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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옛 것의 복원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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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칼럼] 옛 것의 복원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12/09 10:33 수정 2008.12.16 02:44

ⓒ 양산시민신문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파가 몰아치고 있지만 지역의 곳곳에서 조상의 얼을 찾고 역사적 사실과 자료들을 정리하는 분주한 움직임들이 추위를 잊게 하고 있다.
 
양산문화원은 영산대학교와 양산대학 등의 교수들의 주제 발표를 통해 '양산의 인물'을 재조명하는 학술대회를 열었다.
 
여기에는 우리가 제일 먼저 내세우는 신라 때의 충신 박제상의 정치적 위상에 대한 고찰이 포함됐으며, 박제상 유적지로서의 징심헌(澄心軒)과 제영시(題詠詩) 고찰이 뒤따랐다. 그 밖에도 고려조의 김원현, 김인훈, 김극종에 대한 사료와 신라 중대 김무력 가문의 지정학적 입지를 설파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또 다른 장소에서는 희끗희끗한 노년의 신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으니 다름아닌 양산읍지 편찬에 몇 달째 투신하고 있는 분들의 모습이다. 양산향토사연구회를 중심으로 전직 공무원들이 주축이 되어 자료 수집과 집필에 주력하고 있는데 양산읍성의 실태와 흔적에 대한 고증 등이 포함돼 그 내용에 대한 기대가 자못 크다.
 
며칠 전에는 용당동의 산자락에서 민간 박물관 개관행사가 열렸다. 암자의 주지로 30여년을 고대 유물의 수집과 보존에 몸바쳐 온 한 스님이 사재를 털어 마련한 박물관으로 그 소장품들의 가치나 수량이 만만치 않다고 한다.
 
동면 법기리 마을에도 한 무리의 일본 문화계 인사들이 다녀갔다. 사적으로 지정된 법기리 도요지는 과거 임진왜란 직후 일본과 교역한 창구로 일본에서 사용하는 다완을 대량으로 주문생산 했던 곳으로 추정되고 있는 곳이다. 일본 다완의 원천기술을 추정해 볼 수 있는 곳으로 일본의 노무라문화재단이 나서서 발굴요청을 해 오고 있다.
 
고고학과 역사학자들의 말을 빌자면 양산지역은 신라시대에 도성인 경주 다음으로 큰 세력을 자랑한 변방 제일의 도시였다고 한다. 따라서 많은 유물이 출토되곤 했지만 1970년대 이후 개발의 물결에 휩쓸려 그 가치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박제상 공을 필두로 고려 때의 방어사 김원현과 조선조의 조영규 군수 등 삼조의열을 위시해 하북의 삼장수 등 잊지 않고 되새겨야 할 선조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소홀한 점이 없지 않다.
 
최근 지방 원로들 모임에서 박제상 공을 위시한 순국충절의 조상들을 모실 충렬사가 제대로 정비되어야 한다는 요구는 춘추공원이 새로 단장되고 있는 시점에서 아주 적절한 요청이 될 것이다. 하북의 삼장수 생가를 중심으로 성역화, 공원화하여 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시에서 수백억을 들여 옛 누각인 쌍벽루를 춘추공원에 복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무언가 순서가 맞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한 누각복원계획이 당초에 발표한 것보다는 사업비를 크게 줄인 것이라 하지만 이미 계획중인 정신선양사업이 미진하고 진행중인 것을 감안한다면 우선순위를 재고해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다.
 
쌍벽루는 옛 양산관아(官衙) 객사 서편(지금의 양산문화원 인근)에 있었던 누각으로 양산을 찾은 관리나 문인들이 즐겨 찾으며 경치를 즐기던 곳이다. 시에서는 울산시의 태화루 복원사업 추진에 착안하여 진주의 촉석루나 밀양의 영남루 같은 유서깊은 누각으로 만들어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IMF사태 이후 최악의 경제여건으로 신음하는 국민들의 형편을 감안한다면 보다 시급하고 실질적인 시민생활 안정사업에 예산을 집중투입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통과 정신문화 창달에 필요한 사업이라 할지라도 박제상 유적지 정비사업이나 임경대 복원 등 기왕에 추진하고 있는 사업을 마무리하는데 주력하면서 삼장수 생가 복원이나 충렬사 건립 등 명분 있는 사업들에 대해 원로들의 자문을 얻어 우선순위를 매긴 뒤 시행해 나가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
 
치산서원이라는 박제상 사당을 공원화해서 운영하고 있는 울주군에서 얼마 전 박제상 공에 대한 세미나를 열었다는 소식은 황량한 잡초가 무성한 효충사와 견주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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