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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산불은 막을 수 있다..
오피니언

[편집국장 칼럼] 산불은 막을 수 있다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9/02/17 11:01 수정 2009.03.10 04:07

모처럼 비가 왔다. 겨울비 치고는 제법 많은 평균 40mm의 비가 금요일 하루동안 양산지역에 내렸다. 일부지역에서 식수난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의 가뭄이 해소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겨우내 쌓였던 낙엽들이 서로 제 몸을 비비다 불씨라도 만들어낼까 두려웠던 산불 걱정은 잠시 덜게 됐다.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인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모두 64건으로 10년만에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또 피해면적도 38.2ha에 달했다고 한다. 이러한 수치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동안 발생한 1월 중 평균 산불발생건수의 2배 가까운 것으로 10년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한다.
 
총리실의 발표에 따르면 월평균 강수량 40mm 이하가 3개월 이상 지속될 때 산불이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데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월평균 강수량은 40mm 이하로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얼마전 창녕군 화왕산 억새태우기 행사의 참사도 안전조치의 미흡과 때아닌 돌풍 발생이 원인이 되었지만 따지고 보면 긴 가뭄으로 대기가 건조해 있었던데다가 방화선의 마른 초목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이 대형 참사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
 
지구 반대쪽 호주의 산불도 연일 뉴스에 나오고 있다. 계절이 한여름인데도 엄청난 면적을 뒤덮은 산불의 위력은 200명 가까운 인명을 앗아가고도 그 위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고 한다. 목숨을 잃은 주민들은 대부분 차량을 이용해 안전지대로 대피하다가 불길에 휩싸여 사고를 당한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대피 중에 산을 가로질러 넘어 다니는 불길의 소용돌이에 갇혀 버린 결과이다.
 
산불 피해의 후유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연 생태계의 파괴는 말할 것도 없고 인간에게 제공하는 쾌적한 환경을 훼손하므로써 야기되는 건강저해 요소도 만만치 않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화왕산 참사와 같이 애꿎은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요, 원상태로 산림을 복구하기 위해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이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손실과 재앙의 발생이 사람의 한순간의 실수나 부주의에 의해서 비롯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나라의 삼림은 호주나 캐나다, 미국 등의 수종과 달라서 수목 스스로 마찰이나 대기, 바람의 영향으로 발화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주에 널리 분포하고 있는 유칼립투스 종의 나무는 높이가 100m 정도나 되는 대형 수목인데 잎에 유칼리 오일(eucalyptus oil)이라고 알려진 휘발성의 방향성 기름이 들어 있는 샘(腺)이 있어 바람에 서로 부딪히다가 불이 일어나 대형 산불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와 비교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불은 겨울 가뭄이 지속되는 1월부터 4, 5월까지 주로 발생하는데 대부분 산에 인접한 농경지 두렁 태우기나 담뱃불, 취사 등 등산객의 부주의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좀더 체계적인 계도나 예방대책의 시행으로 산불 발생 건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해마다 겨울철이 시작되면 지자체에서는 일부 등산로를 폐쇄하고 입산통제구역을 설정한다. 또 주요 등산로 나들목에 감시요원을 배치하여 단속에 나서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산불예방에 동참하는 시민단체나 기업체의 협조를 받아 홍보물을 설치하기도 하고 민간감시요원의 자발적 봉사를 제공받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관심과 산불방지노력이다. 지난해 겨울, 가까운 야산에 등산을 한 적이 있는데 산 정상 가까운 곳의 평평한 곳에서 가마솥을 걸어놓고 음식을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가 하면 정상 부근 운동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에는 벤치 주변에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가 즐비했다. 비록 산불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는 창녕 화왕산 참사를 보면서 안전불감증이 가져온 엄청난 결과에 몸서리쳤다.
 
이것은 남의 일이 아니다. 시민 모두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우리에게도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재앙인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말하자면 당국과 시민들이 합심해서 예방활동을 철저히 함으로써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산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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