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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웅상의 비애(悲哀)..
오피니언

[편집국장 칼럼] 웅상의 비애(悲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12/02 13:49 수정 2008.12.09 05:23

면적으로는 양산시 전체의 13%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인 8만여명이 살고 있는 웅상지역 주민들은 요즈음 심기가 불편하다. 양산시가 얼마 전 발표한 '양산의 10대 자랑거리'에 한 가지도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산시가 회심의 역작으로 내놓은 자랑거리 속에는 관광자원으로 손색없는 양산천이나 내원사 계곡, 통도사 등이 포함됐지만 뜬금없이 운동장 광장에 설치한 대형태극기나 한참 추진 중인 메디컬폴리스는 물론이고 기업에서 운영하는 영리사업장 두 곳이 포함된 것을 두고 항간에 말들이 많다.
 
웅상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소외감'이다.
 
시 행정의 중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긴 하지만 요새는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라 민원해결에 그다지 어려움이 없고 생활권도 주로 부산이나 울산으로 연결돼 있는지라 산너머 '읍내'로 갈 일이 별로 없어 그럭저럭 살만 한데도 정치시즌만 되면 출마자들 마다 지역의 소외감을 해소해 주겠다고 별별 공약을 다 내걸고 있다.
 
하지만 그 때가 지나면 그 뿐, 특별히 개선되는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는게 불만이다. 해마다 크게 치러지는 행사 때마다 이곳 주민들이 배려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인 것이다.

대규모 어린이날 행사, 삽량문화축전, 유채꽃축제, 국화꽃전시회 등 시 단위 행사는 모두 시청 소재지 인근에서 펼쳐지고 웅상주민들이 참여하기엔 공간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너무나 멀게 느껴진다. 오죽하면 '그들만의 잔치'라는 자조섞인 항변을 하겠는가.
 
지난해 웅상읍이 4개 동으로 분동되면서 공무원들은 높은 자리가 많이 생겨 희색이 만면했지만 막상 주민들은 자녀들의 대학입시나 교사들의 가산점 등 농어촌지역의 특혜가 사라지는게 아쉬웠고, 의료보험이나 각종 세금이 많이 나올 것을 걱정할 뿐이었다.
 
다행히 그런 불리한 사례를 벌충이라도 하듯이 도로나 공원, 문화시설 등의 지원이 크게 확대되고 4개 동의 주민센터를 이용한 삶의 질 향상에 예산을 투입하는 시의 조치에 감지덕지하고 있다.
 
이번에 시에서 10개의 자랑거리를 선정하면서 웅상지역이 배제된 데는 특별히 홀대할 사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해당 지역 시의원도 나름대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실무부서에서 실제로 자랑거리가 뭐가 있느냐는 반응에 말문이 막혔다고 한다. 양산시가 관광자원으로 내세우고 있는 양산8경에도 웅상지역에서는 '대운산탑골휴양림'만 유일하게 포함돼 있다.
 
그렇다면 정말 웅상에는 자랑거리가 없는 것일까.
 
천성산 자락에서 내려와 회야천의 발원이 되는 무지개폭포는 이미 인근 부산이나 울산에까지 널리 알려진 곳이다. 시명골 골짜기는 여름철 청정 피서지로 이름나 웅상주민들이 정말로 사랑하는 명소이다.
 
이것 뿐인가. 농청장원놀이라는 전래의 무형문화재를 발굴하여 전수관까지 지었는데 자랑거리가 안 된다면 이상하다. 또 명동에는 시에서 음악이 있는 테마공원을 조성한다고 추진 중에 있는데 이것도 얼마나 다른 곳에는 없는 자랑거리인가. 한 스님이 30여년간 수집해 온 문화재급 보물을 일반에 공개하고자 사저를 털어 박물관을 지은 것은 개인 사업이라서 자랑거리에 포함될 수 없는 건가.
 
사실 시에서 '10대 자랑거리'라고 내세운 것 중에는 이미 양산8경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 4개나 포함돼 있다. 둘 다 양산의 이미지 홍보에 관한 것으로 관광책자 등에 활용되는데 중복해서 다룬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양산8경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것이라면 '10대 자랑거리'는 유ㆍ무형의 전통과 양식이나 풍물 또는 문화예술의 정신과 맞닿은 것이라든지 독특한 건축물, 이색적인 테마공원, 유적지 같은 차별화된 선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이번 '10대 자랑거리' 선정에 있어 단지 웅상지역이 자랑거리에서 소외당했다는 것보다 양산시가 의욕적으로 지역내의 자랑거리를 발굴해 홍보하는 사업에서 깊이 있는 판단이 부족했다는 것이 아쉬운 대목이다.
 
강조하건대, 정치적 이슈에서나 행정제도의 변화 등 주민들의 이해관계에 첨예하게 접근할 때는 달콤한 미사여구를 남발하다가도 때가 지나면 모르쇠로 변하는 일부 정치인들은 선거때마다 웅상지역의 표심이 당락에 큰 변수로 작용해 왔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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