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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칼럼] 50배 과태료는 사라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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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 50배 과태료는 사라져도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9/03/31 09:54 수정 2009.04.15 11:13

박성진 편집국장


2007년 말 경북 청도군에서는 한꺼번에 1천470명이 선거법 위반으로 사법처리되는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사건이 발생했다.

군수 재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금품을 살포했던 것인데 그 숫자가 선거 관련 사법처리 건수로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당시 선거운동원 2명이 자살하고 50배 과태료를 부과받은 군민들은 놀라움과 수치심으로 드러내지도 못하고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지난주 헌법재판소는 기부금품을 받은 당사자에게 50배의 과태료를 물리도록 한 공직선거법 261조 5항 1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고 법률개정시까지 관련법률 조항의 적용을 중지하도록 했다.
 
공직선거법 261조 5항 1호는 선거와 관련해 100만원 이하의 식사나 선물, 관광, 교통편 등을 제공받은 경우 그 금액의 50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태료로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00만원이 넘는 금품, 향응을 받은 경우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규정대로라면 100만원의 향응을 받은 경우 5천만원의 과태료를 물 수 있지만 100만원이 넘는 향응을 받으면 오히려 그보다 적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어 형평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물론 과태료와 벌금은 형법상의 의미에서 큰 차이가 나고,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는 데 비추어보면 무조건 잘못됐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사범의 경우 대부분 선량한 시민들이 법규정을 알지 못하고 저지르는 사례가 많아 일반적으로 벌금형에 처해지는 관례를 볼 때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과태료나 벌금형이나 별반 차이가 없이 금액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국민의 편에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배한 규정을 바로잡는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60~70년대 막걸리나 고무신 선거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금품을 동원한 타락선거가 판을 쳤다. 후보자는 후보자대로 유권자는 유권자대로 주고받는 돈에 맛을 들였고, 어차피 선거가 끝나면 아는 체도 않을 사람인데 왕창 벗기고 보자는 한탕심리가 만연했었다. 따라서 선거철만 되면 '뒷간에 파리 끓듯' 선거 브로커들이 저마다 표밭을 내세우며 후보 진영을 압박하곤 했다.
 
2004년 당시 대선자금 수사가 진행되면서 궁지에 몰린 여야 정치인들이 깨끗한 정치를 내세우며 정치자금법 개정에 한목소리를 냈다. 50배 과태료를 규정한 선거법 개정안의 발의는 지금의 서울시장인 오세훈 의원이 주도해 '오세훈 법'으로 불리기도 했다. 아무리 좋은 법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50배 과태료는 그 후 선거 때마다 신문지상을 오르내리는 단골메뉴가 됐다.

조용한 시골마을이 단체로 대접을 받았다고 해 50배 과태료가 부과되자 마을의 수치라며 출향민조차 부끄러워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경북 청도군과 같은 사례가 발생하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한 법규정이 되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50배 과태료는 선거철 향응 제공을 거절하는 유용한 명분이 되어왔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과태료 부과 자체가 위법성을 갖는 것이 아니라 일괄적으로 50배를 부과하는 것이 지나치게 과중해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리 지역에서는 지난해부터 국회의원 재선거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허범도 의원의 선거당시 회계책임자가 선거법 위반 소송에서 2심까지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고 대법원에 상고 중이기 때문이다. 3월 말까지 최종 선고가 내려지지 않아 4월 재선거는 물건너 갔지만 아직도 10월 재선거를 준비하는 움직임들이 다양하게 포착되고 있다. 한때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양산출마설과 김양수 전의원의 재도전설이 흘러 나오다가 지금은 물 밑으로 가라앉은 상태다. 그 대신에 6개월 뒤를 겨냥해 포석을 던지는 인물들이 나오면서 다시 지역정가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습이다. 또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비록 50배 과태료 규정은 없어지더라도 적절한 대안의 처벌규정이 나올 것이지만 과태료를 물지 않더라도 유권자에 대한 금품제공은 없어져야 한다. 더불어 돈선거를 부추기는 선거꾼들도 이 참에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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