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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칼럼] 연봉 10% 삭감될 의원들 힘내시오..
오피니언

[편집국장칼럼] 연봉 10% 삭감될 의원들 힘내시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11/18 10:39 수정 2008.12.09 05:23

 
ⓒ 양산시민신문
A의원은 오늘 아침 평소보다 목욕을 일찍 끝냈다.
 
수능 시험일이라 고사장의 수험생 수송이 순조롭게 진행되는지 둘러보기 위해서다. 양산고와 양산여고 등 고사장을 둘러보며 교통정리에 나선 해병전우회와 모범운전자들을 격려하고 시장통에 들러 국밥 한 그릇을 주문하고는 상인들과 얘기를 나눈다.
 
의회로 출근하니 관내 주민 몇 명이 기다리고 있다. BTL사업으로 추진하는 하수도 관로공사에 따른 불편을 호소해 시간을 내서 현지를 둘러볼 것을 약속한다. 잠시 차 한잔 하고는 관내 초등학교에서 열리는 문화탐방보고회에 참석한 뒤 점심식사를 하고 기초수급자인 관내 혼자 사는 어르신 집을 두군데 방문해 겨우살이를 챙겨본다.

다시 의회로 돌아와 다음 주에 실시할 시청행정사무감사에 관련된 자료를 챙겨보면서 오후 시간을 보내다가 대학교에서 요청한 특강을 하러 나섰다. 저녁에는 함께 모임을 하는 회원의 상이 있어 장례식장에 문상하고 집에 들어오니 이미 시계는 12시가 훌쩍 넘었다.
 
시의원들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비슷하다. 새벽부터 밤까지 사적인 일에 신경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각종 행사다, 모임이다, 민원이다 해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다. 특히 행사가 몰려있는 가을에는 집안 묘사에도 못 갈 정도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혹자는 정치하는 양반들이야 사서 고생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지난 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배우자와 함께 외식이나 영화관에 가본 기억을 물었더니 대부분이 최근 몇 년 이내의 기억이 없다고 할 정도였다. 야인으로 있을 때도 이 정도이니 당선되면 오죽하겠는가.

이런 사정은 몰라주고 지역의 유권자들 가운데는 자기들 요청에 응하지 않는다고 질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표를 얻고자 할 때는 '풀 방구리에 쥐 드나들듯' 하면서 당선되고 나니 나 몰라라 한다고 비난하니 입장이 곤란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의원들이여! 힘을 내라.
 
여러분들이 하고 있는 일이야말로 진정으로 시민을 대변해 주는 것 아닌가. 세금을 내고 나서 그것이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우리 마을만 도시계획 입안 단계에서 피해를 보는게 아닌지. 공공사업 용도라면서 보상은 제대로 해 주고 있는지 등등 일개 시민이라면 나서서 알아보지도 못할 아픈 곳, 가려운 곳을 대신해서 챙겨주고 바로잡아 주는 것이 바로 의원 여러분들 아닌가.
 
괜히 중앙정부에서 나서서 의원들의 연봉 기준액이랍시고 지침을 정하는 바람에 10% 이상 연봉 삭감을 당할 처지에 놓였지만 언제 돈 보고 의원됐나. 개의치 말자. 유급제 시행 전에도 얼마든지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대의정치의 선봉에 서지 않았느냐.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올해 연봉이 4천112만원이라 월급으로 따지면 340만원 남짓 되는데 시민을 대리해 의정활동에 전념하자면 다른 사업 수입을 올릴 수 없는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많은 보수라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의원유급제의 취지가 다른 개인적 영리에 눈돌리지 말고 의정활동을 충실히 하도록 하기 위함일진대 그것마저 지역간 균형이 맞지 않다고 정부에서 기준을 정해 지키라니 이게 뭐 진정한 지방자치라고 하겠는가.
 
시민들은 알고 있다.
 
의원 연봉 받아서 생활비에 보태 쓸 정도면 의정활동하기 힘든다는 것을. 대다수 의원들이 자기 돈 써가면서 선진지 견학가고 타 지역의 우수한 사례를 찾아 발벗고 다닌다는 것을. 하루에도 수십, 수백km 씩 다니다 보면 기름값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그래서 연봉받는 것이 시민들 눈에는 고까운 것인지 몰라도 활동비로 턱도 없다는 것을.
 
이러니 믿는 것이 의원들 뿐이지 않은가. 지자체 공무원들이 수천억의 한 해 예산을 떡 주무리듯 하지만 그대들이 아니면 누가 감시하고 제동을 걸겠는가. 또 과연 시민들을 위한 행정을 펼치는지, 손해를 끼친 것은 없는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닌지 제대로 찾아내서 지적하고 시정시키는 일이야말로 의원들의 고유 권한이자 유권자들에 대한 보답이다.
 
의원들이여, 힘을 내시오. 다음 주부터 시작될 양산시행정사무감사에 시민들은 크게 기대하고 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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