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6년 기초의원 선거를 앞두고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꺼낸 중선거구제를 한나라당이 수용하면서 정당공천제를 법 개정 항목에 추가했던 결과 양산시의 경우 기초의원 선거구를 4개 중선거구로 나누고 지역구 11명, 비례대표 2명으로 모두 13명의 기초의원이 배출됐다. 지역구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11명중 7명이 당선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4명이 당선됐다. 비례대표는 한나라당이 1명, 열린우리당이 1명 당선됐다.
기초지방선거에서 후보자의 정당공천은 1995년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후 끊이지 않고 정치권의 논쟁거리가 되어왔다. 정당정치, 책임정치의 실천이라는 주장과 중앙정치인의 지방자치에 대한 개입이라는 반대논리가 첨예하게 대립해 왔던 것이다.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의 정당공천 문제는 다소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역할 분담이나 재정 분리 등 완전한 지방자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에 비추어 볼 때 단체장의 당적 보유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초의원들의 정당공천은 그런 명분조차 부여할 수 없는 것이기에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이기적인 발상에 다름아닌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로 새로이 개원한 제4대 양산시의회는 정당공천의 후유증으로 원 구성에서부터 파행을 거듭했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7명의 의원들과 무소속 의원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계속됐다. 무소속 의원 4명도 모두가 한나라당 당적을 가지고 있다가 공천을 못 받아 탈당후 무소속 출마로 당선된 인사들이기에 당에 대한 불만이 팽배해 있었고, 한나라당 소속 의원 사이에서도 국회의원과의 갈등이 노출되면서 원만한 원 구성이 결렬되었다.
최근 본지에서 현직 시의회 의원들을 상대로 설문해 본 결과 거의 대부분의 의원들이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차기 지방선거부터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히 '국회의원에게 줄서기를 강요하는 현행 제도는 생활정치를 펴나가야 할 기초의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은 공감이 간다.
2010년 6월 2일 실시되는 동시지방선거까지는 아직 1년 3개월이라는 시간이 남아있다. 그러나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이 폐지되지 않는다면 차기를 꿈꾸는 출마 예상자들은 벌써 중앙 정치무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지난해 18대 총선에서 당선된 허범도 의원의 선거법 관련 재판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라 4월 재선거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가운데 중앙의 거물급 정치인과 전 의원의 출마설에 지역 정가가 술렁이는 것도 지방선거의 정당공천과 무관하지 않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권한과 세입을 얼마만큼 지방정부로 이양하는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전한 재정 운용이 수반되지 않는 지방자치는 헛구호에 불과하다. 수도권 일부에서 재정자립도가 높은 자치단체가 중앙정부의 감시감독권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일 수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운용이나 행정의 집행을 감시 감독하고 시민의 대변자로서 목소리를 내는 기초의원들의 기능은 법을 제정하고 국정을 감시하는 국회의원들의 그것과 연결될 필요가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장악하고 지지기반의 확대를 위해 기초의원을 볼모로 잡는 정당공천제가 유지되는 한 민생정치를 펴나가야 하는 기초의원들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다.
기왕에 정치권에서 지방선거의 개혁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면 속도를 내서 하루빨리 결론을 내리는 것이 지방자치를 도와주는 것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