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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2009 희망을 말한다] 양산출신 야구 유망주 강경덕 선수
“최고가 될 때까지 앞만 보고 뛸 겁니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09/01/06 11:49 수정 2009.01.06 12:03
지난해 마이너리그 ‘올해의 선수상’ 수상

현지 관계자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 평가

‘희망’이라는 말은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빛을 발한다. 모두가 힘들다고 하지만 우리 곁엔 여전히 꿈을 이루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리는 유망주들이 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희망을 본다. 그 속에 우리의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 양산시민신문
야구의 본고장 미국. 최고 중에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미국프로야구라고 부르지 않고 ‘메이저리그’라는 이름을 붙인 곳. 이곳의 문을 당당히 두드리는 청년이 있다. 아직 청년이라고 하기에는 이른 감이 없지 않은 21살의 어린 선수. 메이저리거를 꿈꾸는 양산출신 야구선수, 강경덕(21) 선수다.

현재 강경덕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탬파베이 레이스 소속으로 루키리그를 거쳐 지난해 뉴욕펜리그(쇼트시즌 싱글A) 허드슨밸리에서 팀의 중심타자로 타율 2할7푼8리 6홈런 43타점을 기록하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다. 팀은 그에게 ‘올해의 선수상’을 수여하며 가능성을 인정했다. 올 시즌 풀타임 싱글A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유망주다.

하지만 ‘강경덕’이라는 이름은 국내 야구계에서는 아직 낯설다. 조기 유학파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을 유난히 좋아했던 강 선수는 아버지 강삼석 씨의 권유에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글러브와 방망이를 잡았다. 또래보다 늦게 야구를 시작했지만 재능을 보였던 강 선수는 곧 소토초를 떠나 부산 대신초로 전학을 한다. 이때부터 메이저리거를 향한 힘찬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대신초를 거쳐 야구명문 경남중으로 진학한 강 선수는 경남중에서 착실하게 기본기를 닦으며, 팀의 중심축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처음에는 야구에 재능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그냥 운동이 좋아서 시작했으니까요. 하지만 주변에서 ‘끼’가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강 선수는 외야수로 야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왼손잡이다 보니 팀에서는 처음에 투수를 권했다고 한다. 하지만 투수가 적성에 맞지 않았던 강 선수는 타격과 수비에 집중하게 됐다.

경남중 3학년이던 2002년, 강 선수에서 또 한 번의 기회이자 도전이 시작된다. 미국으로 야구 유학을 떠난 것이다. 야구를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야구로 대성하려면 큰물에서 일찍 배우는 것이 낫다”라는 아버지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어린 강 선수에게 ‘언어’라는 벽과 ‘문화적 차이’는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러나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를 때마다 이를 악물고 버텼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강 선수에게 신앙생활도 큰 힘이 됐다.
ⓒ 양산시민신문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어려웠죠. 게다가 미국은 운동선수도 어느 정도 학점을 받아야만 운동을 계속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야구만 하던 제가 다시 공부를 한다는 것이 상당히 어려웠습니다”

강 선수는 처음 미국으로 건너갈 당시 친척이 있는 앨러버마에 있는 도핀중학교와 애너프라이즈고등학교에 입학해 2년 정도를 보냈다. 이후 애틀란타로 거처를 옮기고 현지 야구명문인 파크뷰고등학교에 입학했다.

언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특유의 노력과 끈기로 실력이 일취월장하면서 팀에서 줄곧 3~4번 타자로 활약했고, 3학년 시절에는 12홈런, 40타점을 기록해 현재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주전 외야수이자 이 학교 선배인 제프 프랑코가 재학시절 세웠던 최다 타점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타자로서 재능을 보이자 여러 구단이 강 선수에게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미네소타 트윈스는 5라운드, LA 에인절스는 6라운드에 지명하겠다며 연락을 취해왔다. 대개 드래프트 5라운드권은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은 유망주로 분류하는 만큼 강 선수에 대한 현지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강 선수는 제안을 물리치고 대학에 진학했다. 조급하게 생각하기보다 미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다. 그리고 강 선수는 대학에서 1년을 보내고 탬파베이 레이스에 입단했다.

프로에 발을 딛고 난 뒤 강 선수는 엄청난 실력차이를 느꼈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약한 전력으로 하위권을 도맡던 탬파베이의 경우 드래프트를 통해 우수한 신인을 대거 보유해 팀 내 경쟁도 치열했다.

“막상 프로팀에 가니 수준 차이가 많이 나더군요. 세계에서 최고 중의 최고들만 모인 자리니 당연한 일이죠. 그 전까지 제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았어요. 그때부터 ‘정신 차려야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죠”

강 선수는 현지 야구 관계자들에게 ‘매우 재능 있다’는 평가와 함께 3~4년 내에 메이저리그에 진입할 수 있는 선수로 분류되고 있다. 현재 지난 시즌이 끝난 10월 말 한국에 들어와 몸만들기와 개인 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현역 선수 가운데 최고의 실력을 갖춘 알렉스 로드리게스(뉴욕 양키스)의 플레이를 좋아한다는 강 선수는 어린 선수답지 않게 조급해 하지 않는다.

“최고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주위에서는 언제 메이저리그로 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열심히 하라는 뜻이겠지만 부담스럽기도 합니다. 조급하지 않게 편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는 제 모습을 볼 수 있겠죠.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릴 테니 지켜봐 주십시오”

강 선수의 말처럼 메이저리그 진출 시기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성실함으로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강 선수의 모습에서 우리는 세계 최고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또 한 명의 한국출신 선수를, 최초의 양산출신 타자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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