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에 지난해까지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재직했던 최근율 씨가 임명됐다.
올해 1월 제정된 양산시 시설관리공단 설립 및 운영조례에 따라 결성된 이사장추천위원회는 1월 29일 첫 회의를 열고 이사장 공개모집안을 확정한 뒤 희망자 신청을 받았다. 이 결과 시청 전ㆍ현직 국장급 인사 2명과 외부 인사 2명이 신청서를 접수했다. 하지만 신청자들이 지역인사 위주로 편중돼 처음 출범하는 시설관리공단의 보다 전문적인 운영을 위해 전국 단위 인사 모집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재공모가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시 관계자는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면서 전국 단위로 유능한 후보자를 좀 더 검토하는 기회를 갖자는 취지라고 했지만 추천위원회가 거부하지 못할 윗선에서의 요구가 있었던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전국의 지자체와 주요 기관에 알리고 심지어 많은 예산을 들여 중앙 일간지에 광고도 게재했지만 추가 공모에 응한 인사는 역시 지역 인사인 최근율 씨 한 사람뿐이었다. 결국 추천위원회는 최근율 씨를 포함한 2명의 후보를 추천했고 오근섭 시장은 조례 제8조에 근거해 최근율 씨를 임명하게 된 것이다. 표면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는 이사장 임명 과정이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된 것은 1차 공모에 신청한 네 사람의 역량이나 자질이 그렇게 부족했느냐 하는 것과 추가 공모로 신청받은 인사를 전격 임명하는 과정에 찜찜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우리는 최근율 씨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직을 수행할 충분한 능력이 있는 인사라는 것을 부인할 생각은 없다. 30년 이상 시 산하 사업소에서 공직을 수행하면서 대과 없이 임무를 마쳤고, 공사 생활에 있어서도 별다른 흠결이 없었던 분이기에 초대 시설관리공단 이사장으로서도 역할을 잘해 낼 것으로 기대한다.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이라는 옛 말은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 쓰는 것이 배를 따려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 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오해받을 짓을 하지 말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특히 벼슬에 오른 사람의 행동거지는 평범한 시민들의 그것과는 달라야 한다. 아무리 인사청문을 거치지 않는다 하더라도 선출직 정치인은 선거가 그 자체로 청문회인 것이요,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 속에서도 무엇을 견지하고 무엇을 중단해야 하는지 터득해야 한다.
요즈음 우리 지역에는 양산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 중에서는 어려운 경제를 극복하기 위한 일자리 만들기 사업과 주거생활의 편익을 위한 각종 도로, 교통시설 사업이 큰 호응을 얻으며 시행되고 있다. 또 즐겁고 행복한 시민생활을 위해 운동시설과 환경정비, 꽃의 도시 건설 등 역동적인 사업이 온 도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눈에 보이고 피부에 와 닿는 시책들로 인해 변화하는 지자체의 모습을 몸소 절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일각에서는 일부 사업의 추진과정에서 과다한 예산 지출에 대한 걱정과 함께 불요불급한 사업에 대한 투자가 특정인이나 업체를 위한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의 눈길도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숲의 도시 건설과 꽃가꾸기 사업이 호응을 얻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잉투자 논란을 빚어온 것이라든지 최근 관광자원 개발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양산천 구름다리 건설이나 쌍벽루 복원사업 등 대규모 사업에 대해서도 필요성에 대한 찬반 양론이 비등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턱을 낮춘 권위탈피 정책이 과도한 인기영합주의로 흐르는 포퓰리즘 시비가 끊이지 않았던 것처럼 시민들의 인기에 부응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주요 정책입안자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일부 편협된 시각과 무책임한 조언에 의해 정책들이 평가되고 새로 입안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어떤 사업이 많은 예산을 소요로 하고 시민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사전에 충분히 여론을 수렴하고 몇 차례라도 타당성과 파급효과를 짚어보고 나서 시행방침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시민의 혈세를 자본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본래 목적을 오해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신중함이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