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 칼럼] 야구에서 보는 리더십..
오피니언

[편집국장 칼럼] 야구에서 보는 리더십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9/03/24 16:20 수정 2009.04.15 11:15

박성진 편집국장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한 해의 최종 승자를 결정하는 경기를 '월드시리즈'라고 부르는 것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똑같은 경우 우리나라는 한국시리즈, 일본은 재팬시리즈라고 하는데 왜 미국은 아메리카시리즈라고 하지 않고 '월드시리즈'라 하느냐고 항의할 법도 하지만 1876년 내셔날리그를 필두로 시작된 미국 프로야구가 13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전 세계 프로야구 선수의 꿈의 무대로 자리잡아 왔기에 누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1936년 출범한 일본보다도 46년 늦게 1982년 창설된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30년도 채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가지고도 놀랄만한 경기력 향상을 이루어왔지만 미국 등 야구 선진국으로부터 그에 걸맞는 평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해 북경올림픽에서 일본이나 미국, 쿠바 등 세계적인 야구강국들을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할 때만 해도 빅리거가 빠진 세미프로팀간의 경기로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3월을 뜨겁게 달군 WBC(세계야구클래식) 제2회 대회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은 물론이고 멕시코와 베네수엘라 등 빅리거가 즐비한 나라의 대표팀과 맞붙어 당당히 승리를 따내는 모습을 본 세계 언론들은 마침내 우리의 실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현지의 야구 중계를 보면 감독을 다른 구기종목의 감독처럼 'Head Coach'라 부르지 않고, 'Manager'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단지 기술적인 우위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선수와 경기 전체를 관리하는 자리라는 것이다. 야구는 다른 운동처럼 연속되는 진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매 회 바뀌는 이닝과 투수의 투구에 의해서 그때그때 시작되는 정중동의 운동이다. 따라서 선수 개개인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감독의 작전이나 게임운용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어떤 경기에서 4번타자가 무사 주자 1, 2루의 상황에서 감독의 번트 사인을 무시하고 강공을 시도해 홈런을 쳤다. 3점의 점수를 얻은 덕에 경기는 승리했지만 사후의 회합에서 그 선수는 감독의 호된 질타를 받아야 했다. 홈런은 단순한 타격의 결과물일 뿐 감독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데 대한 벌을 받은 것이다. 물론 고과점수에서도 감점요인이 된다. 이런 것이 야구다.
 
야구는 팀의 경기라고 한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가 있어도 팀원 중 한 사람에 불과하므로 경기 전체에 대해 책임질 수가 없다. 또 같은 편 선수에 대한 애정과 협동정신 없이는 경기를 원만하게 이끌어 갈 수가 없다. 우리나라와의 준결승에서 베네수엘라의 선발투수인 실바가 1회초에 나온 동료들의 몇 번의 수비실책에 대해 덕아웃으로 들어가면서 헬멧을 집어 던지며 불같이 화를 내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메이저리그의 대타자인 오브레이유와 카브레라가 9회까지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던 데는 경기 초반의 실책에 대해 지나치게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것처럼 2004년 갑작스런 뇌경색으로 쓰러진 경험이 있기에 지금도 말투가 어눌하고 몸도 다소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 젊은 감독들도 마다한 자리에 앉으면서 세간의 우려섞인 혹평에도 묵묵히 선수들을 믿고 이끌어 온 결과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야구 역사를 새로 쓴 명장으로 추앙받기에 손색이 없다.
 
최근 한 스포츠 전문기자가 김인식 감독의 리더십을 몇가지로 정리한 글이 공감을 주고 있다. 첫째 인간적이다는 것, 둘째는 중간층을 잘 다독인다, 셋째는 선수들을 찬양하고 고무한다, 넷째 선수들을 믿고 기다린다. 다섯째는 잘못된 것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 끝으로 설치지 않는 것이라 한다.
 
무릇, 한 기관의 장이나 기업의 CEO들은 부하직원을 통솔하는데 제각기 다른 리더십을 구사하지만 부하직원의 자발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어 설정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바람직한 리더십이 아니겠는가. 대체적으로 그렇지 못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들이 공(功)은 자신이 갖고 과(過)는 부하직원 탓으로 돌림으로써 성공하지 못한 경우를 역사속에서도 우리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존경받는 지도자가 되는 길은 사람을 잘 다스리는 일이면서 그들의 잘,잘못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긴 호흡으로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