교 진입도로. 이 도로는 급경사인데다 주변에 불빛을 낼만한 별다른 건물이 없어 야간에는 사물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워진다. 때문에 운전자는 마주 오는 보행자나 차량을 식별하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크다.
이아무개(45, 소주동) 씨는 "어두컴컴한 도로를 내려오다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하고 교통사고를 낼 뻔했던 아찔한 경험이 있다"며 "멀쩡한 가로등을 왜 꺼놓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웅상출장소는 이미 설치돼 있는 이 도로의 가로등을 켜지 않고 있다. 가로등을 꺼 달라는 또 다른 민원 때문이다. 도로 건너편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가로등 불빛이 작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소등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낮에 햇빛을 받아 자랐던 벼에 밤에도 가로등 불빛을 비추면 휴식을 취할 틈이 없어 나락이 제대로 여물지 않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중민원 접수한 웅상출장소는 고심 끝에 농번기인 5월부터 10월 사이에는 가로등을 켜지 않기로 결정했다.
출장소 관계자는 "가로등을 켜지 않으면 위험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농민들의 생존권과 관련한 사안이기 때문에 농민들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했다"면서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한 곳에는 가로등 격등제를 시행하거나 불빛 가리개를 사용하는 등 관련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