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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칼럼] 재정조기집행의 허와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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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 재정조기집행의 허와 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9/01/13 14:58 수정 2009.02.18 11:07

2009년 벽두의 화두는 단연 재정 조기집행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9일 '전국 시장, 군수, 구청장 초청 국정설명회'에서 실물경제가 1분기부터 급속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더 나빠진다면 연말의 예측보다 우리 경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 서민 경제와 일자리 문제라면서 내수의 진작을 위해서는 1분기부터 예산집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또 "선출직 단체장의 재정 조기집행에 대해 내년 평가를 통해 훈장을 주도록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러한 발언은 오근섭 양산시장이 "열심히 일하는 단체장에게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하고 훈장을 줄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한 데 대해 답변한 것이라 한다.

오 시장은 "양산시는 상ㆍ하수도를 통합 발주함으로써 55%의 예산을 절감했다"면서 "열심히 일하는 단체장에게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하고 훈장도 줄 수 있도록 해 주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청와대 행사에서 오 시장의 발언과 이 대통령의 화답이 보도자료로 나오면서 인터넷 포탈사이트의 뉴스 검색에는 '재정 조기집행 단체장에게 훈장 검토'라는 타이틀이 뜨는 등 오근섭 시장이 잠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한해가 시작되면서 경제침체와 위기의식이 이만큼 피부에 와닿기는 처음인 듯 하다. 지난 외환위기 때는 건국 이후 성장가도만 달려오던 중 불시에 닥친 위기이었던지라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실감하지도 못한 가운데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에 내몰리고 외환부족에 따른 금융위기를 경험했었다.

하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 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한 번 큰 위기를 겪었던 국민들이 이번 경제난국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가히 공포심에 근접할 정도이다. 오죽하면 소비생활의 문을 굳게 닫으려고 할 정도다.
 
정부에서도 부처별로 비상경제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은 재정 조기집행과 관련해 "지방채 발행 상한선을 늘리는 것과 재정 조기집행으로 인한 이자손실에 대해 보존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관계 장관에 지시하며 "중앙정부가 말로 약속한 것은 꼭 실천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토론에서 경기도 파주시의 류화선 시장이 건의한 것처럼 효율적인 재정 조기집행을 위해서는 정부와 유관기관 간의 협조가 필요하다. 일선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조기에 세수 확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중앙 정부의 예산을 조기에 배정하고 교부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재정의 조기집행은 사실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지나간 정부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으로 해마다 각종 예산사업의 조기 발주와 집행을 주장해 왔다. 민간 경기를 회복하기 위해서 정부 돈을 먼저 풀겠다는 것이다. 아무튼 올해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재정 조기집행에 따른 손실 보전까지 공언한 마당이니까 지자체마다 실적을 내기 위한 경쟁이 불가피하게 됐다.
 
문제는 정부의 이런 강경 드라이브에 편승해 목적 달성을 위해 사업성이나 예산절감 등 개선 방안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조기발주에 매달린다면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선출직 단체장에 대해 내년 조기집행에 대한 평가를 통해 훈장 수여를 검토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에 실적 위주의 정책 추진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또한 시 전체의 살림살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지방채를 끌어 들이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장차 시민의 부담이 될 채무는 의회와의 협의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되어야 한다.
 
이미 우리 시에서는 지난 몇 년간 일부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의회나 시민사회와의 공감대 형성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추진된 경우가 없지 않다. 올해도 상반기 60% 사업 조기집행이라는 미명 아래 졸속 추진이 되어서는 안되겠다.
 
시 금고를 열어 지역 경기를 활성화하겠다는 재정의 조기집행이 자칫 불요불급한 예산 운용의 면죄부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당국에서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여 경기 부양과 적절한 예산 운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도록 애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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