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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참된 지역언론을 원하지 않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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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칼럼] 참된 지역언론을 원하지 않는 정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8/12/23 14:00 수정 2009.02.18 11:07

오늘도 본사 대표는 모든 연말일정을 뒤로 하고 서울행 새벽열차를 탔다. 매서운 칼바람을 맞으며 풍전등화처럼 맨몸으로 내몰린 지역신문사의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을 위해서이다.
 
지난 13일 한나라당은 2009년도 정부 예산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여야 합의하에 '전년 수준으로 원상회복'을 공언했던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에 대해 당초 원안대로 삭감 처리하는 반민주적인 행태를 서슴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월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전체 예산은 전년도에 비해 5% 늘어났지만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은 각각 75억여원, 57억여원씩 삭감해 '중소신문 죽이기'라는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신문업계의 반발이 예상외로 커지자 유인촌 장관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회에서 수정해 원위치하면 그대로 반영하겠다"고 밝혔고, 보름 뒤 같은 위원회 예산안심사소위원회는 신문발전기금과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 전액을 전년도 수준으로 증액해 수정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신문산업의 건전한 발전 기반 조성과 경쟁력 강화, 공공성 구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정부의 감액 편성안을 수정해 2008년도 수준으로 증액하기로 의견일치를 보았다"면서 "앞으로도 예년 수준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모든 공언과 발표는 국민과 언론인을 기만한 말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코드 인사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집권당 의원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내용이 아무런 해명없이 전격적으로 번복된 것이다. 국회 합의를 믿고 안심하고 있던 신문업계가 크게 뒤통수를 맞고 말았다.
 
양산시민신문은 2003년 8월 창간했지만 2005년 지역신문발전기금이 운용되면서 바로 그 해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우선지원대상신문사로 선정됐다. 매년 말 실시되는 실태조사에서 우수한 평점으로 심사를 통과해 다양한 사업 지원과 임직원 직무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연수와 해외취재 지원을 받아왔다.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심사에 있어서 가장 우선시되는 조건이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과 편집자율권의 확보, 공익사업의 지역사회 기여도, 윤리강령 준수도 등이다. 전국의 수많은 신문사 속에서 일부 소수의 신문사가 최종 선정되는 것은 높은 직업윤리의식을 갖춘 건전한 지역언론의 기수로 인정받는 셈이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는 모든 신문사들은 한결같이 열악한 재정여건과 신문제작 환경속에서도 주민의 알권리 구현과 지방정치권의 전횡을 막는 보루로서 최선을 다해오고 있다.
 
지방자치가 실현된지 10년이 지난 시점에 기초 또는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주민들을 대변하고 권익을 되찾는 노력을 견지하고 있는 지역신문의 존재 의미에 대해 격려와 지원은 못해줄 망정 얼마되지 않는 지원금마저 삭감해 버리는 이번 처사는 수도권 상류층을 제외한 지방의 대다수 국민을 홀대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역의 균형발전을 주창하면서도 정책적으로는 수도권 규제완화로 지방을 더욱 더 주저앉게 만들고 신문을 발전시킨다면서 오로지 친정부 메이저신문과 재벌에 편향된 법규 마련에 치중하고 있는 이명박정부는 여야 합의사항마저 번복하게 만드는 후안무치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 사명감만으로 역경을 헤쳐온 건전한 지방언론들은 분연히 일어나 한나라당과 정부에게 잘못된 지역신문발전기금 예산안 삭감조치를 즉각 원상회복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아울러 새 정부 출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지원법 무력화 시도 등 지역언론 경시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엄중하게 요청하는 바이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집행은 지역신문사들에 대한 시혜나 온정의 차원이 아니라 건전한 지방언론의 육성을 통해 지방자치의 이념을 구현하고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보장하는 사회적 책무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정부와 한나라당은 깊이 인식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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