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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칼럼] 재정조기집행이 여의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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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 재정조기집행이 여의봉인가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9/03/17 09:32 수정 2009.04.15 11:15

박성진 편집국장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배우 출신인 아놀드 슈워제네거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주정부의 막대한 재정적자와 방만한 경영으로 캘리포니아 주를 최악의 경제위기에 빠지게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주정부 자체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인 캘리포니아는 올 1월 실업률이 미국 전체 평균을 훨씬 넘는 10.1%를 나타내고 있고 누적 적자가 420억 달러에 달해 공무원 임금을 줄 돈도 모자라 일시해고를 포함해 20만명의 공무원을 해고했다고 한다.
 
이러한 경제악화는 지난해 말 터진 불량주택담보대출의 여파로 야기된 금융위기의 후폭풍이기도 하지만 주 정부 채권 신용 등급이 S&P 평가에서 미국 50개 주에서 최저수치로 떨어진 것은 경영 잘못으로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양산시는 올해 당초예산 총액은 6천105억원으로 도내에서 상위권이다. 1회 추경예산안에서 세입이 줄어 487억원이 삭감될 예정이지만 일부 군지역에서 공무원의 봉급 지급마저 어려워 국고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여유있는 살림살이인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정부는 세계적인 경기 불황과 소비 위축에 대응하고자 기업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하고,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 조기집행을 강력 추진하고 있다. 연초에 이명박 대통령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하면서 '재정조기집행 실적에 따른 단체장 훈장 수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재정조기집행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유동성 자금이 '토목공사용'으로 편중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양산시가 재정조기집행을 최우선 시정목표로 삼아 추진해 나가는 것은 좋으나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무리수가 두어지고 있으니 걱정이 없지 않다. 특별대책반이 구성돼 '상반기 내에 예산의 90% 이상 발주, 60% 이상 지급'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이를 위해 추경예산을 편성해 상반기에 발주하거나 지출하기 어려운 사업이나 행사 등은 과감하게 삭감하고 경상비용 가운데서도 일정 부분을 떼어 미리 집행할 수 있는 일자리 창출 쪽으로 조정함으로써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예를 들면 5년동안 분할해서 지급하기로 한 농수산물유통공사 부지 매입비를 향후 3년간의 비용 전액을 당장 토지공사에 지급하겠다는 것이나, 각종 공사비의 선지급으로 인한 문제점, 유관기관이나 사회단체등에 대한 연간 지급비용을 미리 전액 지급한다든가 하는 조치는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방재정은 중앙정부와 마찬가지로 그 규모만 작다뿐이지 똑같은 합리적인 운용을 필요로 한다. 시의 세입예산은 대부분 시민들이 납부하는 세금이며, 상급행정기관에서 이양받는 지원금도 결국은 그들의 재정운용방침에 따라 지급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금고를 바닥내서라도, 아니 모자란다면 차입을 해서라도 조기집행을 해야겠다고 한다면 뭔가 주객이 전도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토지공사에 토지매입대금을 일시불한다면 분할납부 때의 이자부담은 줄어들 터이지만 없는 자금을 끌어대기 위해 은행을 이용할 때 생기는 이자는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미 양산시는 해마다 기채를 끌어와 도시계획도로 개설을 위한 토지보상비용에 많은 부분을 투입하고 있다. 아무리 저리의 자금이라지만 우리같이 재정형편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지자체에서 차입금을 늘려나간다는 것은 먼 장래를 생각할 때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이미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재정운용시스템에 의거 양산시의 조기집행 실적이 전국에서 1등을 달리고 있다는 사실에 고무된 양산시는 6월 말까지 계속 밀어부칠 태세다. 새로운 재정집행계획을 반영한 추경예산안이 의회에 곧 상정될 예정이다. 의원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심의에 만전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
 
재정조기집행은 시중의 자금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위축된 가계와 기업경제를 살려 경기를 부양하는 순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손오공이 쥐고 흔드는 여의봉처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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