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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편집국장칼럼] 성년이 된 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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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칼럼] 성년이 된 딸에게…

박성진 기자 park55@ysnews.co.kr 입력 2009/05/19 10:35 수정 2009.05.19 10:52

박성진 편집국장


1989년 1월에 태어난 딸은 대학을 들어가서도 제대로 성인 대접을 받지 못했다. 같은 해 출생한 친구들보다 한 해 먼저 학교에 들어갔기에 대학에 들어가서도 만19세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딸아이는 가끔 학교 선후배끼리 가는 주점에서의 회식자리에서조차 눈치를 살펴야 했고 업소 주인의 주민등록증 요구에 얼굴을 붉히며 슬며시 나온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 딸이 올해 성인이 되었다.
 
조선시대에 정착한 가례(家禮)에 의하면 15~20세 사이에 남자는 상투를 틀어 갓을 씌우고 여자는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 의식을 통해 성인으로 대우하였다. 이러한 관례와 계례로 불리는 성인의식은 인간의 성장에서 육체만 성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생활에서 예의를 지키고 성숙한 인간의 면모를 갖추게 하기 위함에서 치러졌다. 다시 말하면 젊은이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세상은 젊은이들이 자주적으로 일어서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환경이라 기성세대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이다. 문명의 발달이 오히려 사람의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고 경제 불안으로 인한 투자와 소비의 위축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있다.

또, 급격한 고령화로 산업활동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일자리의 순환이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계층간, 직종간 위화감이 양극화를 가중시키면서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추세다.
 
386 이전 세대인 우리들의 학창시절에는 공부와 과외활동을 겸해 가면서도 나름대로 젊음을 발산하는 낭만적인 시간이 가능했다. 신문을 돌리거나 입주과외를 하기도 했고, 가끔 신문사 문선공이나 교정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졸업을 앞둔 해에는 새내기로 사회에 진출하는 후배를 위해 먼저 자리잡은 선배들이 사회생활에 대해 특별강의를 열어주곤 했다.

더러 취업에 실패하더라도 눈높이를 조금만 낮추면 또 다른 기회가 있었기에 크게 실망하지 않았다. 부모들이 어렵게 허리를 졸라매고 마련해 준 등록금으로 대학을 나온 대가를 찾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
 
이제는 4년제 대학 졸업장이 무기가 되지 않는다. 어지간한 간판이나 토익, 특기, 자원봉사 실적을 이력서에 가득 담고 있어도 워낙 많은 숫자의 취업 준비생들이 포진해 있으므로 그 무리를 탈출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된지 오래다. 아예 졸업을 연기하고 군에 가거나 휴학 중이라는 명찰을 달고 돈벌이 아르바이트에 나서기도 한다.
 
언제부터인가 '핵가족시대'라는 표현만큼 2명이 채 안되는 자식을 거느리다 보니까 부모로서는 내 아이가 최고라는 편협한 내리사랑이 독립적이지 못한 성향을 양산하게 되고 30세가 넘어서까지 부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런 세대가 '교육 인플레'와 '일자리 부족시대'라는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구직과 구인이 모두 부족한 기현상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즉,힘들고 어려운 직종이나 사업장에는 원하는 기능 인력이 부족해 외국 노동자를 끌어 들이고 있으면서, 막상 구직을 희망하는 청년 실업자 수는 해마다 늘어가기만 한게 작금의 현실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한 달에 몇십만원도 안되는 아르바이트 자리에 몸을 맡기는 형편에도 고단한 3D직종에는 뛰어들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 청년들이 시대적 환경에 적응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차제에 지방정부에서도 보다 실질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혜를 총동원해야 한다. 올해 들어 행정인턴제라든지 공공일자리 사업에 많은 예산과 정책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일시적으로 시간만 때우는 일에 예산을 쏟아부어서는 안 된다.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으로 기업체와 학교, 공공기관들과의 연계를 통해 다양한 직업 통로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 내 기술계 고등학교의 신설에도 교육계의 관심을 끌어내야 한다. 인문계 고등학교만으로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직업교육을 담당할 수 없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사회에서 필요한 기능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시설이 실제적으로 필요하다.
 
성년의 날을 맞아 당당하게 일터나 학교로 나서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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