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29 재보선이 박연차게이트로 출발한 노무현 전 대통령 관련 조사와 장자연 문건 수사로 인해 대중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가까운 울산과 경주에서는 한나라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총출동해 주말 대규모 유세를 펼쳤다. 민주당도 텃밭인 전주와 완산 등에 총력을 기울였다. 여야 모두 승리에 대한 장담을 하지 못하면서 최근의 악재를 딛고 일어서기 위해 여론 조성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민심은 냉담하기만 하다.
양산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4월 재선거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김양수 전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분루를 삼켰던 후보도 와신상담 다시 민심을 살피러 다니는가 하면, 지역 출신의 새로운 인사들이 거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허범도 의원측의 선거법 관련재판이 대법원에서 3월 말까지 확정되지 못함으로써 4월 재선거는 무산되고 말았다.
허범도 의원은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겸허히 기다린다는 자세로 초연하게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의원은 얼마 전 국회에서 한승수 총리를 상대로 대정부질문을 통해 첨단의료복합단지 입지 선정과정에서 특별법 취지에 부합되는 공정한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허 의원의 흔들리지 않는 의정활동에도 불구하고 조만간 나올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는 견해가 많지 않아 지역에서는 10월 재선거를 내심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럴 경우 잠시 주춤하고 있는 인사들의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물밑에서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지역인사들의 면면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다. 한나라당 정서가 강한 지역 특성상 현역 의원의 거취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사표를 던지지 못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말이다.
지역정가에서는 10월 재선거가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서 한나라당의 움직임에 예년과는 다른 강도의 촉각을 세우고 있다. 16대까지 3선의 나오연 의원 이후 두 번의 선거에서 철저히 지역을 배제한 전략 공천으로 임했던 한나라당이 과연 이번에도 낙하산 공천을 할 수 있겠느냐 하는 것이다.
관심의 초점은 두 방향으로 압축될 수 있다. 하나는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중량감 있는 인사가 나와서 지역의 굵직굵직한 현안을 보다 유리하게 이끌어 가야겠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연초 박희태 대표의 출마설에 긍정적인 관심을 가진 쪽이다.
또 하나는 이번만큼은 반드시 지역출신 인사가 공천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번의 낙하산 공천이 가져온 갈등구조 형성과 이에 따른 악영향을 생각한다면 시민들이 정서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지역출신 인사를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입장을 가진 사람들은 다소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웅상지역을 중심으로 총선이나 시장선거 등에서 소외감을 느껴왔던 주민들 속에서 웅상출신 인사 옹립론이 새어나오기도 하고 이전의 양산읍지역을 중심으로 상ㆍ하북 등 시청 소재지 주변에서는 또 다른 몇몇 인사들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결여된 채 진행되고 있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낙하산 공천은 어떤 것이며, 지역출신의 요건은 어떤 것인지 자의적인 해석만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양산에서 태어난 사람, 양산에서 태어나 타향에 나가 성공한 사람,태생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을 함께 살고 있는 사람 중 누가 지역출신으로 인정받는가. 아무리 정치적으로 큰 인물도 지역주민의 환영을 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반면 지역출신이라 하더라도 선거때만 모습을 드러내 표심을 잡으려고 한다면 겉으로는 몰라도 속마음을 잡을 수는 없을 것이다.
지역의 자존심을 살리는 것도 좋고 큰 정치를 펼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민심을 보듬어주는 따뜻함과 진심으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함, 패거리 정치에 대한 불신을 씻어줄 도덕성을 가진 인물이 등장해 고착화된 갈등을 봉합하고 화합을 이끌어내면서 중앙정치무대에서도 양산의 긍지를 살려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민심을 떠난 정치는 정치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