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가 평생학습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의욕적으로 추진해오고 있는 시민아카데미를 이번 달부터 매월 1회 웅상지역에서 개최한다고 하는데 참으로 잘한 일이다.
2007년 8월 처음 개설된 시민아카데미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면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함으로써 좋은 반응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시청 소재지에 위치한 장소에서 대부분 열리다보니 웅상지역 주민들의 접근성이 용이하지 않아 참여도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그동안 몇 차례 웅상지역에서 개최된 강연에 주민들의 폭발적인 호응이 있었던 경험에 비추어 이번 시의 조치는 민의를 적극 반영한 행정서비스라고 인정할만 하다.
본지에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두 차례에 걸쳐 시민을 위한 문화공연으로 '테너 엄정행 독창회'를 개최하였는데 웅상지역 주민들의 큰 호응과 적극적인 참여에 감명을 받았다. 이미 연초에 웅상도서관 문화강좌 신청접수창구에 몰려든 주부들의 모습에서 그 진지한 열정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살찌우는 공부와 노력을 외면하지 않는 자세에서 우리 국민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최근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준비작업이 시작됐다. 이대로 간다면 멀지 않은 장래에 지금까지 우리가 고수하고 있던 향토나 고향의 의미가 크게 바뀌게 될 것이다. 시민들 마음 속에 변치않는 고향으로 자리잡은 양산이라는 지명이 때에 따라서는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웅상은 양산과 그 고대적 역사를 함께 하지는 않고 있다. 삼국시대 이전에 우시산국으로 출발해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늘 울산의 관할이었다. 1413년 조선 태종 13년 전국의 행정구역을 재편할 당시 울산군 서면이 되었다가 1896년 울산군 웅상면으로 개칭되었던 웅상은 백여년 전인 1906년 고종 43년 양산군으로 편입되었다. 양산이 멀리 기장군의 5개 읍ㆍ면까지 관할하다가 1995년 부산시로 넘겨준 뒤에도 웅상은 변함없이 양산의 중추적인 부분을 떠맡고 있는 중요한 지역으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웅상과 양산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도로, 교통의 문제때문이었다. 지금도 양쪽을 연결하는 수단이 동면 여락리와 내송리간의 시도(市道)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상호교류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반면에 부산이나 울산과는 각각의 시내버스 노선으로 연결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빈번한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어 거주생활권역이나 문화적공간의 활용 측면에서 양산시보다 친숙하게 엮여져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가 1천명의 성인을 가르친 고사가 살아 숨쉬는 명산인 천성산이 갈라놓은 두 지역이 문명의 발달과 함께 소속감이나 유대감의 결여를 가져온 것이다.
그동안 두 지역을 연결하려는 많은 시도가 이루어졌다. 월평과 양산 명곡을 직접 연결하는 공사가 국가지원지방도60호선이라는 사업으로 착수된지 벌써 7년이 지나고 있다. 하지만 2007년 준공 예정이던 공사가 정부의 재정지원이 원활치 못한 탓에 계속 밀려나 2011년에나 준공될 형편에 놓여있다. 다행히 경남도와 양산시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올해 안에 일부 구간의 개통을 약속하고 있으니 기대가 된다.
이런 연유에서 웅상과 양산의 진정한 소통은 웅상주민들의 소외감을 해소해 주는 차원에서 비롯돼야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처럼 생활권역이 다르다보면 시민으로서의 일체감이 생겨날 수 없다. 최근 들어 양산시 예산운용의 틀이 웅상주민 불편해소를 위한 방향으로 많은 부분 반영되고 있음을 보면서 이제야 비로소 균형있는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생겨난다는 주민들의 호응이 들려온다.
웅상은 양산의 또 하나의 동맥이다. 소주공단과 웅비공단 등에 위치한 수많은 기업체에서 이루어지는 활발한 경제활동과 영산대학교를 중심으로 민ㆍ관ㆍ학ㆍ산업의 유연한 연결이 시민들의 높은 의식수준과 맞물려 대내외적인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때에 행정의 중심에서 지역간 균형발전을 꾀하는 노력이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고 함께 잘사는 사회를 만드는 계기로 승화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