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내 비지정문화재인 신기산성 성황사의 사료와 관련해 양산문화원과 양산향토사연구회가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어 학술적 고증을 통한 중재가 시급하다. 특히 양측은 역사적 사실에 대하여 서로 완전히 배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바, 정확한 검증을 통한 양산의 고대사 부분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우선 문화원은 '성황사 및 그 사신에 대한 조사연구'를 최근 발간했는데 그 속에 담은 내용은 대략 첫째, 현재 신기산성에 있는 성황사는 옛 문헌에 나오는 김인훈 장군을 모신 성황사가 아니라 1938년 묵헌 박천수 선생이 남긴 '북산성신사중수기'의 기문처럼 별도의 북산성신사로 봐야 한다는 점, 둘째는 성황사에 모신 사신의 초상화는 경남도문화재자료인 지산리부부상을 촬영한 것이기에 신라 김유신 장군의 부모인 김서현 장군 부부라는 것이다.
이에 앞서 양산향토사연구회는 기관지인 '향토연구' 제2집에서 <성황사 사신 김인훈 장군 소고>를 실었는데 그 내용은 김우헌 전 문화원장이 성황사의 사신을 김인훈에서 김서현으로 왜곡했다는 것이다.
즉, 고려사와 조선기 여러 지리지와 양산군지를 통해 성황사의 사신은 김인훈 장군임이 인정되고 있는데 김우헌 전 문화원장이 1986년 양산군지 편찬위원으로 군지를 편찬하면서 북정 부부총의 주인을 김서현 장군 부부로 단정하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991년 성황사 개축 상량문에 박천수의 중수기문을 왜곡해 김인훈 장군을 김서현으로 바꾸어 기록했다는 것이다.
문화원과 향토사연구회는 우리 지역에서 향토문화와 역사를 다루는 대표적인 공적 단체이다. 문화원은 양산지역 향토의 정사(正史)를 다루는 유일한 공인 기관이라 자부하고 있고, 향토사연구회도 향토사학 원로들이 모여 활발한 연구조사 활동을 펼치고 있고 정진화 회장이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시민대상을 받기도 했다.
문제는 두 단체의 주장이 서로의 감정을 건드릴 정도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어떤 방법으로든지 중재가 필요하다는 게 지역 원로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향토사연구회에서 특정인의 이름까지 적시하면서 왜곡했다는 주장을 함에 따라 문화원에서도 고인과 문화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하는 조사연구서를 내놓게 되었다.
문화원은 이번 조사보고서에서 또하나의 논란을 제공했다. 옛 문헌에 나오는 '양주지역의 장수(良州帥) 김인훈' 부분에서 양주는 지금의 경기도 양주(楊州)의 오기일 확률이 매우 높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에 대해 향토사연구회측에서는 경기도 양주가 지명으로 자리잡은 것은 고려 성종 때며 고려 개국 전에는 양주라고 불리지 않았는데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2005년 문화원에서 발간한 '양산의 누정재지'와 2006년 양산시가 발간한 '양산의 문화재'에도 성황사의 사신이 김인훈 장군으로 기술돼 있다고 말하고 있다.
향토사연구회 측은 특히 2004년 양산시가 편찬한 양산시지(梁山市誌)에 성황사의 사신으로 고려 개국공신인 김인훈 장군이 모셔진 것으로 기술돼 있으며, 나아가 김서현 장군이 양주총관이라고 나와 있는 신동국여지승람의 자료는 지금의 합천으로 파악되고 있는 대양주를 양주로 동일시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어 양주와 김서현과는 연관이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기술이 나오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료들을 종합해 봤을 때 문화원과 향토사연구회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명예를 건 논쟁'은 어떤 이유에서든 한 가지 방향으로 고증이 정리되어야 한다. 둘로 나뉘어 벌이는 소모적인 다툼이 향토사의 정립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화원은 문화원대로 회원들 앞에서 자신들의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이해를 구하고 있으며, 향토사연구회측도 원로들의 모임 등에서 고문헌을 제시하며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고 있는 바 계속되는 논쟁은 불필요하게 지역 원로들의 갈등의 폭만 키울 뿐이다.
혹시 두 단체에서 명분을 찾지 못하여 합의된 논거를 도출하지 못할 것 같으면 시에서 나서서라도 중립적이고 권위있는 학술단체에 의뢰하여 확실한 고증을 거쳐 결론을 내게 함으로써 불신의 갈등이 커지기 전에 바로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